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인권향상 차원의 성평등,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한국어로 '여성주의 운동' 정도로 해석된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 우월주의나 남녀갈등 조장론이 아니다. 남녀가 성별에 근거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양성평등 운동이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의 원제는 '온 더 베이시스 오브 섹스(On the Basis of Sex)'다. '성별에 근거해' 쯤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영화는 제목이 말해주듯 성별에 근거한 차별을 하나씩 철퇴하고자 한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6)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던 1970년대, 우연히 남성 보육자와 관련된 사건을 접한다. 루스는 이 사건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고, 이 사건으로 인해 성차별의 근원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전쟁의 포문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고 패배가 확정된 재판이라며 말렸다. 하지만 루스는 그녀를 지지하는 남편과 이미 또 다른 시대의 여성상을 대표하는 딸의 응원에 힘입어 178건의 합법적 차별을 무너뜨릴 재판에 나선다.
178개 조항은 '신용카드를 남편 명의로 만들어야 한다', '여성 경찰관은 뉴욕에서 순찰할 수 없다', '여성이 군용 수송기에 타는 것은 불법이다', '여성은 탄광에서 일할 수 없다', '일리노이주에서 여성은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남성들처럼 수당을 더 받는 초과근무를 할 수 없다' 등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여성 차별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와 함께 극에 긴장과 생기를 불어넣는 또 다른 요소는 음악이다. 음악감독은 아카데미상 수상 이력이 있는 작곡가 마이클 대나(61)가 맡았다. 이 영화의 음악은 늘 서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루스와 남편 '마티'의 절대 굴복하지 않는 강건한 정신을 보여주는 테마와 보수적인 사고를 지닌 정부로 대변되는 남성 중심의 옛 시절을 상징하는 두 가지 테마로 이뤄져 있다.
현실감 있고 디테일한 묘사도 영화 몰입도를 높인다. 주 시대 배경은 60~70년대 뉴욕이다. 제작진은 옛 뉴욕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특히 시대상을 대표하는 색감을 나타내고자 사람들의 옷 색깔을 달리해 당대를 고증했다. 겉으로 보이는 의상뿐 아니라 속옷에까지 신경 썼다고 한다. 여성의 속옷은 시대별로 변화를 겪었다. 50년대에는 벽돌같이 무거운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70년대 들어서는 그 절반이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극에서도 이런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실제 모델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1972년 미국시민자유연맹 산하 '여성의 권리 프로젝트'를 공동 창립하고, 1973년 미국시민자유연맹의 변호사로 임명된 후 300건이 넘는 성차별 케이스를 맡았다. '법을 통해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든다'는 원칙으로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역차별을 위해서도 싸우는 등 인권 향상을 위한 모든 종류의 차별 철폐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레더 감독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투운동, 타임스업 운동, 남녀평등에 대한 사회적 담론, 성평등, 임금 평등을 비롯한 평등권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이 모든 것은 루스 베디어 긴즈버그로부터 시작됐다"며 현대 페미니즘 운동에서 그녀가 지니는 의미를 설명한다. 13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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