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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대환대출 미끼' 보이스피싱 일당 42명 구속

등록 2019.05.2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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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원·대포통장 제공 등 157명 검거

지난 1~4월 중국에 콜센터 차리고 금융기관 사칭

저금리 대환대출 위해 기존 대출금 상환토록 유도

'악성코드' 포함 앱 설치, 금융기관 전화도 가로채

인출책 대부분 외국인…모텔 거주하며 지시 받아

【서울=뉴시스】그래픽 전진우 기자 (뉴시스DB)

【서울=뉴시스】그래픽 전진우 기자 (뉴시스DB)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국내 금융기관이라고 속이고 7억여원을 편취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악성코드가 포함된 애플리케이션(앱)을 악용, 피해자들이 실제 기관에 거는 확인전화까지 가로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일명 '준석이파'로 불리는 국내 보이스피싱 조직원 54명을 사기 등 혐의로 검거하고 이중 관리책 김모(27)씨 등 42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조직원들에게 범행에 쓰일 수 있게 체크카드나 통장을 양도한 계좌 명의자 103명도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 등 일당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중국에 콜센터를 차리고 국내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피해자 59명으로부터 7억4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일당은 대출 안내 문자메시지를 받은 피해자들이 전화를 걸어오면 '저금리 대환대출'을 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위해선 기존 대출금을 조직 측에 상환해야 한다고 속였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600만원, 많게는 9000만원의 돈을 대포통장으로 입금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악성코드가 포함된 앱을 설치하도록 해 피해자들의 신고를 막았다. 해당 앱은 피해자가 경찰이나 금융감독원, 은행 등에 전화를 걸어도 중국 보이스피싱 콜센터에 연결돼도록 했다. 조직원들은 해당 기관 직원인 것처럼 속여 상담을 해 피해 신고를 지연시켰다. 전화교환기를 설치, 피해자들과 연락을 주고 받을 때 중국 번호가 국내 번호로 변환돼 나타나도록 해 의심도 피했다.
【서울=뉴시스】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보호나라' 홈페이지 접속 및 신고방법. (사진 = 서울 은평경찰서 제공)

【서울=뉴시스】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보호나라' 홈페이지 접속 및 신고방법. (사진 = 서울 은평경찰서 제공)

피해자들의 돈이 입금된 대포통장 계좌의 카드는 수거책들이 걷어갔다. 조직은 수거책들이 운반하는 물건이 체크카드라는 것을 알면 범행에 가담하지 않을 것을 알고, 카드 명의자들에게 카드를 넣은 박스에 책이나 옷 등을 넣어 무게가 나가게 해 마치 카드가 아닌 것처럼 전달하게 했다.

인출책들은 모텔에 투숙하면서 인근 주택이나 건물 우편함 등을 통해 체크카드를 전달받아 돈을 출금했다. 인출 금액의 3~10%는 수당으로 받았다.

전원 구속된 인출책 35명 중 32명은 외국인이었다. 말레이시아인이 20명, 중국인 12명이었다. 한국의 지리에 어둡고 지시를 잘 따를 수밖에 없는 외국인들, 특히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이나 조선족, 한족이 많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국내 조직원들은 이들의 입국 비행기 티켓을 끊어주고 한국에서 머무를 모텔을 정해줬다. 조직원들은 중국계 SNS인 '위챗'을 이용해 인출책들을 감시하며 범행을 지시했고, 일부 말레이시아 인출책들은 '한국에 가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선후배가 범행에 가담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직원들은 경찰 단속으로 대포통장 확보가 어려워지자, 보이스피싱 피해자 계좌도 대포통장으로 이용했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 대출이 안 되는 피해자에게 '신용등급을 높이려면 입출금 실적이 필요하다'며 접근해 카드를 넘겨받아 대포통장으로 사용한 것이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과 관리책들에 대해 인터폴 수배 및 국제 공조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확보된 범죄수익금 4600만원에 대해서는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이 제공하는 '폴 안티스파이' 앱이나 최신 백신 프로그램, 스마트폰 '환경설정'에서 출처분명 앱 설치를 차단하면 보이스피싱 피해를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며 "악성코드 설치를 유도하는 메시지나 전화금융사기 전화를 받았다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보호나라'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고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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