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北 노동시장 꿈틀…"비공식 소득, 공식 소득의 10배"

등록 2019.06.06 09: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한국노동연구원 '北 노동시장 현황' 보고서 내

북한이탈주민 300명 조사...비공식 소득 비중↑

"급성장한 시장 영향에 北서도 노동시장 형성"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2019.06.04. (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2019.06.04. (사진=조선중앙TV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북한 주민들은 비공식 소득이 공식 소득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비공식 소득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계획경제가 붕괴되면서 상품·서비스 시장 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도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북한 노동시장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 대부분이 비공식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진은 북한의 노동시장 실태를 조사하고 분석하기 위해 2012년 이후에 탈북해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5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탈북 주민 81.6%가 북한에서 비공식 경제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18.4%만이 비공식 경제활동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북한이탈주민이 탈북 1년 전 공식 직장에서 받은 월 수입 평균값은 2만3499원인 반면, 비공식 소득의 평균값은 22만9848원으로 조사됐다. 비공식 경제활동을 통한 소득이 가계의 주 소득원인 셈이다.

다만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하층 및 중·하층에 속한다고 응답해 북한 주민의 평균 소득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에서 쌀 1kg의 시장 가격이 5000원 수준이기 때문에 공식 소득으로는 생계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나치게 낮은 공식 소득은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이 비공식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통일연구원 정은미·홍제환 부연구위원은 "가구 총소득 중 비공식 경제활동을 통해 얻는 소득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은 가계의 불안정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비공식 경제활동은 사회안전망 밖에서 작동하며 당국의 단속과 검열로 인해 경제활동의 지속 여부가 항상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공식 직장 이외의 곳에서 어떤 방법으로 수입을 얻었는지 조사한 결과 비공식으로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일(사업)을 했다는 응답이 78.5%(201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비공식적으로 누군가에게 고용돼 돈을 받고 일했다는 응답은 2.0%(5명), 비공식적으로 누군가를 고용해 돈을 주고 일을 시켰다는 응답은 1.1%(3명)에 불과했다.

북한에서 비공식 경제활동이 주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 형태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영업자의 경제활동 형태를 보면 장마당 소매장사가 35.3%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밀수(15.4%), 되거리장사(12.9%), 텃밭· 뙈기밭·소토지 등 사경지 경작(12.9%) 등으로 나타났다.

하루 노동시간 평균값은 8.2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식 직장에서 근로 외 시간에 비공식 경제활동을 하기 보다 공식 직장에서 근로하는 대신 비공식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음을 뜻한다.

자영업자의 경우 경제활동의 애로사항으로 '단속 또는 검열’이라는 응답이 54.7%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사업자금 마련’(13.9%), ‘판매처 확보’(10.9%), ‘원재료 확보’(7.5%), ‘운송수단 확보’(7.0%) 순으로 나타났다.

임금 노동자의 경우 노동계약이 문서가 아닌 구두(말)로 이뤄지고 있고, 고용기간도 대부분 수일에서 1년 미만으로 매우 짧아 매우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사업을 미등록(94.5%)한 상태에서 종사했으며, 특정 기관이나 기업소에 등록하거나 개인수공업으로 등록한 경우는 각각 3.5%, 2%에 불과했다.

자영업을 한 응답자들의 경우 76.1%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점차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11.4%에 불과했다. 

정은미 부연구위원은 "북한에서 노동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해 매우 주목되는 결과"라며 "다만 자영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현실은 향후 북한의 체제개혁 과정에서든 통일 후 남북한 노동시장 통합 과정에서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제도권 안으로 인입시키는 과정에서 사회 보험제도의 적용과 세금 부과 등에 대한 저항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계획경제가 붕괴되면서 상품·서비스 시장 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오상봉 연구위원은 "북한에는 공식적으로 노동시장이 존재하지 않지만 공식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노동시장이 북한사회에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영업을 포함하지 않은 임금노동으로 노동시장을 한정한다면 비교적 최근에 형성됐고 규모도 아직 크지 않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서 공식 부문에 사경제활동이 허용되면서 임금노동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법적으로 노동수요와 노동공급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 규모가 아직은 미미할 것으로 추측된다"며 "상품 또는 서비스 시장이 앞으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노동시장의 발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