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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前우리은행장, 2심서 감형…부행장 무죄(종합)

등록 2019.06.20 11: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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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방해 혐의…1심 1년6개월→8개월

"합격 못한 지원자들 불이익에 주목"

"최종결정권자 이광구는 실형 불가피"

"부행장 적극적 역할 인정하기 어려워"

"사회적 비난과 형법상 피해자 불일치"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우리은행 직원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지난해 1월19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18.01.19.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우리은행 직원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지난해 1월19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18.01.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신입직원 채용비리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게 2심 법원 역시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형량은 줄였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박우종)는 20일 오전 이 전 행장 등의 업무방해 혐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이 전 행장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 인사부장 홍모씨는 이날 벌금 2000만원 선고를 받았다.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던 남모 전 수석부행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 밖에 함께 기소된 직원 3명에게는 500만~10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 전 은행장과 실무진 등은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인사 청탁자와 은행 내부 친·인척 명부를 만들어 이 명단에 있는 자녀들이 서류전형 또는 1차 면접에서 불합격했음에도 합격시킨 혐의를 받았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합격자 결정이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추천대상이란 이유만으로 이뤄졌다면, 이런 행위는 우리은행의 공공성 유무나 정도를 따질 것도 없이 대표자 또는 전결권자의 권한 밖이라고 봐야한다"며, "(이 전 행장은) 자격 없는 지원자를 응시할 수 있게 한 행위를 했고, 면접위원들이 해당 응시자들이 정당한 자격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사건 범행으로 말미암아 합격했어야하는데 합격을 못한 지원자들의 불이익에 관해 우선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종결정권자인 은행장에 대해서는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받은 남 전 부행장에 대해서는 "공모하여 업무방해 행위에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했느냐까지 볼 수 있느냐 부분은 피고인의 지위에 비춰볼 때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피고인들에게 전반적으로 원심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한편으로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피해자(우리은행) 측에서 별다른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표시가 없다. 심지어 규범적으로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크게 보아 은행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있다"면서 "실질적 피해나 사회적 비난의 초점과 형법상 피해자의 불일치를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지난해 2월2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에서 형사5부 구자현 부장검사가 우리은행 채용비리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2.0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지난해 2월2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에서 형사5부 구자현 부장검사가 우리은행 채용비리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2.02. [email protected]

이 전 행장과 남 전 부행장 등은 '청탁 명부'를 만들어 VIP 고객, 공직자 자녀 등을 부당하게 합격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2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전 은행장과 인사부장 홍씨는 인사 청탁 명부를 만들어 관리하며 합격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명부는 이 전 은행장 등 간부급에게 들어온 인사 청탁을 정리해놓은 문서 파일로 인사부에서 정리해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은행장은 서류 또는 1차 면접 합격자 명단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인사 청탁 명단에 있는 사람의 자녀가 '불합격' 처리돼 있으면 '합격점(●)'을 찍어 실무자에게 내려보냈다. 점수 조작이나 답안 유출 등이 없이 바로 불합격자를 직접 '합격자'로 만드는 수법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전 은행장 등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크게 보면 다 은행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2015년 공채 서류전형 또는 1차 면접에서 10명을, 2016년 19명을, 2017년 8명을 총 37명을 부당하게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31명은 최종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행장의 변호인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이 전 행장이 최종적인 전결권자로서 각 전형단계 합격자를 정했고 이들에 대해 면접심사를 한 것에 불과해 채용 업무에 방해가 된 게 아니다"라며 "우리은행이 기망을 당했다거나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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