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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광 소년, 세계 영화계 거장으로 우뚝 서다···봉준호

등록 2019.05.26 06: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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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봉준호(50)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봉 감독은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이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연출을 선보이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충족시켰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기획으로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혔으며, 사회를 향한 문제의식을 세련되게 담아냈다.

경북 대구 출신인 봉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광인 그는 연세대 재학시절 학보 '연세춘추'에 만평을 연재헀다.

영화 촬영장에서 꼼꼼한 사전작업으로 유명하다. 스토리보드를 손수 작업하며, 영화 '괴물'의 스토리보드 일부는 작품으로 전시된 바 있다.
만화광 소년, 세계 영화계 거장으로 우뚝 서다···봉준호

1993년 단편 '백색인'을 시작으로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 '지리멸렬' '인플루엔자'를 연출했다. 습작 시절부터 일찌감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프레임 속의 기억'과 '지리멸렬'은 1994년 벤쿠버와 홍콩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2000년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다. 신인감독답지 않은 치밀한 연출력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이 작품으로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으로 스타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1980년대 중반 화성군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관객 500만명을 끌어모으며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인정받았다. 그해 각급 영화제를 휩쓸었다. 산세바스찬영화제 감독상,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도쿄영화제 아시아영화상, 토리노영화제 각본상 등을 받았다.

2006년 '괴물'로 천만 감독이 됐다. 평범한 가족이 한강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한강 다리를 기어오르는 괴생물체를 목격한 후, 영화감독이 되면 꼭 이런 영화를 만들겠다던 꿈을 '괴물'로 실현했다.

 자신 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CG)까지 보여줬다. '괴물'로 2006년 칸영화제 감독주간과 뉴욕영화제에 초청됐고, 2007년 아시안필름어워드 작품상, 시체스판타스틱영화제 오리엔털익스프레스상, 판타스포르토 감독상,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그랑프리 등을 수상했다.

2009년 저예산 영화 '마더'를 내놓았다. 김혜자(78)·원빈(42)이 주연했다. 방방곡곡을 다니며 최적의 장소를 카메라에 담고 공을 들였다.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린 아들 도준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 세상과 싸우는 모정을 담은 작품이다. 광기 어린 모성을 다뤄 많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과 뉴욕영화제 메인프로그램에 초청됐다.

'설국열차'(2013)로 할리우드 진출을 꾀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에서 다룬 한국적 감성과 해학을 덜어냈다. 계급 사회, 빈부격차를 직접적으로 그려내며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만화광 소년, 세계 영화계 거장으로 우뚝 서다···봉준호

넷플릭스가 제작한 '옥자'(2017)로 글로벌 행보를 이어갔다.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자본주의 체제 속 동물과 인간의 관계, 그 안에서 충돌하는 각 이익 집단, 사랑하는 대상을 지키려는 미자와 옥자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도 자본주의 체제의 빈부격차를 다뤘다. 식구들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선생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두 가족의 만남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간다는 내용이다. 송강호(50)·이선균(44)·조여정(38)·최우식(29)·박소담(28) 등이 출연했다.

 봉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블랙코미디가 돋보이는 풍자극이라는 평을 받았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은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다. 2003년 '살인의 추억' 이래 봉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발언이다"고 평했다.

'버라이어티'는 "봉 감독은 장르 변주의 귀재다. 전작들보다 웃음이 더 어두워졌고 분노의 목소리는 절망스럽다",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당신의 피부 아래로 파고들어와 이빨을 박아 넣는 영화", 더 가디언은 "봉준호가 호화로운 볼거리와 풍자적인 서스펜스 드라마로 칸에 귀환했다", BBC는 "'기생충'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부족했던 모든 것이다. 촘촘하고 오락적이며, 완벽한 페이스를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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