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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물리력' 기준 첫 마련…"과잉진압 구실될라" 우려

등록 2019.05.22 16: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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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근거로 물리 대응 문턱 낮출 수 있어"

"기준 기계적 적용 경계"…책임 회피 우려도

경찰, 6개월간 교육 진행…추후 검토·보완도

【서울=뉴시스】경찰이 직무 집행 과정에서 상대방 행위에 따라 수갑에서 권총까지 사용할 수 있는 5단계 위해 대응 기준을 마련했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은 6개월의 경과 기간을 거쳐 오는 11월 중 시행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경찰이 직무 집행 과정에서 상대방 행위에 따라 수갑에서 권총까지 사용할 수 있는 5단계 위해 대응 기준을 마련했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은 6개월의 경과 기간을 거쳐 오는 11월 중 시행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경찰이 사상 처음으로 물리력 행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시행전부터 우려의 시선이 생기고 있다. 시민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용인하는 계기가 되거나 과잉 진압의 면죄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 등이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은 6개월의 경과 기간을 거쳐 오는 11월 시행된다.

제정안은 경찰관의 대응 수준을 상대방 행위의 위해성 수준에 따라 ▲순응 ▲소극 저항 ▲적극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의 순서로 분류하고 있다.

또 낮은 수단부터 최소한도로 물리력 행사를 하도록 하는 원칙과 성별·장애 등을 이유로 한 차별 대우를 금지하는 등의 견제 장치를 뒀다.

아울러 행위·도구별 유의사항과 한계를 정하면서 강하게 대응했을 때는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인권침해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요소들을 설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치에도 물리력 행사 기준을 불안해하는 시각은 존재한다.

'원칙적으로 한다'는 근거를 제공해 외려 현장에서 무력 사용을 위한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시선이다.

실제로 일선 경찰들은 이번 기준을 두고 "테이저건을 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그 뒤가 문제였다. 그런데 매뉴얼이 있으면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라는 등의 평가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기준이 있더라도 남용을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누군가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실수가 발생하면 그것은 분명한 개인의 잘못"이라고 언급했다.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피의자로 오해받은 시민이 경찰 요구를 거부해 무력으로 제압당했는데, 뒤에 문제 제기를 하면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는 말만 듣는 것 아니냐는 식의 우려도 있다.

인권운동에 종사하는 한 활동가는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나중에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며 "기준을 당장 시행할 것이 아니라 논의를 좀 더 해야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준 자체가 과하게 설정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특히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경계에 해당하는 적극적 저항이나 폭력적 공격 단계에서 해석에 따라 압도적인 물리력이 행사될 수 있다는 걱정도 제시된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뺨을 때리거나 좀 세게 미는 것이 큰 폭행이나 상해는 아니지 않나"라며 "기분은 나쁠 수 있는데 그렇다고 경찰봉을 들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과한 물리력 행사가 될 수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6개월의 경과 기간 동안 현장에서 기준을 체화될 수 있도록 상황별 시뮬레이션 등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준을 어겨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하면 부적절한 행위가 되고, 인권위원회나 소송을 통해 제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기준은 향후 과잉진압 관련 소송에 대한 주요 방어논리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소송 등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을 위한 근거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경찰은 시행 이후 발생하는 상황들을 토대로 검토를 이어가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기준을 보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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