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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래밭 격투, 치열한 선거판···영화 '롱 리브 더 킹'

등록 2019.06.05 0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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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사람이 천년만년 사는 게 아니다. 길어야 100년을 조금 넘게 산다. 분명한 건, 세상을 떠날 때는 누구나 빈손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무한경쟁시대,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근원적 이유다.

영화 '롱 리브 더 킹'은 인간 내면의 잠재 욕망을 짚었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국회의원'과 또다른 의미에서 상당한 권력을 쥔 '조직폭력배'의 삶이 펼쳐진다. 그 과정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거대조직 보스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분투한다.
김래원

김래원


원진아

원진아

'장세출'(김래원)은 목포 최대 조직의 보스로 거침없이 살아왔다. 철거 용역으로 재건설 반대 시위에 나간 현장에서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을 만나고 인생이 바뀐다. 그녀가 원하는 좋은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전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버스추락 사고를 당하면서 또 한 번 삶이 바뀐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엄청난 용기를 보여준다. 기적적으로 버스 운전기사를 구하고 '목포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시작한다. 시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국회의원 출마까지 하게 된다.
진선규

진선규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그였지만, 시민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마음은 모두를 감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장세출의 입지가 커지자 3선을 노리던 '최만수'(최귀화)는 불안해진다. 그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장세출의 라이벌 조직 보스 '조광춘'(진선규)과 손을 잡는다.
최귀화

최귀화

영화 '범죄도시'(2017)의 강윤성(48)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조폭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소 잔인한 신도 많지만, 참신함도 있다. 사실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되는 이야기는 넘쳐난다. 뻔하고 진부하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였으나, 디테일한 연출로 완급을 잘 조절했다.

누적 조회수 1억뷰를 기록한 웹툰 '롱 리브 더 킹'이 원작이다. 만화 속 캐릭터의 희화된 설정을 덜어내고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장세출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라도 해도 무방할 것 같다. 통쾌한 액션에 전라도 사투리, 위트까지 더해지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 배경인 목포도 생동감있게 그려졌다.
[리뷰]모래밭 격투, 치열한 선거판···영화 '롱 리브 더 킹'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김래원(38)은 그간 드라마에서 봐왔던 로맨틱한 모습이 아니다. 액션 연기를 완벽히 소화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영화로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원진아(28)도 무난한 연기를 펼쳤다. 진선규(42)는 '범죄도시'때와 다른 연기 톤으로 악역을 소화했다. 이전보다 훨씬 인간적이며 코믹한 모습까지 선보인다. 최귀화(41)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좇는 모습을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김래원과 진선규가 모래밭에서 벌인 격투 장면, 치열한 선거 유세 장면이 영화의 백미다. 또 다른 즐길거리는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다. 조금 유치한 것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인생은 흔히 등산에 비유된다. 돈, 권력, 명예 등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얻으려는 과정을 정상에 올라가는 것, 사회적 지위나 권력 등을 내려놓는 과정은 산에서 내려올 때와 비슷한 것으로 본다.

정상에 있을 때 금방 내려올 생각을 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늘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다. 그때서야 악착같이 가지려고 했던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질지 모른다. 내려와야 할 때 미련없이 떠나보낼 수 있도록, '권력을 선하게 써야 한다'는 교훈을 안긴다.

요즘의 정치현실과 진정한 사회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19일 개봉, 118분, 15세 관람가
[리뷰]모래밭 격투, 치열한 선거판···영화 '롱 리브 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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