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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자동화로 세상 바뀌었어요" 택배기사 업무강도↓ 수입 ↑

등록 2019.06.13 16: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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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자동화로 세상 바뀌었어요" 택배기사 업무강도↓ 수입 ↑

【부천=뉴시스】박주연 기자 = "휠소터(물류자동분류시스템)가 들어온 후에 세상이 바뀌었어요. 요즘 들어온 기사들은 모르겠지만 전에는 택배기사들이 오전 내내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서 택배를 분류해 차에 실어야 했는데, 이제는 물류보조원들이 택배를 분류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에 실어가면 됩니다. 다른 택배기사들과 물류보조원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느라 월 20만원 정도가 더 들지만 효율이 좋아지면서 수입은 더 많아졌어요."

13일 오전 경기 부천시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에서 만난 택배기사 A씨가 말했다. A씨는 작업장 한켠에 마련된 휴식공간에서 동료 택배기사들과 대화를 주고 받으며 자신이 실어갈 택배들이 다 분류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CJ대한통운 최우석 택배사업본부장(상무)에 따르면 수년 전까지만해도 매일 아침 택배기사 100여명이 새벽같이 출근해 컨베이어벨트 위를 지나가는 택배상자의 운송장을 보고 중 자신이 담당해야 할 상자를 빼내는 인수 업무를 해야 했다.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꼬박서서 이 작업을 하고 나면 기사들은 "배송할 힘이 남아있지 않다"고들 했다. 오전에는 꼬박 상품인수 작업을 하느라 낮 12시 이전에는 배송작업이 이뤄질 수도 없었다.

하지만 휠소터가 적용된 이후 양천서브의 모습이 확 바뀌었다. 택배 분류가 자동으로 이뤄지면서 컨베이어벨트의 속도가 빨라지고, 업무 효율도 극적으로 높아졌다. 휠소터는 택배상자의 바코드를 스캔해 구역별로 화물을 자동 분류해준다.

자동화시스템이 도입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휠소터는 오히려 일자리를 만들었다. 택배기사들이 물류보조 아르바이트를 고용했기 때문이다.

최 본부장은 "양천서브의 경우 휠소터가 택배상자를 5명분씩 중분류해준다"며 "5명이 한 팀이 돼 휠소터가 1차 분류한 상자를 개인별로 다시 분류하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별로, 택배 대리점 보조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아르바이트 고용에 월 10만~20만원씩을 부담한다. 아르바이트 직원이 실어갈 물건을 최종 분류하면 택배기사는 자신의 동선에 맞춰 배송차에 물건을 싣는다. 나중에 방문할 지역의 택배상자는 안쪽에, 먼저 방문할 지역의 상자는 바깥쪽에 실어야 하기 때문에 이 업무는 택배기사가 직접 한다. 

CJ대한통운은 2016년부터 전국 택배 서브터미널에 휠소터를 설치하기 시작해 현재 178개 서브터미널에 분류자동화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매일 오전·오후 2차례 배송이 가능해졌고, 택배기사들의 수입도 크게 늘었다.

실제 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평균 연소득은 6937만원으로, 왠만한 직장인들보다 높다.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얻는 택배기사도 전체 소속 택배기사의 4.6%에 해당하는 559명에 이른다.

최 본부장은 "농사를 지으면서 투잡으로 택배일을 하거나 노후에 운동삼아 소량으로 택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소득이 1억원 이상인 사람들은 대부분 영업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300만~700만원선"이라며 "평균으로 따지면 월 578만원 수준인데 여기서 유류비, 세금, 운송장 구매비, 대리점 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월 430만원 정도가 순수익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택배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은 배송기사 1인당 아파트 1500세대 정도를 담당한다. 이는 경쟁사의 5000~6000세대에 비해 적은 규모로, 밀집도가 상당히 높다는 의미다. 택배 운송지가 밀집된만큼 소속 택배기사의 업무강도는 낮고 수입은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이탈률은 월 0.5%, 연간으로 따지면 6%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CJ대한통운 정규직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CJ대한통운의 한 관계자는 "이탈하는 택배기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진입도 쉽지 않고, 공개채용도 거의 없다"며 "생활정보지 등에 택배기사 모집광고가 올라오는 것은 99.9% 지입차 사기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택배기사들의 연령이 대부분 40, 50대였지만 이제 20, 30대도 늘고 있다. 수입이 좋아지면서 가족이 함께 택배기사일을 하거나 아버지의 추천으로 아들이 택배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최우석 본부장은 "택배업은 발송자가 10만명 이상의 중소유통상인이고 받는 사람은 전 국민인 대 국민 필수 공공서비스"라며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만8000명이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곳을 다니는 과정에서 인명구조, 화재 진압 등 선행사례도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80세 택배기사도 있고, 70세까지 일하겠다는 기사들도 많다. 과거에는 택배가 3D직업의 대표주자로 꼽혔지만 이제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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