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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국경서 아기·엄마 시신 넷발견..폭염기 비극 예고

등록 2019.06.25 07: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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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폭주 사막지대에서 며칠 만에 발견돼

【앨파소( 미 텍사스주)=AP/뉴시스】 텍사스주의 이민 어린이 수용시설에서 올 3월 27일 급식을 기다리는 어린이들.

【앨파소( 미 텍사스주)=AP/뉴시스】 텍사스주의 이민 어린이 수용시설에서 올 3월 27일 급식을 기다리는 어린이들. 

【서울=뉴시스】차미례 기자 = 미국 텍사스주 멕시코 국경과 가까운 지대에서 더위에 지쳐 쓰러져 죽은 듯한 아기 두명과 걸음마하는 유아 한 명,  여성 한 명의 시신이 발견돼 사상 최고의 숫자를 기록하고 있는 불법 이민 가족들의 혹서기 비극을 예고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민 당국은 이들 4명이 사망한지 며칠 지난 23일에 리오 그란데 밸리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기들과 여성의 관계 등 더 자세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시신들은 위험한 불볕 사막과 불어난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너려고 하다가 숨진 수많은 이민들의 비극 가운데에서도 가장 최근의 것이다.

이 사건 조사에 근접한 한 경찰관은 기자들에게 이들 4명이 강물을 걸어서 건넌 다음에 더위를 먹고 지쳐서 쓰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역을 통과한 이민가족들은 최근 몇달 동안 사상 최고의 숫자를 기록했으며,  5월에 최고에 달해 한 달 동안 어른과 아이들이 포함된 이민 가족들 8만 4000명이 체포되었다.  연초부터 계산하면 무려 50만명의 불법 이민이 국경에서 체포되어,  미 국경의 수용소들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설만큼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이 곳 2000마일의 국경선을 따라 발생한 이민들의 사망자 수는 총 283명에 달한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의 사망자 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리오 그란데 강에서는 4월에도 온두라스에서 온 3명의 아이와 어른 한 명이 뗏목이 뒤집힌 뒤에 익사한 듯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 가족을 만난 적이 있는 한 국경관리는 이들이 미국에 망명하려고 왔다가 너무나 긴 대기자 명단때문에 지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달에도 인도에서 온 6살짜리 이민 꼬마가 애리조나주에서 폭염으로 숨진 채 발견되었고 엘 파소 부근 국경을 따라 나 있는 농수로에서는 6월에만 벌써 7명의 이민들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지난 해 이 근처 운하와 지류에서 발견된 시신들은 총 11구였다.

【클린튼 (미 텍사스주)=AP/뉴시스】 미 텍사스주 클린튼에 있는 국경수비대 파출소. 이곳에 감금되어 있던 불법이민 어린이들이 불결하고 위험한 상태에서 갇혀있다고 텍사스주 출신 여성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당국은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클린튼 (미 텍사스주)=AP/뉴시스】 미 텍사스주 클린튼에 있는 국경수비대 파출소.  이곳에 감금되어 있던 불법이민 어린이들이 불결하고 위험한 상태에서 갇혀있다고 텍사스주 출신 여성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당국은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국경수비대의 라미로 코르데로 대변인은 지난 해에는 이 곳 운하와 수로 부근에 대원들을 배치해서 이민들이 구조될 수 있게 했지만, 올해에는 너무 많은 이민들이 몰려오고 환자까지 많아서  다른 임무에 바빠 배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트럼프 정부는 국경을 건너는 이민들을 위해 사막 곳곳에 물통들을 놓아두거나 의료 봉사를 하는 자원봉사 구호요원들에게 너무 심한 단속과 처벌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미 법무부는 지난 해에 "노 모어 데스" (No More Deaths )란 이름의 이민 사망방지 자원봉사단체에 속한 봉사원 1명을 이민2명에게 물과 음식과 잠 잘곳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범죄공모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최고 20년 형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배심원들간의 의견 대립과 교착상태로 결국 재판이 무효화되면서 끝났다.

국경에서 어린 자녀들과 함께 단속요원들에게 자수해서 정부 수용소에 간 이민들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난 해부터 지금까지 5명의 어린이들이 정부 수용시설에서 숨졌고, 지난 주 텍사스의 한 국경수비대 수용소에서는 수십명의 어린이가 불결하고 위험한 환경에 놓여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국경당국은 이들을 지난 17일까지 모두 다른 곳으로 이감시켰다.

올해에는  로키산맥일대에 폭설 등 강수량이 부쩍 늘어 리오 그란데 강의 수위가 높고  기상이변과 폭염이 더욱 잦아서 이민들의 생명이 더욱 위험한 상황이다.  지금도 국경수비대는 리오 그란데 강에서 거의 매일 물에 빠진 이민들을 구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관국경보호국에서는 지난 해 10월부터 시작된 이번 회계연도내에 총 3330건의 구조요청을 받았으며 이 숫자는 폭염이 본격화되는 올 여름엔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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