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국회는 딴 생각인데...ILO 9월 승부수 던진 정부 속내는

등록 2019.05.22 15:11:1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노사·여야 공감대 없는 데다 내년 4월 총선 빨간불

"비준 위한 정부 노력 자체 의미"…긍정 해석 나와

"내년 4월총선 전까지 쉽지 않을 것"…부정적 전망

EU 설득 의도 깔린 듯…"국제사회 오명 떨칠 방법"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9.05.22.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9.05.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세훈 구무서 기자 =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비준동의안과 3개 핵심협약에 대한 법률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를 목표로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를 통한 10개월 간의 협상에도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데다, 여야 간 공감도 전혀 없어 정부가 목표하는 대로 9월 정기국회 처리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 배경을 놓고 우리나라에 비준을 압박하고 있는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을 모색해 왔지만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가 종료된 상황에서 정부의 향후 계획을 말씀드리겠다"며 "미비준 4개 핵심협약 중 3개 협약에 대해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ILO는 각국과 맺은 189개 협약 가운데 8개를 핵심 협약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중 차별과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4개 항목만 비준하고, 결사의 자유와 강제 노동 관련 4개 항목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중 결사의 자유 협약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협약 제29호 등 3개의 협약에 대해서는 비준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비준동의안과 법률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동시에 논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법과 상충해 법 개정이 필요한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비준에 대해서는 국회가 동의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준동의안 뿐 아니라 법률개정안까지 제출하는 것이다. 

이 장관은 "그동안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는 저희가 일원으로 참여를 하고 있었다"며 "이제는 정부가 조금 더 중심이 돼서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만든 한정애 의원 법률안의 경우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는 보다 많은 전문가들, 노사 의견을 수렴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다시 한번 좀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은 그동안 사실상 강건너 불구경 하던 정부가 핵심협약 비준 의지를 드러낸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사노위 논의는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정부가 정부 입법이든 의원 입법이든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든 경사노위 합의가 안 이뤄지더라도 비준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서는 노사의 공감대 형성과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노사 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데다 여야도 서로 등을 돌리고 있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9.05.22.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9.05.22.  [email protected]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경제상황이 안 좋아서 국내 자본도 해외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노조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보완장치가 없다면 국회 동의는 물론 여론 동의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우리 사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은 시기상조이며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할 과제"라며 비준안 처리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실제로 이날 정부의 입장 발표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협약 비준의 주체여야 할 정부가 법 개정 방안 마련을 떠넘기던 입장에서 늦게나마 핵심협약 우선 비준 추진으로 돌아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경영계는 향후 정부의 의견수렴 과정과 국회의 논의과정에서 경영계 입장을 충실히 개진하고 협의해 나가겠다"면서도 "세계적으로 우리 국가경쟁력에 최대 걸림돌로 평가되고 있는 대립적·갈등적·불균형적 노사관계와 노동법제 속에서 단결권만 확대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과 사용자측의 우려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있는 것도 ILO 핵심협약 비준에는 그리 좋은 여건이 아니다.

권순원 교수는 "정부가 노력을 해도 (국회에서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선거를 앞두고 쟁점이 첨예한 입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내년 총선까지는 지금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 설득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우리나라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분쟁해결절차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패널 소집을 예고한 상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질질 끌다가 추진하는 것이라서 모양새가 좋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에 오명 떨칠 방법은 이 방법 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린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도 "(EU가) 전문가 패널로 회부하는 것으로 거의 결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한국 정부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계속 요구를 해 오고 있기에 지금 이런 정부의 견해를 공식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고, EU쪽에 설명을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