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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학교폭력의 추이와 대책

등록 2019.06.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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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유경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학교폭력의 추이와 대책”을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한유경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학교폭력의 추이와 대책”을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한유경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폭력이 갈수록 저연령화, 집단화, 흉폭화 되어감에 따라 학교·학부모 등 교육주체들 간의 대립으로 확산되고, 법정다툼으로 까지 비화되는 등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어 학교폭력을 학교 이외 전 공동체의 유기적인 대응 없인 해결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장을 역임하면서 2012년부터 교육부 중점연구소의 하나로 지정된 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을 7년째 수행하고 있는 한 교수는 그동안 정부와 경찰, 학교 등 유기적인 대응으로 학교 폭력대응에 대해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단계에 와 있지만 갈수록 SNS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한 언어적 괴롭힘 등 사이버 공간이 학교 폭력의 새로운 피해의 현장으로 등장했다며 학교폭력문제해결에 대해 학교나 교사에게만 부담주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7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서 ‘학교폭력추이와 대책’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 교수는 최근 서울 강남 소재 학교들에서 학교폭력문제로 학교, 학부모들 간 법정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원인과 관련, 학교당국의 중재안이나 조정을 가해 학생부모나 피해 학생부모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학교 폭력 해결을 위한 좀 더 매뉴얼화되고 체계화 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학생의 폭력전과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겨져 대학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가해 학생 학부모들이 학생부기록을 거세게 반대하지만 거의 모든 학생들은 학교 정의를 위해 필요하다며 맞서는 등 학생부 기록여부를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교수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사와의 소통이 확대되는 것이 필요하지만 학생들은 해결능력에 대해 학교당국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어려움이 있어 경찰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 후 토론시간에 많은 참석자들이 학교폭력은 가정 사회 등 전 공동체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특히 교사들의 학생 가정현장 방문을 통한 현장중심의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뉴시스는 이날 한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학교폭력과 괴롭힘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회적 문제임에 분명하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폭력 및 괴롭힘은 아동 및 청소년이 교육을 받고 건강할 권리 등을 침해한다. 많은 연구들은 폭력경험이 피해 학생들의 학업수행, 신체적·정신적 건강, 그리고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으며, 가해자 및 방관자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학교폭력경험들이 불안, 두려움, 불안전한 학습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학교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과 괴롭힘은 성인기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더 포괄적인 사회적·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한다. 따라서 학교 내 괴롭힘에 개입하는 것은 장래의 반사회적 행동 및 범죄행동, 사회관계형성의 어려움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성인기까지 영향

‘학교폭력과 괴롭힘: 국제 현황 보고서(School Violence and Bullying: Global Status Report)’에 따르면 전 세계 11~13세 학생 중 34%는 지난 1개월 이내에 다른 학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으며 그 중 8%는 매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특히 성(性) 규범과 고정관념, 성적지향, 민족정체성 차이, 언어능력 부족 등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아이들이 폭력의 주요 피해자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유네스코가 지난해 18개국 10만여 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25%가 신체적 외모 때문에 괴롭힘을 당했고 성별이나 성적지향, 민족이나 출생 국가 때문에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도 각각 25%에 달했다.

전 세계 교육자들이 한국의 학교폭력 대응 사례에 주목한 것은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예: PISA)등 지적영역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등 정의적인 측면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즉, 세계적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정부가 학업성취도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예방을 위하여 학생들의 사회적 역량 증진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우리의 성공사례는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 2017년 1월 유네스코 본부와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는 ‘학교폭력과 괴롭힘’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으며 이 자리에는 국제기구, 정부, 대학, 연구소, 민간기구 활동가 등 70개국 300여 명이 참석해 학교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방법과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의 우리 정부대책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이어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났다고 평가된다. 교육현장에서의 관심과 개입을 중시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학교폭력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기관별로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학교폭력 발생의 다양한 원인에 따른 대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폭력 예방 대책은 교육부는 물론 국무총리실·여가부·보건복지부·법무부·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협업과 소통을 통해 정책을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또한 정부의 노력 중 하나로 참여율이 증가하면서 학교폭력의 민감성이 높아지고, 피·가해 응답률, 목격 응답률 모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아직까지 안심하기 어려운 지표들도 남아 있다. 여전히 학교폭력 가해자는 동학교 동급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쉬는 시간이나 하교 이후에 주로 발생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여전히 학교 안, 주로 교실 내에서 주로 발생하나 최근에는 학교폭력의 새로운 피해 장소로 사이버 공간이 지목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학교폭력 경험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저연령화, 집단화, 흉폭화, SNS 등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폭력 등의 다양한 특징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눈에 띄는 신체적인 폭행, 금품 갈취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 언어폭력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 등으로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유네스코 방콕과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는 사이버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디지털 시민성 연구(DKAP, 2018)를 추진한 바 있다. 또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 교육주체들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학교폭력 관련 제도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가정-학교-사회,  폭력 용인하지 않아야

학교가 존재하는 한 학교폭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육적·정책적 노력을 통해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하는 것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것인지, 어떤 것이 학교폭력 근절에 효과적인지 그 방향성을 인지하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강력한 조치나 처벌 기준 강화보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확신하고 있다. 잠재해 있는 학교폭력에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경험하는 교육의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면 우리나라 학교 문화는 선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폭력은 결국 우리 모두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학교폭력에 대해 민감성을 높일 경우 학교폭력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으며, 학교폭력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변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 최근에 강조되고 있다.

폭력을 목격했을 때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는데 이는 비단 학교폭력 상황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 할 수 있다. 가정-학교-사회가 서로 협력하여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긍정적인 학교 풍토와 안전한 지역사회 문화를 조성해 나가려고 노력할 때 근본적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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