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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지지율 남 탓 정당, 잘 될 리가 만무"

등록 2019.05.17 18: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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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불신 조장 정치인·정당, 선거 기대 이하 성적표 많아"

"지지율 하락 원인을 스스로 찾지 않고 남 탓, 잘 될 리가 만무"

"공정한 여론조사 폄훼는 민심 폄훼한 것…반드시 역풍 맞게 돼"

"자동응답 조사는 부정확, 전화면접 조사가 정확? 사실과 달라"

"실제 선거에서 각 당 및 개별 후보들 자동응답 방식이 보편화"

"전화조사는 비밀투표 아닌 기명투표…야당 표심 늘 적게 잡혀"

"일부 보수언론, 정권 바뀌니 이제와서 무슨 큰 발견한 양 비난"

"민주당 지지율 오르니 갑자기 이런 지적을 하는 것은 비겁해"

"전형적 내로남불 행태…지지층 자극해 광고수익 어뷰징 기사"

"여러 음모론의 대상 돼… 교과서가 아닌 참고서로 활용해달라"

【서울=뉴시스】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사진=리얼미터 제공)

【서울=뉴시스】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사진=리얼미터 제공)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17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율 격차가 논란이 된 데 대해 "최대한 공정하게 질문을 구성해도 조사결과가 나오면 불리한 쪽에서는 공격을 하게 되는데 이는 여론조사 기관의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부터 뉴시스와 진행한 단독 서면 인터뷰에서 "각 당 대표나 주요 인사들이 불리한 여론조사는 폄훼하고 유리한 여론조사는 적극 인용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선거 때면 늘 있었던 모습이라 크게 당황스럽지는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험적으로 볼 때 여론조사 불신을 조장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은 이후 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정치인들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스스로 찾지 않고 남탓을 하는 정치인들이 잘 될 리 만무하다. 민심은 천심"이라며 정치권의 여론조사 시비를 비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인터뷰 요지이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결국은 여야 모두에서 공격을 받는 형국이다.

"여론조사를 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모든 정파로부터 칭찬을 듣는 것일 테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고 차선책은 모든 정파로부터 칭찬이 어려우면 모든 정파로부터 똑같이 욕먹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특정 정파로부터만 칭찬받고 특정 정파로부터는 공격을 받는다면 오히려 공정성 시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다."

"설문 문항 구성은 보수, 진보 성향 모두를 아우르는 자문위원들과 의뢰 언론사 기자들과 숙의해 최대한 공정하게 질문을 구성한다. 그렇게 해도 조사결과가 나오면 불리한 쪽에서는 공격을 하게 되는데 이는 여론조사 기관의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겨냥해 '이상한 여론조사'라고 했는데.

"여야 각 정당은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서부터 이미 내년 총선 체제로 들어섰고 여론조사 지지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비서관이 당내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해 향후 민주당 지지율에 책임을 지게 됐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지지율 10%에 당대표직을 걸었으니 누가 봐도 지지율에 민감한 시기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 당 대표와 주요 인사들이 불리한 여론조사는 폄훼하고 유리한 여론조사는 적극 인용하는 것인데 이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 아니고, 선거 때면 늘 있어왔던 모습이라 크게 당황스럽지는 않다. 다만 경험적으로 볼 때 여론조사 불신을 조장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은 이후 선거에서 기대이하의 성적표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정치인들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스스로 찾지 않고 남 탓을 하는 정치인들이 잘 될 리 만무하지만 실제가 그렇다. 민심은 천심이다."

-한국당 지지율이 올랐던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장외투쟁 때문에 지지층 결집에 따른 과대포집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 신뢰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내로 근접했던 이유는 패스트트랙 지정 국면에서의 강대강 대치, 북한 미사일 발사,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보수 세력 결집 캠페인 등의 복합적 작용에 의한 것이지 장외투쟁 때문에 ARS 여론조사에서 과대표집되었다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설명이다."

"과거 장외투쟁이 있었을 때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돌이켜보면 설득력이 약한 논거이고 오히려 그러한 발언은 한국당 지지층을 결집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 때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여론조사 폄훼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향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개표 전까지는 한국당 지도부가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폄훼했지만 개표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층이 이완될 수 있는 것을 한국당의 여론조사 폄훼가 막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폄훼했던 여론조사가 문제가 없고 공정한 조사라면 민심을 폄훼한 것이고 그것은 반드시 역풍을 맞게 된다."

