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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AF "남성 호르몬 제한 규정 유지해야"…법원 결정에 반발

등록 2019.06.05 10: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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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캐스터 세메냐

【AP/뉴시스】 캐스터 세메냐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여자부의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 제한 규정은 필요하다. 스위스 연방법원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선언했다.

IAAF는 5일(한국시간) 성명을 내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엘리트 선수 여자부의 남성 호르몬 제한 규정은 필요하다. 선수, 대회 관계자 간의 심각한 혼란을 방지하고 육상의 진정성을 보호하기 위해 스위스 연방법원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스위스 연방법원의 결정은 IAAF에 통보 없이 이뤄졌다. 항소심 청구서나 명령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남성 호르몬 제한 규정이 왜 유지돼야 하는지 설명할 기회가 없었다"며 "일단 6월26일까지 남성 호르몬 제한 규정은 유지된다. 그 전에 스위스 연방법원에 소명해 이후에도 규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IAAF는 여자 400m와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1㎞) 경기에 테스토스테론 수치 5n㏖/L(혈액 1리터당 10나노몰·나노는 10억 분의 1)이 넘는 선수는 출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여자 800m 최강자로 군림하던 캐스터 세메냐(28·남아프리카공화국)는 크게 반발하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여자부 경기에 출전한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 규정 철회' 청원을 냈다.

하지만 CAS는 5월1일 세메냐와 남아공육상연맹이 제기한 청원을 기각하고 IAAF의 손을 들어줬다. CAS가 결론을 내린 직후 IAAF는 5월8일부터 여성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세메냐는 CAS의 결정이 나온 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계속 육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고, "IAAF의 새로운 남성 호르몬 규정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지난달 30일 스위스 연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스위스 연방법원은 일단 세메냐에 유리한 해석을 내놨다. 지난 4일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세메냐는 남성 호르몬 수치를 조절하는 일 없이 여자 400m와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1㎞)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IAAF에는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는 수치를 낮춰야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남성 호르몬 규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달 26일까지 남성 호르몬 규정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라고 했다.

IAAF가 소명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남성 호르몬 제한 규정이 실효성을 잃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IAAF는 "이달 26일까지 모든 여자 선수들이 남성 호르몬 제한 규정을 지켜야 한다"며 "우리의 규정이 얼마나 합리적인 선택인지 법원에 회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AAF는 육상의 현재와 미래에 모든 여자 선수들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위스 연방법원은 IAAF가 소명을 한 뒤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은 1년 넘게 이어질 전망이다. 스위스 연방법원이 IAAF의 소명을 받아들이면 세메냐는 남성 호르몬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종목에 출전하거나 약물 등으로 수치를 조절한 후 경기에 나서야 한다.

만약 스위스 연방법원이 IAAF의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세메냐는 재판이 진행되는 1년 사이에 IAAF 다이아몬드리그와 올해 9~10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성 호르몬 수치에 관계없이 자신의 주종목인 800m에 출전할 수 있다.

세메냐는 2012년 런던 대회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육상 여자 800m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2009년 베를린 대회, 2011년 대구 대회, 2017년 런던 대회에서 세계선수권 여자 800m 3연패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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