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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무용론에 경찰들 자괴감…"본질은 공권력 무시"

등록 2019.05.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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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관들 "현장 여경 대응 문제없다"

"강경 대응했다면 인권문제 불거졌을 것"

"공권력 무시 나타난 것, 여경 문제 아냐"

"여경 수요↑…체력 차이, 성별 문제인가"

"유사경우 남자경찰 무용론 나온적 있나"

암사역 칼부림 땐 대응 자체 갑론을박만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지난 13일 오후 10시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술집 앞에서 여성 경찰관이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하고 있다. (사진 =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s.won@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지난 13일 오후 10시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술집 앞에서 여성 경찰관이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하고 있다. (사진 =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소위 ''대림동 여경' 논란이 확산하면서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당황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파문의 본질은 공권력 약화에 대한 문제인데, 엉뚱하게 '여경'에 불똥이 튀었다는 것이다.

21일 뉴시스가 만난 경찰관들에 따르면 문제의 동영상 속 여경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는게 일선의 대체적 시각이다.

경감인 A경찰관은 "(영상 속 여경이) 종합적으로 고려해 혼자 대응하기 힘들다고 판단,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한 것 같다"며 "실제 현장에서 마주치면 (난동을 부리는) 주취자는 가히 초능력적이다. 여경 역시 강력히 대응하고 싶었겠지만 그랬다면 과징 진압 등으로 인권문제가 불거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 사건은 공권력 약화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정 계급인 B경찰관은 "이번 영상의 본질은 '제복 공권력'에 대한 무시와 같은 관행들이 단면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제복을 입은 경찰관의 법 집행을 경시하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여경의 (체력 미달 등의) 문제는 핵심이 아니다"라고 봤다.

이들은 이번 논란으로 번지는 '여경 무용론'이 무색하게 현장에서는 여경의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C경찰관(경정)은 "여성 피해자나 피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를 대처해야 할 여경이 현장에서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번 영상에서 논란이 된 주취자 난동 같은 경우 술 취한 여성이 누워있거 하면 신체접촉이 불가피하다. 그런 경우 다른 지구대에서 여경을 지원해달라고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남경과 여경의 체격 및 체력 차이가 지적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왔다.

C경찰관은 체력 차이 논란에 대해 "모든 남경이 여경보다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남경 중 신체적으로 약한 사람도 있고 여경 중에서도 체육 특기생 등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모든 차이의 원인을 성별 차로 환원하는 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지난해 1월 서울 강동구 암사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른 A군(19)과 대치 중인 경찰의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2019.01.13

【서울=뉴시스】지난해 1월 서울 강동구 암사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른 A군(19)과 대치 중인 경찰의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2019.01.13

취재에 응한 경찰관 대부분은 이번 사건은 '여경'이었기 때문에 시작됐다고 봤다. 같은 문제라도 남자 경찰이었다면 '무용론'과 같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란 의미다.

실제 경찰의 소극적 대응이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암사역 칼부림' 사건 당시 경찰은 테이저건·삼단봉을 들고도 강동구 암사역 인근에서 흉기를 들고 있던 10대 청년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테이저건 등 사용에 제한이 있었다고 해명했고, 경찰은 지난 3월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을 발표해 위험 수준에 따라 장비 등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이때 대응 자체에 대한 갑론을박만 있었을 뿐, 출동했던 남자 경찰의 성별 관련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D경찰관(경사)은 "(제압 과정서 불거질 민원인 인권 문제 등을 고려하면) 남자 경찰이 현장에 있었다고 해도 크게 달라졌을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영상에 찍힌 게 여경이라 무용론이 대두되는 것이지 다른 남경이었으면 (밀침을 당했어도) 이렇게 문제가 됐을까"라고 반문했다.

E경찰관(경정)도 "남경들이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해 피의자 등이 부상을 입거나 할 때 '남경 무용론'이 나오진 않는다"며 "문제가 불거질 때 여경만 존재하면 여경 전체에 대한 문제로 비화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F경찰관(순경)은 "(여경 무용론 보도 등을 보면) 우린 그냥 일하고 있는데 안 한다고 하는 것 같아 힘이 빠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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