-정당 지지도와 관련해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가 한국갤럽 등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정당 득표율을 여론조사를 공개할 수 없는 블랙아웃(D-6) 직전의 정당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들과 비교해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즉 자동응답 방식을 일부 또는 전부 채택한 조사기관들의 결과는 실제 정당득표율과 비교하면 여당은 비슷했고 야당은 실제보다 2~8%p 가량 낮게 나타났던 반면 전화면접 조사로만 하는 조사기관들은 여당의 득표율은 비슷했지만 야당의 득표율은 많게는 15%포인트 이상 낮아 실제와 상당히 큰 차이를 나타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정당 득표율과 블랙아웃 기간 직전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조사결과를 비교해보자. 당시 6.13 지방선거 정당 득표율은 민주당 51.4%, 한국당 27.8%, 정의당 9.0%, 바른미래당 7.8%였다. 블랙아웃 직전 공표된 리얼미터의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52.2%, 한국당 19.8%, 정의당 6.3%, 바른미래당 5.6%였다. 한국갤럽은 민주당 53%, 한국당 11%, 정의당 5%, 바른미래당 5%였다."

"자유한국당이 실제 득표율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리얼미터는 8%p가 적게 잡혔고, 한국갤럽은 무려 17%p가 적게 잡혔다. 정의당은 리얼미터가 2.7%p, 한국갤럽이 4%p 적게 잡혔고 바른미래당은 리얼미터가 2.2%p, 한국갤럽이 2.8%p 적게 잡혔다. 기준점을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에 두고 비교할 것이 아니라, 선거 결과와 조사기관들의 결과를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선거들도 마찬가지다. 야당의 득표율이 여론조사 결과보다 실제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덜 잡혔고 전화면접 조사는 그 정도가 컸다. 오죽했으면 홍준표 대표 시절 자유한국당에서 '한국갤럽을 없애겠다'고 했을까. 이는 바로 숨겨진 야권 표심 때문인데 민주당이 야당일 때도 그랬다. 때문에 지상파 출구조사에서 의석 예측을 성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이다. 늘 여당이 과대표집 됐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자동응답방식 조사가 응답률이 낮다고 부정확하고, 전화면접 조사가 응답률이 높아서 정확하다느니 자동응답방식 조사가 기계음이라 부정확하고, 전화면접 조사가 면접원이 하는 방식이라 정확하다는 주장은 해묵은 논쟁으로 중단돼야 한다. 실제 선거에서 개별 후보들의 여론조사는 이제 상당 부분 자동응답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고 각 당의 경선 여론조사도 자동응답 방식이 보편화 되고 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선거 여론조사 시장에서 주된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반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조사는 리얼미터 조사와 다른 여론조사 기관들의 조사 결과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전화면접 조사이건 자동응답방식이건 응답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먼저 정당지지율 문항이다. 전화 면접조사의 경우 어느 정당을 지지하거나 호감을 갖고 있는지 질문자가 말로 물어보면 자유한국당 지지자의 경우 '한국당을 지지한다'거나 '한국당에 더 호감이 간다' 혹은 '한국당'이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옆에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하기가 불편할 수 있다."

"특히 호남 지역이거나 2040 세대는 해당 계층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그다지 높지 않으므로 그 계층에서는 더욱이 불편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옆에 사람이 있으면 자기가 주변 사람들 앞에 자유한국당 지지자라고 표심을 '커밍아웃'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응답조사의 경우 보기의 버튼을 누르는 것이므로 옆 사람을 의식할 필요 없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선거 출구조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모의투표지 형태의 비밀투표로 바뀌었는데 전화조사는 여전히 무기명 투표, 비밀 투표가 아닌 기명투표로 공개 투표 방식으로 조사를 하고 있으니 야당 표심이 늘 상대적으로 적게 잡히는 것이다. 요즘 은행에서도 계좌 비밀번호를 '말'로 하지 않고 '버튼'을 누르는 시대인데 말이다."

