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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찬채 살인 40대…법정서 "심신미약" 주장

등록 2019.06.13 11: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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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재판…"혐의는 인정, 고의 없어" 우발 주장

'ADHD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서 범행' 주장도

유족들 "미리 준비한 범행, 엄벌에 처해달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고가혜 기자 =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같은 고시원에 살던 이웃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측이 첫 재판에서 우발적 범행과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민철기)는 13일 오전 살인과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39)씨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는 혐의는 인정하나 살인에 고의는 없었다고 이야기한다"며 "김씨가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앓고 있어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는 계속해서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고 경찰에 직접 자수한 것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2006년 특수강도로 징역 10년을 받고 2016년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을 받아 같은 해 6월 출소한 것 외에도 김씨에게 특수강도·절도 등의 전과가 많다"며 "살인범죄의 경우 재범 가능성이 높아 기소했다"고 공소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평소 겁이 많아 사람을 해할 용기가 없는데 평소 본인을 괴롭히던 피해자가 멱살을 잡으며 달려들자 무엇에 씌인 것처럼 인생 가장 큰 분노가 치밀어 올라 순간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했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 유족들도 참석했다.

재판부가 이날 유족의 발언을 허락하자 유족 대표는 떨리는 목소리로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행위를 할 수 있냐"며 "재판을 지켜보니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 일반 살인죄와 동일하게 엄정한 처벌을 바란다"고 진술했다.

재판 내내 고개를 들고 검찰 측 진술조서를 찬찬히 확인하던 김씨는 유족 발언 내내 유족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재판을 마친 후에도 유족들은 한숨을 쉬고 눈물을 글썽이며 "미리 흉기를 들고 숨어있었는데 우발적 범행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생전 법원에 나와본 적이 없어 재판에서는 말을 제대로 못했으나 유족들도 살고 싶은 생각도 없는 상태"라며 "피고인 강도와 강간 혐의도 있는 점을 감안해 엄벌에 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새벽 4시35분께 자신이 머무는 성동구 소재 한 고시원 건물에서 같은 고시원에 살던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건물 2층에 있던 노래방 주인의 신고를 받고 김씨를 추적해 약 4시간 만에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당일 숨졌다. 이에 따라 검거 당시 김씨 혐의 중 살인미수였던 부분이 살인으로 바뀌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범행 전날 본인의 방 출입 열쇠 문제로 고시원 총무와 다투다 이웃 방에 거주하는 피해자가 총무 편을 들자 앙심을 품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에 사용할 흉기와 전자발찌를 끊을 절단기를 미리 준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가 강도강간죄로 10년을 복역하고 지난 2016년 만기 출소했으며, 범행 당시 전자발찌를 발목에 차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도주 과정에서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자발찌를 훼손한 혐의도 받는다.

김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11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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