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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북중 회담 주시…'동시다발' 정상외교 준비에 총력

등록 2019.06.20 11: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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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오늘 방북 길에…靑, 북중 회담 결과에 주목

中, 비핵화 협상 '촉진' 역할과 '방해' 역할도 가능

文, 한중·한미회담 준비 병행…비핵화 협상 동력 찾기

한일 회담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로 불투명

文대통령, 북중 회담 주시…'동시다발' 정상외교 준비에 총력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을 주시하면서 앞으로 열흘간 숨가쁘게 진행될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정상 외교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리는 반부패 정책협의회 외에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정상외교 진행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전용기로 북한을 방문해 1박 2일간 북중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우리 정부는 시 주석이 전날 노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한반도 문제 개입을 시사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우리는 조선측 및 해당측들과 함께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조심스럽게 북중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 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한국·미국과의 대화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봐도 김 위원장은 한국·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전후해 중국을 방문해 의견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 웠다.

하지만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과 북중러가 각각 밀착하면서 남북미 중심으로 진행되던 비핵화 대화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무역 협상과 대만·홍콩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대미(對美) 압박 카드로 사용하려 할 경우 한반도 주변의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중국이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시도할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지난 17일 '북한 비핵화 이슈를 미·중 무역분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의 목표는 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중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 공식적으로 어떤 발표를 할지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북한 비핵화 문제는) 최종적으로는 제재를 하고 있는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을 전후로 이어지는 각국과의 정상외교 준비로도 분주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G20 회의 기간 동안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갖는다. 29일 이후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한미,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 비핵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북미·남북간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협상의 동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이 최근 여러 차례 북한에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짧은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미 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 이전 남북 간의 접촉이나 협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작년 5월 26일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했을 때 북측에서 20시간 전에 알려줬다. 그러니까 20시간만 있으면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 개인적으로는 두 정상이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해야 한미정상회담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文대통령, 북중 회담 주시…'동시다발' 정상외교 준비에 총력



정부와 청와대는 G20 기간 중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과의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북미간 대화가 진전되면 중국, 일본, 러시아 등도 북한 비핵화에 일정 부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하지만 한일 정상회담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를 놓고 양국 정부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외교부는 전날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일본이 요구한 중재위 구성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 보상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우리 제안을 거부했다. 일본은 우리 정부가 중재위 구성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일 정상회담을 열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에서는 한일 정상회담 문제와 관련해 '우리로선 할 일을 다 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무리한 양보를 하면서 한일 정상회담에 매달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일본 측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부분에 대한 제안을 했고, 일본이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우리는 한일 정상회담까지를 고려해 전향적인 제안을 하고 노력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경제 협력국과의 '세일즈 외교'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오는 26~27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6일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을 갖고 건설·인프라,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보건·의료, 국방·방산 등의 분야에서 양국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사우디와의 정상 외교에 상당한 경제적 실익이 있어 회담을 더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의 실권을 잡은 지난 2016년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동반하는 개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사우디가 추진하는 다양한 인프라 사업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비전 2030에는 향후 20년 동안 원자력 발전소 16기를 건설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삼성, LG, SK, 현대차 등 4대 그룹 총수들과도 회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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