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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시민 쉼터' 광주 ACC 하늘마당, 쓰레기 투기·취객에 몸살

등록 2019.05.26 13: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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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나들이 명소로 각광…늦은 밤까지 인파 북적

곳곳서 음주·흡연 뒤 쓰레기 투기…시민 의식 실종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지난 25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하늘마당에서 시민들이 음식물 쓰레기 등이 담긴 일반 봉투를 불법 투기하고 있다. 2019.05.26.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지난 25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하늘마당에서 시민들이 음식물 쓰레기 등이 담긴 일반 봉투를 불법 투기하고 있다. 2019.05.26.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다들 술 마시고 있어서 음주가 안 되는 줄 몰랐어요."

지난 25일 오후 10시 광주 동구 대의동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하늘마당.

해가 지면서 더위가 한풀 꺾이자 토요일 밤을 즐기기 위한 시민들로 붐볐다. 하늘마당 내 잔디밭 곳곳에는 돗자리가 발 디딜 곳 없이 빼곡했다.

친구·연인·부부·동호회·대학 동기 등은 잔디밭에서 도심 속 피크닉을 만끽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일행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평일 일상에 지친마음을 달랬다.

ACC 전 지역은 음주가 금지돼 있지만 잔디밭 곳곳에서 펼쳐진 술자리는 이를 무색하게 했다. 시민들은 인근 가게에 배달 주문한 치킨·피자 등을 안주 삼아 술잔을 주고 받았다.

출입구에는 나들이객들이 주문한 음식을 전하기 위한 배달 오토바이 행렬이 줄을 섰다. 하늘마당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시민들을 위해 사은품으로 돗자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가게마다 주문이 밀리면서 40여 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에 가게에서 음식을 직접 포장해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주변 편의점도 소주·맥주·과자 등을 사려는 시민들 발길이 이어지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취기가 오른 일부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여 대화하거나 노래를 불렀다.

먹다 남은 배달 음식과 술병을 자리에 두고 가는 시민은 없었다. 하지만 하늘마당과 40여m 떨어진 출입구 주변에는
종량제 봉투가 아닌 일반 봉투에 담긴 쓰레기가 수북히 쌓였다.

 봉투 안에는 음식물쓰레기와 일회용품, 재활용 품목인 병·캔 등이 뒤섞여 있었다. 봉투 사이로 악취가 났고 쓰레기 더미 주변에는 파리와 개미가 몰려들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지난 25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하늘마당 내 쓰레기 불법투기를 금지하는 현수막 옆에 배달 음식, 술병 등 쓰레기가 쌓여있다. 2019.05.26.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지난 25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하늘마당 내 쓰레기 불법투기를 금지하는 현수막 옆에 배달 음식, 술병 등 쓰레기가 쌓여있다. 201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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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구역' 표지판도 유명무실했다.

인적이 드문 구석에서는 담배 연기가 피어 올랐고 통행로 주변에는 꽁초가 눈에 띄었다. 한 취객은 돗자리 위에 앉아 전자 담배를 피고 있었다.

3살 난 아들과 함께 소풍을 나온 한 남성은 "금연구역인데도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도 뛰어 노는 공간인 만큼 자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음주에 따른 소음과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로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동명동에 사는 김모(48·여)씨는 "맥주 1~2잔 마시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늦은 밤까지 큰 소리로 시끄럽게 하는 취객들 때문에 제때 잠 못 드는 주민들이 많다. 인파가 몰리는 주말에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대의동 주민 박모(27)씨는 "하늘마당이 나들이 명소로 자리잡아 지역 경제에 기여한 면도 있지만, 불법투기 쓰레기로 인한 악취와 미관 문제는 골칫덩어리다"고 밝혔다.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던 한 여대생은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어 쓰레기 공식 수거 장소로 알았다"면서 "음주·쓰레기 투기 등 금지사항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지만, 다들 이를 지키지 않아 도덕적으로 무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늘마당의 관리 주체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ACC로, 구청의 역할은 불법쓰레기 수거에 그치고 있다.

지역 경찰은 예방 순찰과 방범시설물 설치를 통해 하늘마당 내 질서 유지·범죄예방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ACC도 하늘마당 주변에 자체 관리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ACC 직원들이 일몰 이후(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씩 2인 1조로 근무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인파에 비하면 역부족이다.

질서 유지 활동을 하던 ACC 직원은 "늦가을인 10월까지는 하늘마당 방문 인파가 붐빈다"면서 "음주·쓰레기 투기가 광범하게 일어나고 있어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 오히려 '술 한 잔도 못 하느냐'며 화를 내는 시민들도 있어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간혹 앳돼 보이는 중·고등학생들도 술·담배를 하는 것 같지만 적극 제지하기 어렵다"면서 "관할 구청과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지난 25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하늘마당 잔디밭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2019.05.26.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지난 25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하늘마당 잔디밭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2019.05.2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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