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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흐르는 日 케이콘, 런닝화 신고 뛴 박영선 장관

등록 2019.05.19 12:38:18수정 2019.05.28 09: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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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일본 도쿄 마쿠하리 메세 '케이콘 컨벤션'에 참석해 국내 중소기업을 살펴보고 있다. 2019.05.17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일본 도쿄 마쿠하리 메세 '케이콘 컨벤션'에 참석해 국내 중소기업을 살펴보고 있다. 2019.05.17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email protected]


【일본 도쿄=뉴시스】김진아 기자 =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이었다. 17일 오전 8시 비행기로 한국을 떠나 일본 기업 코코네와 일본 중소기업근로자복지센터를 연달아 시찰한 후 일본 도쿄(東京) 마쿠하리 메세 '케이콘(KCON) 컨벤션'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오후 4시를 훌쩍 넘겨 있었다.

이날부터 2박3일간 국내 중소기업들이 참가하는 '케이콘(KCON) 컨벤션' 투어를 시작하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평소 그가 즐겨 입는 쥐색 정장에 어울리지 않는 까만 런닝화를 신었다.

케이콘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패션·뷰티 제조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연계한 행사다. 한류 확산을 토대로 수출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박 장관이 이곳에 온 이유는 행사장을 가득 메운 수출 중소기업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중기부는 2014년부터 기업당 1500만원 수준으로 행사 참여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듬해 시작한 '중소기업 판촉전' 등 행사로 186개사가 81억원 규모 수출 성과를 일궜다. 

장기 내수 침체에 시달리는 한국에 수출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2022년까지 '온라인'을 통한 수출기업 1만5000개를 육성하겠다는 수출 대책을 발표했다. 그 중심에 중기부가 있다. 중기부는 한류를 활용한 지원책을 계획 중이다. 일본은 우리나라 수출 제3위 교역국이다.

분홍빛 간판의 촘촘한 부스들 속에서 눈길을 끄는 상품은 '화장품'이었다. 단가는 1만원부터 시작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제품으로서 이 같은 행사에서 수혜를 얻을 수 있는 업종이기도 하다.

"이게 주름을 없애주는 에센스인데요.." 자연 원료를 강조하는 뷰티클로(화장품업체)를 방문한 박 장관은 자신의 손등에 직접 주름개선 에센스를 발랐다. 주위를 둘러싼 기자들에게도 "질감이 좋다"며 손을 이끌었다.

 그는 이어 방문한 '손톱광택기' 제조업체 알파옵트론에서 오른손 검지를 직원에게 맡기기도 했다. 30여 초 시연이 끝나자 손톱에서 반질반질하게 광이 났다. 한국에서는 2만원, 일본 현지에서는 1000엔에 판매된다.
【서울=뉴시스】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일본 도쿄 마쿠하리 메세 '케이콘 컨벤션'에 참석해 국내 중소기업을 살펴보고 있다. 2019.05.17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일본 도쿄 마쿠하리 메세 '케이콘 컨벤션'에 참석해 국내 중소기업을 살펴보고 있다. 2019.05.17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email protected]

행사장에서 색조 화장품과 문구류 제품을 살피던 일본인들은 "왜 이 제품이 좋으냐"고 묻자 "이 드라마를 봤다. 주인공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이 업체는 네이버 자회사에서 만든 웹드라마 인물을 기반으로 한 문구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제로페이 인증샷 이벤트 당첨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제로페이 덕분에 일본까지 왔다"는 서울 강북에 사는 42살 남성 A씨는 "자주 가던 식당에서 어떤 분이 제로페이를 쓰지 못하더라. 끙끙대길래 대신 하게 됐다. 그 식당도, 나도 첫 제로페이 결제였는데 덜컥 당첨됐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 편한데 절차가 좀 복잡하더라. 우리 같은 사람이 쓰기는 어렵다. 간편해진다면 더 많이 쓸 것이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50여 부스 전체를 아우르는 동선임에도 박 장관 발길이 오래 머무른 곳도 있었다.

별도 부스로 마련된  'K스튜디오'다. 무선 마이크를 착용한 유투버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박 장관은 그들의 판촉 행사를 촬영하기도 했다. 행사를 주최한 CJ ENM 측은 이번 행사에 유명 인플루언서 11명을 초청해 1인당 5개 내외 기업 홍보를 맡겼다.

큰 웃음을 나눈 해프닝도 벌어졌다. 주일한국대사관 문화원과 CJ ENM의 인솔로 도착한 행사장 내 '한국 문화 생활관'에서는 전통 한복을 입고 가례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부스에 걸린 한복은 경북 경주시, 전북 전주시의 것보다도 고전적이었다.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무료 사진 촬영까지 마쳤을 때 문화원 측이 박 장관에게 조심스럽게 요청해왔다. "사진 한 장 찍으면 어떠냐." 웃음이 퍼졌다. 박 장관도, 남의 나라 장관과 촬영을 요청받은 일본 여성도 한 차례 웃은 뒤 흔쾌히 촬영에 임했다.

행사장 내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포스터를 찍는 50대 일본 여성도 있었다. 도쿄에 사는 그 여성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과 친한 친구여서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의 손에는 들린 쇼핑백을 보며 무엇을 샀냐 묻자 "한국 화장품"이라고 답했다. "컬러(색조)보다 케어 제품이 정말 좋다"는 소감도 더했다.

다만 정부 지원의 체계성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주얼리를 좋아해 창업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기부가 해당 부스에 1500만원을 지원한 게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부스당 1500만원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니 그제야 "행사 비용에 포함된 것 같다"라는 답을 내놨다.

박 장관은 컨벤션 시찰에 이어 영풍, 풍림전자, 엔바이어스, 플라스티코스, 플레이스 등 5개 참여사와 행사 후 만찬 간담회를 갖고 수출기업 애로사항 등을 들었다.

이번 행사 방문객은 1만2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중기부는 현장에 부스를 설치한 기업들은 상담 316건, 109억원 규모 계약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케이콘 방문 일정에 이어 다음날에는 국내 일본 수출인큐베이터(BI)를 방문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관계자들과 수출기업 지원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나 15일 중기부가 박 장관과 진행한 '북콘서트'에 사용된 프로그램 개발자도 있었다. BI를 거쳐 졸업한 3개사와 입주기업 7개사가 참여한 간담회에서는 마케팅 지원 확대 등 지원 다각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박 장관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연결의 힘'이다"라고 전제한 뒤,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앞으로 정부가 컨설팅 기능을 강화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겠다"면서 "수출 부분 지원책을 획기적으로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지에서 많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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