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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친북인사, 김씨일가 숭배 비판했다가 단체서 퇴출" NK뉴스

등록 2019.05.23 11: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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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조선친선협회 전 회원 NK뉴스와 인터뷰

태영호 전 북한 공사 "세뇌시켰던 일 미안해"

"英친북인사, 김씨일가 숭배 비판했다가 단체서 퇴출" NK뉴스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영국의 친북인사 모임인 조선친선협회(KFA UK)에서 8년 가까이 핵심 회원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북한을 여행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일성, 김정일 등과 관련된 기념물이 지나치게 많은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가 협회에서 쫓겨났다고 북한 전문매체 NK뉴스가 22일(현지시간)보도했다.

 알렉스 미드라는 이름의 영국 남성은 NK뉴스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자신의 협회활동과 축출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북한 여행중에) 여러 박물관과 공장을 방문했는데 모든 곳에 김정은이나 김일성, 김정일이 지녔거나 심지어 한번 만졌던 물건들이 전시돼 있었다. 연필, 의자 등 일상적 물품들이었다. 동료 회원들에게 '너무 편집광적이고 자연스럽지 않다. 이상하고 괴상하다'고 말한 순간부터 동료들이 적대적이 됐다"고 말했다. 동료들이 그를 향해  부르조아 교육으로 비뚫어진 생각을 갖고 있다고 비난까지 했다는 것이다.

미드는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현재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협회로부터 "파문"당했다면서, 협회장인 더모트 허드슨이 협회에서 축출됐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허드슨 회장은 수십년 동안 북한을 방문하면서 친북인사들 사이에 경험이 풍부한 이데올로그라는 평판을 받는 사람이라고 NK뉴스는 전했다. 허드슨 회장은 북한 국영 매체들이 십여차례 보도한 사람으로, 최근의 한 특집 프로그램에서는 북한의 오랜 친구이자 헌신적인 활동가로 소개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드는 KFA를 "의문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 편집적이고 광신적인 지도자가 이끄는 단체"라고 비판했다. 

올해 22살인 미드가 KFA에 가입한 것은 14살 때였다. 공산주의 계열 신문에 실린 '조선의 친구'라는 협회 광고를 보고 어머니와 함께 모임에 참가했었다. 허드슨 회장은 그에게 큰 관심을 보였으며 차비와 식사비를 줘가면서 모임 참석을 독려했다고 한다. 

이후 미드는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군정치' 이데올로기를 배우라는 압력을 받았다. "처음 모임에 참가했을 땐 매우 친절했지만 허드슨 회장은 갈수록 강압적이 됐다. 주말에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 알려고 들었다"는 것이다.

2017년 1월 허드슨 회장은 미드를 협회의 정치위원에 임명했다. 정치위원이 하는 일은 회장에게 위협이 될만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허드슨 회장이 영국 보안기관이나 극우인사들이 협회에 침투하는 것을 걱정했기에 미드는 신입회원들의 뒷조사를 해 신원을 보장하는 담당했다.

지난해 9월 평양에서 NK뉴스 기자와 만난 KFA회원들은 자신들의 여행비를 북한 정부가 보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KFA UK 운영비는 북한이 거의 지원하지 않으며 허드슨 회장이 자비로 운영하고 있다고 미드는 설명했다. KFA UK의 모단체인 국제조선친선협회(KFA International)의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네스 회장은 한푼도 지원한 적이 없다고 한다.  스페인 명문 가문 출신인 베네스 회장은 KFA에서 월급을 받는 유일한 사람으로 협회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안락하게 살고 있다고 미드는 전했다.

미드는 지금까지 네차례 북한을 다녀왔으며 KFA 회원 자격으로는 두차례 여행했다. 지난해 9월 여행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북한에 가기전 동료 회원들에게 "북한에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너무 긴장되고 통제된 사회"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북한에서처럼 말하는 것, 처신하는 것, 공공에서 행동하는 것을 조심해야한 적이 없었다"면서 자신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권력이 세습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고 NK뉴스에 말했다. 

북한에서 돌아온 뒤 두차례 협회 모임에 참가했으나 "사람들이 (나와)말을 섞지도 않았다"고 알렉스는 전했다. "말을 걸면 사람들이 돌아서서 반대방향으로 가버렸다. 그들이 내가 협회에 나오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 분명했다"는 것이다.

결국 미드는 협회에 나가지 않게 됐고 협회에서 쫓겨났으며 정치위원직도 박탈됐다. "더모트는 왜 나를 쫓아냈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알레한드로 회장이 'KFA 회원들한데 무례했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그는 전했다.

한편 미드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에 대해 "다른 북한 당국자들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태 전공사는 "영국내 주체 신봉자를 늘리기 위해 알렉스를 세뇌시켜야 했다"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NK뉴스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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