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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유출' 전 교무부장, 1심 실형…"딸들도 공모"(종합)

등록 2019.05.23 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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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3일 전 교무부장에 징역 3년

"정답 유출로 성적 향상 넉넉히 인정"

"권한과 지위 이용해 출제서류 확인"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숙명여고 재직 중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교무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23.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숙명여고 재직 중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교무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숙명여고 정답 유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교무부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7월 의혹이 제기된 지 약 10개월 만에 나온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23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직 교무부장 A(52)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쌍둥이 자매는 4번에 걸쳐 전 과목의 유출된 답을 암기한 다음 이를 참고했고, 그 결과 전 과목에서 실력과 다르게 대폭 향상된 성적을 거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면서 "모종의 경로로 쌍둥이 자매가 입수한 이상 모종의 경로는 A씨를 통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A씨의 혐의를 ▲실제 접근 가능성 ▲의심스러운 행적 ▲쌍둥이 자매의 의심스러운 성적 향상 ▲쌍둥이 자매가 남긴 의심스러운 흔적 총 4가지로 나눠 모두 유죄로 봤다.

실제 접근 가능성에 대해 이 판사는 "숙명여고 관리지침에 의하면 A씨는 교무부장으로서 결재권자이고, 실제 접근가능성이 있었다"면서 "A씨는 교무부장 지위 권한을 이용해 결재하는 동안 출제서류를 확인했고, 2층 교무실 A씨 자리 바로 뒤에 있는 시험지를 보관하던 금고를 열어 시험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심스러운 행적은 "A씨는 교무부장 인수인계 과정에서 금고 비밀번호를 알았고, 교무실에 사람이 없으면 언제든지 금고를 열어 시험 문제 확인이 가능하다"며 "A씨는 주말이나 일과 후에 2층 교무실에 남아 있고도 초과 근무한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는데 업무용 컴퓨터에는 어떤 작업을 한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쌍둥이 자매의 성적 향상에 대해서 "공교롭게도 2017학년 2학기에 똑같이 성적이 급상승했다"면서 "이들은 문제를 아예 풀지 않은 것이 많고 풀이 과정도 석연치 않은 것이 많아 유출된 답에 의존했을 가능성이 극히 높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특히 독해가 중요한 국어와 평소 성적이 중요한 수학을 사례로 들면서 "쌍둥이 자매는 내신 성적은 최상위권인데 모의고사는 동반 상승하지 않았다. 내신과 모의고사 사이에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난다"고 강조했다.

또 "쌍둥이 동생은 복잡한 물리 문제를 풀이도 없이 암산하고 만점을 받았다. 경험칙상 이례적인 것이 분명하다"며 "천재가 아닌 사람이 암산만으로 물리 성적을 만점 받을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한데 동생이 입상 성적이 없고 이전 성적을 봐도 천재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쌍둥이 자매의 의심스러운 흔적에 대해 "쌍둥이 자매는 시험지에 육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게 깨알 정답을 적었다"며 "이들은 공교롭게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정정 전의 정답을 적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들을 종합해 이 판사는 "A씨는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 매 시험마다 출제서류를 결재를 통해 보는 방법과 주말 근무를 기재하지 않고 교무실에 혼자 남아 실제 서류를 읽어보는 방법으로 확인하고 유출했다"면서 "A씨를 통해 쌍둥이 자매가 정기고사 답을 입수하고 공모한 혐의도 추인된다"고 설명했다.

또 "2학기 이상 은밀하게 이뤄진 숙명여고에 대한 업무방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A씨의 범행으로 인해 공정성이 매우 높은 고등학교 성적처리 절차와 다른 학교의 공정성까지 의심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며 "국민의 교육 향상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교육업무에 성실하게 근무해온 교사의 사기를 떨어지게 했다"고 판결했다.

다만 "입시에 있어 시행과정이나 성적처리 절차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던 것도 원인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사건으로 쌍둥이 자매가 학교에서 성적을 받기 어렵게 됐고, 일상생활도 어려워지는 등 A씨가 원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숙명여고에 재학 중이던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지 및 답안지를 시험 전에 미리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A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고, 쌍둥이 자매는 소년보호 사건으로 넘겼다. 앞서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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