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시간이 숙성한 작품...안종대 개인전 '실상 Le Temps'

등록 2019.06.20 17:07:0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21일 개막

【서울=뉴시스】안종대, 實相 Le temps, 2016-2019, Mixed media, 110 x 255.5 cm

【서울=뉴시스】안종대, 實相 Le temps, 2016-2019, Mixed media, 110 x 255.5 cm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품 제목에 작가의 메시지가 녹아있다. 실상(實相), 불어 Le Réel(실상)Le Temps(시간)을 같이 달았다.

"매 순간 만물을 변화하게 만드는 시간의 흐름 안에 절대적이고 완결된 상태의 실체(實體)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축적된 시간의 흔적들을 어느 한 순간의 상(像)으로서 목격할 뿐이다."
 
'시간과 실존'에 빠진 작가 안종대(62) 개인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나무나 쇳조각, 태양의 열기와 빛, 빗물과 이슬등을 활용한 평면, 입체,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은 시간으로 숙성된 작품이다.

작가는 재료의 선택에 대해 말할 때 '만난다'는 표현을 쓴다. 길을 걷다 만났던 나뭇가지, 프랑스의 화방에서 만났던 아프리카 마, 주방에서 만났던 깨진 그릇 파편 등, 그의 작업에 사용되는 오브제들은 모두 작가의 일상에서 소소한 인연을 맺게 된 것들이다. 1986년 파리국립미술학교 회화과를 졸업 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업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20일 안종대 작가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뉴시스】20일 안종대 작가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색지를 이용한 빛 작업은 숨김과 드러남의 미학을 통해 실체의 허상성을 역설한다. 깨진 그릇이 햇빛에 탈색되어 색지에 남긴 흔적등이 작품이다.

물을 이용한 작업도 마찬가지. 야외 공간에 펼쳐놓은 캔버스가 비바람을 맞는 동안 흙먼지가 자연스러운 무늬를 만들었고, 그 위에 흩뿌려진 못은 녹으로 다양한 문양을 새겨 넣었다. 작가는 그 위에 선을 긋거나 오브제를 배치하여 자신이 바라보는 실상의 우주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놓았다.

그렇다고 안종대의 '실상'이 그저 만물이 시간 앞에서 결국은 바스러져 사라진다는 허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소재로 사용되는 나무나 쇳조각, 태양의 열기와 빛, 빗물과 이슬, 흙의 흔적들, 이들은 음양오행의 원소들로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서로 영향을 미치고 조화를 이룸으로써 매 순간 '새롭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뉴시스】안종대 實相 Le temps, 2006-2019, Mixed media, 204 x 212 cm (s)

【서울=뉴시스】안종대 實相 Le temps, 2006-2019, Mixed media, 204 x 212 cm (s)


안종대의 '실상'은 단순히 사물의 외형이 낡아지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만물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화와 순환에 의해 변화한다는 우주의 진리, 혹은 하나의 개체나 개인이 세상과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존재 방식에 대한 탐구다.

미술평론가 강선학은 "안종대에게서 순간과 무한이라는 시간성은 일종의 빛의 채집을 위한 장치이자 작품의 존재론적 바탕"이라며 "빛들의 향연이 던지는 빛과 어둠, 드러남과 숨김의 양의성을 받아들이게 하는 그의 작업은 철저하게 사라지는 것들에 집중하는 존재론적 질문이어야 겨우 문을 여는 쉽지 않은 만남"이라고 평했다.

전시에는 평면 작업 외에도 대형 걸개그림과 조각, 설치작업등 장르의 구분없는 '실상 연작'을 소개한다. 중첩과 쌓기, 오래두기로 생성되는 스며들기, 바래기, 그리고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버리는 시간의 무서운 속성을 보여준다. 전시는 7월14일까지.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