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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국회 등원 고심…일각 "조건 없이 복귀해 원내 투쟁"

등록 2019.05.22 19: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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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원천무효·사과' 국회 정상화 조건 요구

"여당이 야당에게 이기려는 모습은 정말 못난 모습"

민주당은 강경 기류 "고소 취하, 사과 발언도 안 돼"

장제원 페이스북에 "조건 없이 등원하는 게 더 깔끔"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5.21.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5.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패스트트랙 갈등으로 여야 간 대치 정국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장외 투쟁 중인 자유한국당이 국회 등원 시점을 재고 있지만 명분이 마땅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체면을 차리기 위한 명분을 따지는 대신 조건 없이 등원해서 장외 대신 원내에서 싸워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맥주회동'으로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한 물꼬를 텄지만 국회 정상화 조건을 논의하는 원내수석 간 물밑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장기간 파행을 막기 위한 국회 정상화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한국당의 등원을 위한 명분을 놓고 큰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 및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6월30일자로 활동을 종료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의 '폐지'를 여당에 요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대충 국회만 열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유야무야하지 말고 패스트트랙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원천무효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패스트트랙이 무효인 것은 자명하고 절차와 내용이 모두 틀렸다. 이 상태에서 국회를 연다 한들 어떤 진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풀어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다루는 특위 폐지는 패스트트랙 지정의 당위성을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이같은 요구는, 패스트트랙에 다소 회의적인 원내사령탑이 들어선 바른미래당을 우군으로 두고 있는 만큼 '포스트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새 판을 짜고 법안 처리의 속도 조절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정개특위, 사개특위의 활동기간 연장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 대신 각 상임위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으로 사개·정개특위 폐지에 큰 거부감이 없다.

한국당의 요구안을 민주당이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만큼 국회 정상화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국회 정상화에 대한 공감대만큼 여야 간 뚜렷한 입장 차이를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일방적인 역지사지는 가능하지도 않고 또 진실하지도 않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과도한 요구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부 방침을 밝혔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05.22.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05.22. [email protected]

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도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사과와 철회, 국회선진화법 고소·고발 취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이를 하지 말라는 게 국민 대다수의 뜻"이라고 거들었다.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당대표의 장외투쟁이 끝나는 24일을 기점으로 다음 주에는 국회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9일에 국회 파행이 시작됐으니 한 달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언급해 29일을 등원 시점으로 간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자 내부 의견 조율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국회 정상화를 위한 진전된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한다"며 "주말 한국당 집회가 분수령이 될 듯하다. 한국당도 할 만큼 해서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당에서는 민주당을 향해 "야당에게 져 주고 국회를 정상화하라"고 촉구하는 공개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당대표를 지낸 김무성 의원은 "여당은 야당에게 지는 것이 그간 국회의 덕목이었다"며 "여당이 야당에게 이기려는 모습은 정말 못난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야당에게 져 주고 여당 의원총회에 돌아가서 깨지는 것이 훌륭한 여당 원내대표"라며 거듭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형님 리더십'으로 통 크게 진행해야 한다는 발언이 있었는데 소수의견이었다"며 "고소취하 절대 안 되고 사과 발언도 안 된다는 전반적으로 강경한 발언이 많이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변인은 "한국당이 제시한 합의문 내용을 보면 그동안 한국당 주장 내용이 합의문에 거의 담겼던 것 같다"며 "모든 게 원점으로 다 돌아가 실질적으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산적한 민생 현안을 고려해 조건 없이 등원하자는 의견도 대두된다. 장외 투쟁이 장기화될수록 국회 파행도 불가피해 민생은 뒷전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당내 피로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열린 '국민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 출정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5.22.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열린 '국민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 출정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회에 돌아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면, 조건 없이 등원하는 것이 훨씬 더 깔끔하다"며 "일하러 가는데 분위기까지 조성할 필요는 없다. 조건 없이 등원해서 추경도 심의하고, 법안도 논의하면서, 묵은 감정은 일하면서 풀어가는 것이 훨씬 진지한 정치"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번 주 안에 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고 27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안 시정연설을 목표로 한국당과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면서 난기류도 적지 않다. 6월에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실질적인 국회 정상화는 예단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차라리 제1야당이 여당의 '형님 리더십'을 기대하는 대신 통 큰 포용력을 발휘해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올해 초 릴레이 단식 농성으로 대치 국면 속에서도 임시국회 소집을 먼저 요구해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튼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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