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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사장, 의결권 위탁 반대…"수급연령↑소득공백 우려"(종합)

등록 2019.06.17 17: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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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북미 연기금, 운용방식 달라도 의결권은 직접"

"은퇴후 소득無…수급나이만 늦추면 제도취지 무색"

"공적연금 강화 우선…퇴직연금 포함 주장도 있어"

연금제도개혁 논의엔 아쉬움…"논의진전 없이 실종"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금융도시 육성을 위한 국민연금공단 제2사옥 기공식이 17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실시된 가운데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19.04.17.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금융도시 육성을 위한 국민연금공단 제2사옥 기공식이 17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실시된 가운데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19.04.17.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7일 의결권을 시중 기금운용사에 맡겨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국내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년연장 논의와 함께 연금제도 개혁 때마다 불거지는 수급개시연령 상향 조정에 대해서도 은퇴 후 소득 공백 우려가 큰 현실을 고려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조세기반인 기초연금을 바탕으로 국민연금에 퇴직연금까지 공적 노후소득보장체계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캐나다와 달리 노후빈곤실태 고민 없이 기금소진만을 고려한 한국사회의 연금개혁 논의과정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 2개국 출장을 다녀온 뒤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제도와 기금운용 발전방향 모색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우선 김 이사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원칙)와 관련해 의결권 행사를 포함한 기금운용을 민간에 위탁해야 한다는 한국경제연구원 등 일부 주장에 강한 반대 의견을 냈다.

김 이사장은 "스웨덴, 네덜란드 등 모든 연기금기관이 의결권 행사는 직접 한다"며 "여러 자문사 의견을 참조할 수 있겠지만 투자자로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지는 게 맞다. 제3자에게 맡긴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금도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판단과 기금운용위원회 결정에 따라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고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만 민간위원으로 꾸려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판단을 구하고 있다.

의결권행사 위탁 주장에 대해선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가 위탁운용하니까 국민연금도 위탁운용을 맡기고 의결권도 맡기라고 하는데 그건 국내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탁운용 실적이 좋으면 그렇게 하겠는데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건 위탁운용 쪽"이라며 "직접 (의결권 행사하는 것)을 늘려야 하는데 거꾸로 의결권을 (외부에) 맡기라는 게 누구의 이해관계인지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와 미국 연기금기관도 기금운용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의결권은 기관이 직접 행사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지방 공무원 퇴직시스템인 OMERS는 자회사 등을 통해 투자자산의 96%를 직접 운용하는 반면 미국 뉴욕시 자산관리국은 미국 국채 및 현금성 자산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를 위탁운용사에 맡기고 있다. 그러나 두 기관 모두 외부 자문은 참고 수준으로만 활용하고 의결권 행사 결정은 기관 내부에서 직접 수행한다.

김 이사장은 "OMERS는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를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자문사 의견은 참고하는 것이지 결정은 자기들이 직접 한다고 했다"며 "캐나다는 8개 공적연기금 기관들이 의결권 행사 의견을 서로 교환한다는 특징이 있다. 대한항공 의결권 행사 때도 캐나다 연기금기관들은 같은 입장을 취했는데 상호 협의해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정년연장 논의에 따른 국민연금 수급연령 조정에 대해선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처럼 60세에 노동시장을 나와 '소득크레바스(은퇴 이후 연금 수급 전까지 소득공백)'를 견딜 아무런 대안이 없이 수급개시연령만 올리는 건 제도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후소득보장체계와 관련해선 '선(先) 공적연금 강화-후(後) 사적연금 활성화'라는 기본원칙 하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퇴직연금까지 공적 연금 체계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이사장은 "유럽처럼 조세기반 소득보장제도가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지고 있어 소득보장이 충분한데 앞으로 재정이 걱정인 나라들이 연금제도개혁을 했으니까 '우리도 하자'고 얘기하면 소득보장을 해결하지 못하고 왜곡된 채 가는 것"이라며 "선 공적연금 강화, 후 사적연금 활성화가 맞다"고 밝혔다.

퇴직연금을 기초연금, 국민연금과 같이 공적 노후소득보장체계에서 관리하는 방안도 소개했다.

김 이사장은 "퇴직연금 기금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몇가지 아이디어가 제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후다층소득보장체계 속에서 1층에 기초연금과 그 위에 국민연금, 그 위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있는데 최소한 퇴직연금까지는 공적 노후소득보장체계로 포함시키는 게 맞지 않느냐는 학자들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기금위탁운용은 의미 없고 제도 연계성 논의가 선행돼야 그런 논의가 가능한데 지금은 거기까지 나가지 못한 상태"라며 "퇴직연금 관련된 내용은 고용노동부 등 조금 더 높은 단위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서 논의 중인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안과 관련해선 캐나다 사례를 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재정추계와 연금제도개혁 과정은 노후빈곤실태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공유 없이 재정추계결과만 내놓고 기금소진 시기만 논란되다보니 정작 노후소득보장제도 어떻게 발전시킬 건지 진지한 토론이 생략된 아쉬움이 있다"며 "캐나다는 국민노후보장 실태 어떤지 발표하고 대책 내놓는 방식으로 갔다는 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현행 유지를 포함해 기초연금 강화, 노후소득 보장 강화 2개안 등 4가지 방안이 담긴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반면 캐나다 정부는 2016년 우리나라 국민연금 성격으로 18~70세 노동자 및 자영업자 대부분을 포괄하는 소득비례 연금제도인 CPP(Canada Pension Plan) 제도를 개혁하면서 소득대체율을 25%에서 33%로 높이고 보험료율도 9.9%에서 11.9%로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든, 전문가든 누구나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갑론을박 토론하면서 일정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일반적인 견해와 다른 주장을 얘기하면 융단폭격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논의 진전이 안 되는 분위기"라며 "캐나다도 영국도 치열한 논쟁을 벌였는데 (한국은) 언제 논쟁이 있었는지 기억 속에서도 흐물흐물할 정도여서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더해 제시한 노후소득보장 수준이 캐나다에 비해 낮은 건 아니라는 게 김 이사장 생각이다.

그는 "캐나다는 OAS(Old Age Security, 노령연금)와 CPP를 합쳐 100만원 정도"라며 "우리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의해 100만원 보장을 목표로 했는데 모든 복지국가들이 최소한 100만원 이상 수준을 공적연금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정부가 국민연금 제도 개편안으로 현행유지방안과 기초연금 강화, 노후소득보장 강화 등 4개 개선안을 발표했다. 제도 조정 범위로 소득대체율은 40~50%, 보험료율은 9~13%, 기초연금은 30만~40만원 등을 제시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정부가 국민연금 제도 개편안으로 현행유지방안과 기초연금 강화, 노후소득보장 강화 등 4개 개선안을 발표했다. 제도 조정 범위로 소득대체율은 40~50%, 보험료율은 9~13%, 기초연금은 30만~40만원 등을 제시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일부에선 지금까지 낸 국민연금 보험료를 담보로 도중에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현재 공단은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1인당 최대 1000만원까지 노후긴급자금을 빌려주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예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한시적으로 시행한 적이 있는데 항시적으로 했을 때 적립금을 깨서 쓰고 나중에 보충할 수 있는지 고민이 있다"며 "최근 정부 내에서도 이 문제로 토론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금운용인력 이탈 방지 등을 위한 처우개선 문제를 두고선 "처우를 최상위 수준으로 올리는 문제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얘기가 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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