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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억원 빼돌린 완산학원 설립자'…고가 외제차에 부동산 구입까지

등록 2019.05.28 15: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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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간 사학비리의 결정판

학교 공금 53억여원 빼돌리고 호화생활 즐겨

학교 급식 쌀로 떡 만들어 먹고, 직원 동원해 김장까지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교실에 설치된 완산학원 설립자의 드레스룸 모습.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교실에 설치된 완산학원 설립자의 드레스룸 모습.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전북 '전주 완산학원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지난 10년간 53억여원에 달하는 비자금이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학교 법인의 설립자는 교직원과 조리원 등을 동원해 일가가 먹을 김장김치를 만들어 먹는가하면, 학교 내에 드레스룸과 욕실을 갖춘 주거 공간을 만들어 거주했다.

그는 조성한 비자금으로 매월 500만원 이상의 생활비를 쓰며 고가 외제차를 타는 등 호화로운 삶을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전주지검에 따르면 완산학원 설립자 김모(7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그의 딸(49)을 불구속기소 했다.

완산학원은 김씨가 1964년 전주에 설립한 사단법인으로 현재 중학교와 여자고교 등 2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법인 이사 중 1명은 설립자의 아내이고 아들은 이사장, 딸은 행정실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재단 사무국장인 정모(52·구속기소)씨에게 지시해 2009년부터 최근까지 각종 시설공사 및 기자재 납품 등의 예산을 부풀려 집행한 뒤 수십개의 거래 업체들로부터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을 사용해 53억여원을 빼돌렸다.

실제 2010년 중학교 부지를 120억원 매각했음에도 105억원에 판매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15억원을 챙긴 뒤 중학교 신축 이전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비를 과다 계상하는 수법으로 20억원의 법인 자금을 횡령했다.

또 법인 소유 재산인 상가 건물의 임대료를 1/3로 낮춰 계약하는 방법으로 4억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복지비에도 손을 대 5000만원을 챙겼다.

심지어 김씨는 일가가 먹기 위해 배추 등 김장에 필요한 식자재를 공금으로 산 뒤 행정실 직원과 조리원 등을 동원해 김장을 시켰고, 명절에는 학생들의 급식에 사용될 쌀을 떡으로 만들어 교직원들과 나눠 먹었다.
 
채용 비리도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검찰은 승진 청탁 대가로 윗선에 현금 2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로 현직 교장과 교감 등 2명을 재판에 넘겼다.

교장·교감 승진을 대가로 1인당 2000만원씩 총 1억 2000만원을, 정교사로 채용해주겠다며 6명에게 받은 돈만 5억3000만원에 달했다. 뒷돈을 주고 학교에 들어온 교사 6명 중 4명은 현재 재직 중이다.
 
앞서 김씨는 또 5년 전 도서관을 사택으로 개조해 물의를 빚었는데 이번에는 중학교 특별교실을 개조해 드레스룸과 욕실, 침실 등을 갖춘 설립자 부부의 주거 공간으로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당시 사택 개조 사건으로 이사장직을 박탈당하자 2014년부터 완산중과 완산여고로부터 매월 각각 500만원과 800만원씩 12억원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했다.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한달 생활비로 500만원 가량을 쓰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고가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 전주시내 땅을 구입하거나 개인 사업에도 수억원을 썼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처럼 김씨는 학교법인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며 모든 비리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그의 범행이 지속된 이유는 의사결정 역할을 하는 이사회가 모두 지인 및 가족, 학교 전·현직 교장 등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사 7명과 감사 2명 등 9명 모두 전·현직 교장과 현 이사장의 친구 등으로 구성됐다. 설립자의 아내도 있었다.
 
김씨 등은 현재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씨는 "학교를 위해 낸 돈도 많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한 돈으로 호화생활을 한 설립자 일가였는데도 재단 전입금은 0.5%에 그쳤다"면서 "빼돌린 자금이 학교예산으로 다시 투입된 정황은 찾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돈을 (김씨 일가가) 빼먹은 만큼 학교 교육의 질이 떨어졌고, 이로 인한 피해는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떠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북도교육청은 지난달 3일 "예산을 부정한 수법으로 빼돌리고 학교를 사유재산처럼 사용한 설립자 일가와 교직원의 비리를 포착했다"며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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