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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블랙미러 "앞에 것 안봐도 따로 즐길수있는 드라마"

등록 2019.06.07 14: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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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찰리 브루커와 제작자 애너벨 존스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 시즌5

애너벨 존스(왼쪽), 찰리 브루커

애너벨 존스(왼쪽), 찰리 브루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블랙미러'에 있는 에피소드를 다 보지 않아도, 에피소드를 따로따로 즐길 수 있다. 마치 초콜릿 한 상자가 있는 것과 같다. 겉에서 봤을 때는 다크 초콜릿이 있을 것 같지만, 안에 어떤게 있는지 알 수 없는 상자같다고 할 수 있다. '블랙미러'에서 에피소드간 연결되는 지점을 녹여낸 부분도 있기는 한데, 그런 부분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각 에피소드의 스토리를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가 '블랙미러'를 만드는 원칙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 시즌5의 작가 겸 총괄제작자인 찰리 브루커(48)는 '블랙미러' 만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총괄제작자인 애너벨 존스는 "'블랙미러'는 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미래의 다양한 단면에서 개인이 겪는 딜레마와 그 과정에서 기술 때문에 당면하게 되는 어려운 점을 다룬다. 이 기술들은 현재의 기술, 혹은 근미래의 기술이다. SF에서 다루는 먼 미래보다 근미래의 기술요소들로 이야기를 진행한다"고 부연했다.

 "기술이라는 건 굉장히 강력하다. 기술의 강력함이란 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블랙 미러'에서는 사람들이 이 힘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이 취약함을 지니고, (미래 기술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미래상에 대한 질문에 브루커는 "사실 나는 언제나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 세계 사람들이 (미래상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는 순간이 오니, 나는 좀 더 희망적인 사람이 됐다. 역사상 굉장히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시대에 산다. 우리가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받았다. '블랙 미러'는 굉장히 나쁜 상황이 벌어지면 어떨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이 나쁜 건 아니다. 기술은 기본적으로 좋지만, 사람들이 그 기술을 어떻게 나쁘게 적용하는지를 말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인터뷰]블랙미러 "앞에 것 안봐도 따로 즐길수있는 드라마"

'블랙 미러'는 2011년 영국의 방송사 채널4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2016년 시즌 3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됐다. 플랫폼의 차이로 인한 변화에 대해 브루커는 "처음에는 전통적인 TV미디어로 방송이 됐는데, 그런 환경에서는 운이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같은 시간대에 갑자기 축구 경기를 한다거나, 뉴스특보 때문에 방영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고 했다. 

존스는 "채널4는 영국의 전통적 상업 방송사다. 47분 정도로 에피소드가 구성됐고, 3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내놨다. 넷플릭스로 가면서 유연성이 더 생겼다. 내러티브나 길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그래서 에피소드 수를 3~6편으로 에피소드를 늘리고, 도전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새로운 톤에 도전해볼 기회가 생겼다. 플랫폼이 변했으므로, 시즌 안에 특이한 에피소드가 있어도 '블랙미러'의 전반적 톤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도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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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더스내치'는 지난해 '블랙미러'가 공개한 인터랙티브 무비다. 양방향적 영화로 대중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작품은 관객이 넷플릭스 영상 플레이어를 통해 상황을 선택, 스토리 전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음악 선정 같은 작은 것부터, 결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까지 설정할 수 있다. 브루커는 "'블랙 미러'는 이제 '영화'같은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나 VR은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새로운 시도들은 계속 될 수 있을 것 같다. 뮤지컬이 하나의 새로운 장르이고, 형사물이 새로운 장르인 것처럼, VR 기반의 인터랙티브도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인터랙티브로 만들었을 때, 의미가 있는 스토리가 나와야 한다. '밴더스내치'가 나온 모습은 굉장히 맘에 들었다.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 거기에 나오는 캐릭터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아준 점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봤다. 이런 인터랙티브 영화는 그 전에도 있었지만, 개인 플랫폼이 아닌 (넷플릭스라는) 다른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점, 이 정도로 규모로 만들어진 게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좋은 엔딩을 봤기를 바란다"고 '밴더스내치'에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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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5의 첫 에피소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존스는 "이 쇼에서 보여주고 있는 건, 일반적이지 않은 삼각관계다. 포르노에 대한 유사성과 비유를 줬다고 할 수도 있다. 포르노가 굉장히 발달해서 개인화되고 몰입을 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포르노를 통해) 건강한 정도의 수준으로 일상에서 일탈을 하는 것보다, 불륜을 저지르는 것처럼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극중 '대니'가 계속 생각하는게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피소드의 소재가 LGBT를 다루는 것인지에 대해서 브루커는 "LGBT와 관련된 요소를 중점적으로 다뤘느냐고 묻는다면, 그런 요소도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불륜, 결혼, 우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가지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LGBT를 특정해서 다뤘다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이 쇼에서 상당히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은, 이 스토리 안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섹슈얼리티'가 다뤄진다는 점이다. 그것에 대해 어떤 캐릭터도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잘 모르고, 그걸로 인해 긴장이 형셩된다"고 답했다. 

 미래상과 관련,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는 출처를 묻는 질문에는 "사실 이런 아이디어는 뉴스를 읽는다거나 기술 관련 페이지에서 얻기보다, 우리끼리 재밌는 얘기를 하면서 발굴한다. 이상한 상황, 웃긴 상황을 얘기하며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나서 '이걸 이런 식으로 다뤄보면 재미있겠다'로 이어진다. 이번 편도 '실제 생활에 적용해보면 어떨까'해서 나온 에피소드"라고 말했다.

 "우리는 (스토리를 위해) 말다툼을 한다. 토론, 토의, 말다툼, 다 한다. 내가 일단은 글을 쓰고 애너벨에게 첫 번째 초고를 보여준다. 그전에 브레인스토밍을 같이 하고, 내가 쓰고 스크립트가 나오면 애너벨에게 보여준다. 정말 싫어하는 단계다. 초안을 보여주면, 거기서부터는 협업이 시작된다. 쓰는 과정은 사실 외로운 과정이다. 디테일을 확정하는 단계에서는 계속 같이 작업을 한다. 대본을 쓰는 건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중요한 단계는 편집이다. 편집 단계에서는 다 같이 일한다. 그 과정에서 95%정도는 우리의 의견이 언제나 일치한다. 그게 참 도움이 된다. '블랙 미러'라는 시리즈 안에서 에피소드마다 스토리는 달라도 방향성을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는 건 컬래버레이션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블랙 미러' 시리즈는 작가 스티븐 킹(72)으로부터 '섬뜩하고, 재미있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2017, 2018년 연이어 에미상 최우수 TV 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각국 시상식에서 29회 수상을 기록하며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블랙 미러' 시즌 5의 첫 에피소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넷플릭스를 통해 5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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