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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개편]맥주·막걸리 종량세 전환…소주는 종가세 유지

등록 2019.06.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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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탁주 세금 방식, 술값→술양·알코올 농도

수입맥주, 종류별 차이…'4캔 1만원' 유지할 듯

생맥주 2년 동안 20% 세율 경감…ℓ당 664.2원

맥주 300억원 주세 감소…탁주 6억 감세 효과

종량세, 물가연동제 도입…연1회·2021년 적용

【세종=뉴시스】이영환 기자 = 김병규(오른쪽) 세제실장과 양순필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주류과세 개편안 및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여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06.05. 20hwan@newsis.com

【세종=뉴시스】이영환 기자 = 김병규(오른쪽) 세제실장과 양순필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주류과세 개편안 및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여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06.0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박영주 기자 = 50년 만에 주세(酒稅) 개편에 나서는 정부가 맥주와 막걸리만 먼저 세금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국산 캔맥주의 세금 부담을 낮춰 수입맥주와의 '역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하고 맥주와 탁주(막걸리)의 세금 방식을 '술값' 기준인 종가세에서 술의 양이나 알코올 농도를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수입맥주가 '4캔에 1만원'이라는 마케팅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촉발됐다. 과세체계 불형평성으로 국산맥주 업계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맥주 제조업계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 과세표준 차이를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국산맥주의 과세표준은 제조원가, 이윤, 판매관리비가 포함된 출고가격이 기준이지만, 수입맥주는 이윤과 판매관리비가 제외된 수입신고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실제 수입맥주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015년 8.5%였다가 2018년(잠정치) 20.2%까지 올랐다. 반면 국내맥주는 2015년 91.5%에 달했던 점유율이 2018년(잠정치)에는 79.8%로 내려앉았다.

[주세개편]맥주·막걸리 종량세 전환…소주는 종가세 유지


종량세 개편안을 적용하면 맥주는 ℓ당 830.3원을 과세한다. 이럴 경우 국내 캔맥주의 리터(ℓ)당 주세는 291원 감소한다. 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가 포함된 총세금 부담은 ℓ당 415원 줄어든다. 반면 생맥주와 페트 맥주, 병맥주는 각각 ℓ당 311원, 27원, 16원 늘어난다. 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할 경우 ℓ당 생맥주는 445원, 페트 맥주 38원, 병맥주 23원이 증가하게 된다.

수입맥주의 경우 고가는 세부담이 내려가고 저가는 세 부담이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상호 상쇄가 가능해지면서 수입맥주 역시 4캔당 1만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생맥주의 세 부담 증가를 고려해 2년간 20% 세율을 경감하기로 했다. 2년 동안은 ℓ당 830.3원보다 적은 664.2원을 과세하면서 세부담의 중립성을 유지하고 종량세 전환에 따른 적응기간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출고수량별 20~60% 수준의 과세표준 경감혜택을 받는 수제맥주 업계 또한 생맥주 세율 추가 경감으로 경영여건 개선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탁주는 ℓ당 41.7원을 과세하기로 했다. 2017~2018년 출고량과 주세액을 감안해 세수 중립적으로 설정한 값이다. 연도별로 주종 간에 세부담 편차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맥주·탁주 모두 직전 2년간 평균 세율을 적용했다.

정부는 맥주의 종량세 전환으로 총 주세가 약 300억원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맥주 주세인 1조5814억 대비 약 1.9%에 달하는 금액이다. 탁주 또한 지난해 주세 197억 대비 3%에 해당하는 6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종량세로 전환하는 맥주와 탁주의 세율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류 가격 인상에 비례해 세부담이 증가하는 종가세 유지 주종과의 과세 형평을 고려한 것이다. 물가연동제는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하며 최초 적용시기는 2021년(연 1회)이다.

정부는 종량세 전환으로 주류산업 투자 활성화 및 경쟁력 강화, 고용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했다. 해외에서 생산·수입되는 맥주 중 일부가 국내 생산으로 전환되고 수제맥주 업계 활성화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양한 고품질 맥주·탁주 개발과 출시 확대 등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주·증류주 등은 종가세를 유지하면서 업계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 강병규 기재부 세재실장은 "가격을 안 올리고 종량세로 하면 위스키의 세율이 떨어지고 가격을 같이 올리면 소주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의견을 수렴해 (종량세를) 추진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와인, 사케 등도 시장의 충격을 감안해 급격히 추진하는 건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맥주·탁주를 제외한 주종은 음주 문화 변화 등을 고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9월 초 주세 개편안을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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