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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수사" VS "진술 거짓"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사건 진실공방

등록 2019.06.17 07: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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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 현 남편 "충북 경찰 못 믿어…고씨 정황 의심"

경찰 "남편, 거짓말탐지기서 '거짓'…원칙대로 수사"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07.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07.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구속)의 의붓아들(4) 의문사에 대한 진실 공방이 거세다.

고씨의 현 남편은 석달 전 자신의 아들을 고씨가 살해했다며 경찰의 부실 수사를 공격하고 나선 반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공정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범죄 혐의가 없는 질식사'에 무게가 실리던 고씨의 의붓아들 변사사건은 경찰 수사를 신뢰하지 못한 현 남편의 검찰 고소로 새 국면을 맞았다.

다만, 고소인 조사만 제주지검에서 담당하고 고씨에 대한 피고소인 조사는 충북 경찰이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이르면 이달 말로 예상되는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고씨 현 남편 "고유정 살해 의심…충북 경찰 신뢰 못 해"

고유정의 현 남편 A(38)씨의 아들 B(4)군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 작은방 침대에서 A씨와 함께 잠을 자던 중 숨졌다.

당시 안방에서 따로 잠을 자던 고씨는 남편의 비명을 듣고 거실로 나와 119에 신고했다. 고씨는 경찰에서 "감기에 걸려 다른 방에서 잠을 잤는데, 남편이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아이를 둘러업고 나와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제주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B군은 지난 2월28일 청주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씨 부부는 사고 직전 B군을 함께 키우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고씨의 현 남편 A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는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외상이나 장기 손상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B군은 제주도에서부터 감기약을 복용해왔으나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 13일 고씨를 B군에 대한 살인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A씨는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고씨가 내 아들을 살해한 것 같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고소장 제출 이튿 날 취재진들과 만나 "충북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며 경찰 수사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A씨는 "숨진 아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 확대를 요구했으나 경찰을 믿을 수 없어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며 "경찰은 고씨를 1차례 참고인 조사하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B군의 발견 상태와 B군이 복용한 감기약, 이에 대한 고씨의 반응, B군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고씨의 행동, 육아 문제 등을 고씨의 범행 정황으로 꼽았다.

A씨는 "발견 당시 아들의 얼굴 주변에 피가 묻어 있었고 지금도 침대 매트리스에 피가 묻어 있는 상태"라며 "단순 질식사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들이 숨지기 전날 밤 고씨와 차를 마신 뒤 평소와 달리 깊은 잠에 빠졌다"며 고씨가 전 남편을 살해하는 데 사용한 '졸피뎀' 등의 약물 범행을 의심했다.

A씨는 경찰 수사과정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었다.

그는 "방만 달랐지 같은 공간에서 잤던 고씨에 대한 조사는 1차 부검 후 5월2일 단 한 차례였다"며 "수사의 초점이 나에게만 맞춰진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씨의 전 남편 살인사건이 터진 뒤 내 아들에 대한 수사 확대를 요구했지만, 더 이상 충북 경찰을 믿을 수 없어 검찰에 직접 고소하기로 했다"며 경찰의 대응을 지적했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는 가운데 피해자 가족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피해자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12.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는 가운데 피해자 가족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피해자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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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경찰 "원칙대로 수사 중…남편 진술 신빙성 없어"

경찰은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뚜렷한 범죄 혐의점이 없는 데다 오히려 A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의 전 남편 살인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A씨는 고씨에 대한 범죄 의심을 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유족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며 수사를 해왔는데, 이제와 입장을 바꾸고 부실수사를 거론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상당경찰서는 B군이 숨진 채 발견된 당일 현장 감식과 A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했다. 당시 A씨의 집에서는 외부 침입 흔적이나 범행 도구 등 타살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날 유족 대표로 A씨를 참고인 조사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군의 부검을 의뢰,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정밀검사 결과를 5월1일 통보받았다. 외상이나 장기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약물과 독극물도 검출되지 않았다.

A씨에 대한 체모 감정에서도 졸피뎀 등의 약물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당시 고씨는 국과수 감정을 거부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5월2일 A씨의 2차 참고인 조사와 고씨의 1차 참고인 조사를 한 뒤 A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A씨의 동의를 얻어 같은 달 28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진행했다. 6월3일 결과에서는 A씨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나왔다.

그 사이 고씨는 5월25일 제주로 내려가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6월1일 청주 자택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6월3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A씨 부부의 휴대전화, PC, 병원 처방내역 등을 확보했다. 이날 A씨를 다시 불러 3차 참고인 조사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진 유족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가며 수사를 해왔다"며 "A씨에게만 수사 초점을 맞췄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A씨는 아이와 함께 잠을 잤던 친아버지이자 유족 대표로 첫 조사를 받은 것이고, 이후 국과수 부검 결과와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나와 추가로 조사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씨의 조사가 한 차례 밖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선 "일단 고씨의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당시만 해도 A씨도 자신의 부인인 고씨를 범인으로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변사사건 수사 원칙에 따라 최대한 정확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가 마무리되면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검찰 고소에도 이 사건을 전담하게 된 청주상당경찰서는 오는 25일께 형사들을 제주로 보내 고씨를 재조사할 방침이다. 고씨는 A씨의 고소로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피고소인) 신분으로 전환됐다.

제주지검은 A씨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한 뒤 충북 경찰에 그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각종 추측을 낳고 있는 고씨 의붓아들 변사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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