"그에 반해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질문은 성격이 다르다. '귀하는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으면 전화면접 조사의 경우 응답자는 '매주 잘한다', '잘하는 편이다', '못하는 편이다', '매우 못한다' 중에서 하나를 질문자에게 이야기할 것이고 옆 사람은 누가 잘한다고 하는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는 편이라고 하는 것인지 황교안 대표가 잘한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짐작이 어렵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조사에 응할 수 있다. 그래서 정당지지율에 비해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조사기관별로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리얼미터는 조사원 조사보다 기계가 진행하는 자동응답 방식의 비중이 크게 높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전화면접은 다양한 억양, 다양한 말의 속도, 어떤 경우에는 특정 지역의 사투리로 설명되고 또 애매모호한 답을 하게 되는 응답자들의 응답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즉 질문자에 의한 오류가 상당히 개입될 수 있고 그 오류는 선거 여론조사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선거 시즌에 크게 개입될 수 있다. 왜냐하면 전화면접원 인력시장이 제한적인데 대부분 아르바이트직이기 때문이다."

"일당을 조금이라도 더 주면 바로 다음날, 유명 여론조사 기관에서 신생 업체로도 전직하는 게 이쪽 시장이다. 심지어 대형 여론조사 기관 중에서는 조사 완료 1건당 얼마씩 책정해서 소위 '날림공사'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서 금융 텔레마케팅으로 치면 불완전판매에 해당되는 불완전 여론조사가 상당 부분 있어 왔고 경선 여론조사에서 자주 발견돼 왔던 문제다. 때문에 숙달된 전화면접원을 고용하는 문제가 조사기관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그게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회사가 상당하다."

"이에 반해 기계음이라고 비판되는 자동응답 조사의 경우 숙달된 성우에 의해서 녹음된 질문 음성이 모든 응답자에게 동일하게 낭독되고 모두 전화기의 버튼을 누르는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전화면접원에 의한 오류가 통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응답 방식 조사가 응답률이 낮아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10년 전까지 상당히 많았지만 이제는 전화면접 조사가 10년 전 자동응답방식 수준으로 낮아졌고 응답률이 낮아졌음에도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있어 큰 오류가 없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최근 그러한 비판은 쏙 들어갔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응답률은 보도, 공표 의무조항도 아니고 응답률이 낮다고 신뢰도가 낮다는 등식은 이론적으로 증명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여론조사 신뢰도에서 응답률은 큰 의제가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난 대선 때 지지 후보를 물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53.3%나 돼 지난 대선 득표율 보다 훨씬 더 표집됐다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박근혜 대통령 집권 당시의 여론조사 때도 동일했다. 실제 득표율인 51.6% 보다 10% 가량 높은 50%대 후반 60%대 초반으로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는 응답자가 더 표집 됐는데 이러한 현상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정부 초기 당시 리얼미터를 포함한 많은 조사기관들이 친박 조사기관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는데 일부 보수언론이 그때는 지적을 안 하다가 정권이 바뀌고 나니 이제 와서 무슨 큰 발견을 한 양 비난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해당 언론사는 실망스럽겠지만 지난 정부 때도 지금과 같은 조건, 즉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들이 많은 환경에서 여론조사를 해서 발표한 것이다. 이는 낙선자 지지층이 선거 이후 여론조사에 적지 않게 응답을 안 하는 경향 때문인데 과거 정부와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 평가하려면 이 부분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일부 보수언론에서 보수정권이 야당이 되고 진보정권이 여당이 되고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니 갑자기 이러한 지적을 하는 것은 비겁하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언론보도 행태이고 지지층 자극을 통해 페이지뷰를 늘려 광고수익을 얻기 위한 어뷰징 기사다."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론조사가 각 정당의 선거에서 경선 여론조사로 활용되면서 더욱 민감하게 됐다. 특히 민주당과 한국당이 텃밭인 호남과 영남에서는 각 당의 경선이 본선이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국민투표의 위력을 갖게 됐다. 그러다 보니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실제 감당할 수 있는 능력보다 커졌고 그 과정에서 열세 후보, 공천 탈락 후보들의 비난, 고소 등이 이어지게 되고 그것이 누적되다 보니 여러 가지 음모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론조사는 특정 시기에 실시되는 스냅사진과 같다. 그 사진들은 시간이 흐르고 누가 조사를 실시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그림을 나타낸다. 때로는 시간과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특정 시기의 스냅 사진에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바라건대 그 사진들이 변화하는 양상, 즉 추이를 보면서 국정과 정책입안의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참고자료로 사준 참고서는 참고서일 뿐이지 교과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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