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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운동하고 오는 관객들, 유니버설발레단 '마이너스7'

등록 2019.05.23 19: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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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마이너스(Minus) 7'

유니버설발레단 '마이너스(Minus) 7'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느 관객을 무대 위로 초대하느냐에 따라 무용수들도 경험이 달라져요. 같이 춤 추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고, 완전 신나게 할 때도 있고요. 매번 다르고, 통제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즐거움이죠."(리앙 시후아이)

유니버설발레단 '마이너스 7(MINUS 7)'은 클래식발레의 시공을 찢고 나온다.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마불'(1992), '아나파자'(1993), '자차차'(1998)를 묶은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06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수차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자차차'는 관객과 함께 만드는 즉흥 공연이다. 중절모를 눌러 쓴 무용수들이 EDM으로 편곡된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에 맞춰 막춤으로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관객들이 가세한다. 흥겨운 분위기가 입소문이 나면서 공연할 때마다 무대 위에 오를 것을 작심하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도 한 둘이 아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6월 29, 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 폐막작으로 안무가 허용순의 '임퍼펙틀리 퍼펙트'와 함께 이 작품을 다시 선보인다. 일부 관객들은 이미 몸풀기에 돌입했다.
 
23일 능동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유니버설발레단 드미솔리스트 이다정은 "관객들이 '마이너스 7'을 많이 보셔서, 커튼콜 무대를 미리 알고 오는 분들이 많다"면서 "갈수록 같이 무대를 즐기는 분들이 많아져서 더 재미있는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오하드 나하린 '마이너스(Minus) 7' ⓒ유니버설발레단

오하드 나하린 '마이너스(Minus) 7' ⓒ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리앙 시후아이는 "'마이너스 7'은 무용수들에게 춤 추는 일을 환기시킨다"면서 "춤을 추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것처럼 춤춰라'는 말을 상기하게 된다"고 했다.
 
이스라엘 명문 바체바 무용단 출신인 나하린은 '무형식의 형식'이라고 평가되는 가가 메소드를 접목한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다. 쉽게 풀면, 동작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인간 자체에서 폭발하는 에너지에 집중한다.

'마이너스 7'에서 무용수들은 그래서 자유롭다. 특히 '아나파자'는 25명의 무용수가 의자에 앉아 역동적인 동작을 반복하고, 이스라엘 민속음악이 춤과 어우러지는 중간에 무용수들이 합을 맞춰 히브리어로 "하늘과 땅에"를 외친다. 레오타드가 아닌 수트를 입고, 토슈즈가 아닌 구두를 신고 막춤을 추다가 재킷, 바지, 구두를 무대 가운데로 집어던지기도 한다.

2017년 '마이너스 7'에 이어 이번에도 연출을 맡은 가이 숌로니는 "무용수들이 옷을 집어 던지는 행위는 필요 없는 사회적 층(layer)을 벗어던지는 것을 상징한다"면서 "혼자서 하는 것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는 집단적인 행위가 더 강렬하다"고 짚었다. 
준비운동하고 오는 관객들, 유니버설발레단 '마이너스7'

그렇다고 혼란은 아니다. 이다정은 "클래식 발레는 어떻게 하면 예뻐보일까를 고민하는데, '마이너스 7'은 동작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런데 무용수들이 비슷한 에너지를 뿜어내야 해서 어렵다"고 했다.

나하린의 안무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내면의 꿈틀거림을 이끌어낸다. 이다정도 "나하린의 춤은 자유분방하지만, 그 안에 질서가 있다. 관객들도 무용수처럼 이끌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했다.

리앙 시후아이는 "나하린은 개개인의 특징을 강조한다.똑같은 모양을 만드는 것보다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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