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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개인과 집단

등록 2019.05.27 15: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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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개인과 집단”을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개인과 집단”을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보수주의는 개인의 창의성과 개인의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보수당은 오히려 집단주의와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 교수는 24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주최한 조찬포럼에 ‘개인과 집단’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사회는 현재 집단에서 개인이 탈출하는 현상으로 가득하다며 이를 불편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건강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보수가 개인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진보에서도 최근 들어 강한 집단주의로 흐르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정치에서 강한 보스중심의 카리스마리더는 이제 퇴조하는 경향이며 파벌정치도 작동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생활방식에 전면적인 변화도 개인화의 경향이 뚜렷하다고 소개했다. 1인 주택의 증가, 여행, 상품, 여가, TV예능 프로 등 모든 생활에서도 개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제시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집단주의 사고방식에 지배를 받아왔던 한국사회가 최근 개인이 분출하는 변화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며 기업에서도 집단주의를 요구하는 체육대회, 야유회, MT, 저녁회식 등이 퇴조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소개했다. 특히 재벌총수 일가 및 CEO에 대한 고발, 땅콩회항, 정가·관계·공기업에서의 내부고발 등이 빈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지난해부터 강하게 일고 있는 정치·관료·문화계 등에서의 미투(Me Too)운동도 집단을 강조하는 가치에 억눌렸던 여성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비틀즈에 버금가는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BTS)도 인기의 비결이 노래의 주제가 개인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서구에서는 근대화와 함께 개인의 발견 형상이 두드러졌었지만 한국은 근대화 이후에도 ‘튀지마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식의 말에서 나타나 있듯이 여전히 획일성에 사로잡혀 있었으나 최근 정보통신혁명 속에서 속도와 이동성이 중요시 되면서 한국 사회가 개인을 깨웠다고 설명했다. 

뉴시스는 이날 조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개인과 집단은 인류사의 가장 오래된 주제이다. 인류는 개인의 힘보다는 집단을 형성하여 그 경쟁력을 키워 왔다. 그러나 개인에 대한 존엄성과 그 자율성 및 창의성이 발휘되면서 인류사의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해졌다. 이른바 근대사회가 열린 것이다. 근대사회 이전은 집단의 힘이 개인을 압도하였던 시기이다. 이에 따라 가족, 가문, 계급, 왕국이라는 집단의 힘이 개인에 대해 엄청난 폭력과 무도하고 잔인한 강제력을 행사했다.

◇시민계급의 출현, 개인의 시대 활짝 열어

세계사에서 개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기독교 신앙의 출현이며 이를 지중해 세계로 확산시킨 바울의 역할이 컸다. 그 이후 종교개혁과 지리상의 발견 그리고 이어진 시민계급의 출현은 개인의 시대를 활짝 열어 놓았다. 특히 시민계급의 출현과 개인의 창의성에 바탕을 둔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계기가 됐다.

제도적인 면에서도 개인의 출현은 큰 의미를 지닌다. 시장경제의 출현이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발간된 시점은 1776년이다. 이는 미국의 독립혁명이 시작된 해이다. 세계사의 흐름에서 볼 때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즉, 시민계급이 등장하면서 재산권과 경제활동의 자유 등을 주장하게 되었고 이는 시민계급의 정치적 권리를 높이게 되는 시민혁명으로 이어졌다. 또한 시민계급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적 활동이 국가와 사회의 부를 창출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내용이 『국부론』의 주된 줄거리이다.

인류사의 발전은 이처럼 서구에서 시작된 개인의 등장이 시민사회를 불러들였고 이에 따른 개인 권리의 신장에 따라 그 창의성과 자율성이 발휘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한국사회의 경우 이와 같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보다는 제조업의 경쟁력이 갖는 표면적 성장이 우선하였다. 이제 한국사회는 근대화의 의미를 다시 되새김질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의 과정을 걷고 있다.

◇페미니즘, 한국사회 개인의 의미 새로 조명

그 가장 중요한 줄거리는 바로 한국사회에서 개인의 등장이다. 1인가구와 2인가구의 급증, 청소년들의 탈출과 페미니즘 바람, 그리고 BTS 열풍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에서 개인이 갖는 의미는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물론 부작용도 클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상은 한국사회가 성숙한 근대사회로 재편성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개인과 집단의 건강한 균형을 위하여 이 사회가 겪고 있는 진통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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