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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는 '알라의 대리인' …트럼프가 제재한 이유

등록 2019.06.25 08: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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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수비대 통수권자로 최소 수십억달러 자산소유

트럼프 정부, 혁명수비대 자금줄 끊기 노려

이슬람공화국 '레짐 체인지' 노린다는 우려도

【테헤란=이란 최고지도자 사무소·AP/뉴시스】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회담을 하기 위해 만났다.

【테헤란=이란 최고지도자 사무소·AP/뉴시스】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회담을 하기 위해 만났다.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0)를 정조준한 대이란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이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행정명령을 보면 " 다음과 같은 사람들은 미국 내에 있는 모든 자산의 운용이 금지된다"면서, 제1순위로  "이란 공화국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 the Supreme Leader of the Islamic Republic of Iran and the Iranian Supreme Leader’s Office)"을 지목했다.

두번째 대상은 "재무장관이 국무장관과의 논의를 거쳐 지정한 (제재대상) 인물", 세번째는 "이란 최고지도자 및 최고지도자실이 이란 공직자로서 임명한 인물 또는 이란 내 및 해외에 있는 조직(entity)의 장으로 임명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네번째는 "이란 최고지도자 및 최고지도자실에 의해 임명된 사람이 공직 및 이란 국내외 조직의 장으로 임명한 인물"이라고까지 적시했다.

그야말로 이란 최고지도자는 물론 그의 주변인물들의 미국 내 자산을 모두 동결하는 조치인 셈이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이 취했던 이란 제재들 중 최고 강도라고 할 수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처럼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겨냥한 제재를 단행한 이유는 두가지이다.

첫번째 이유는 하메네이, 즉 이란 최고지도자가 운용하고 있는 엄청난 자산이 미국 또는 중동의 미국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군사활동의 돈줄이란 점이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최정예 혁명수비대의 통솔권자인데, 혁명수비대는 글로벌 기업에 버금가는 경제활동도 펼치고 있다. 건설, 통신, 자동차, 에너지산업 등 거의 모든 경제분야에 진출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군권과 경제권을 명실상부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총 자산은 최소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로 이 돈이 육해공을 망라하고 있는 혁명수비대를 지탱하는 힘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 돈줄을 차단함으로써, '테러단체'로 지정한 혁명수비대를 고사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좀더 광범위하면서도 근본적이다. 바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에 대한 거부감 또는 부정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이란 체제변화, 즉 레짐 체인지를 노리고 있다는 지적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일어났을 당시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이 시위대에 점령당해 자국인 약 50명이 인질로 억류됐던 사건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겪었던 치욕은 이란 체제에 대한 미 보수진영의 거부감 또는 증오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이란이슬람공화국은 이슬람 법학자 통치론과 민주주의를 조합한 독특한 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행정부의 수반은 4년마다 한 번씩 국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는 임기 4년의 대통령이지만, 국가 원수는 종신직인 최고지도자이다. 즉, 세속 정치세력과 이슬람교 지도자가 권력을 나눠 갖는 일종의 과두 통치체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나타난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이 임명한 공직자"에는, 국민이 직접 뽑는 대통령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통령은 중도성향의 하산 로하니이다.

이슬람법학자인 최고지도자는 행정부와 협의해 모든 정책을 결정·감독하며 군통수권, 전쟁 및 종전 선언권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은 정규군에 대한 통수권을 가지고 있는 반면 최고지도자는 정예군 혁명수비대와 준 경찰조직인 바시지 민병대에 대한 통수권을 가지고 있다.

또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임명권, 대법원 판결이나 국회가 재적 3분의 2 찬성으로 탄핵한 대통령에 대한 최종 해임권도 갖고 있다. 최고 권력기구이자 대선 후보 심사권을 가진 혁명수호위원회의 위원 12명 중 6명에 대한 임명권,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 및 국영언론사 사장 임명권 역시 최고지도자의 몫이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 이슬람법에 맞는지 여부를 다시 심사한 후 통과 또는 거부할 수 있는 권한 역시 가지고 있다. 

종신직인 최고지도자는 국민 직선으로 선출된 86명의 이슬람법학자로 구성된 국가지도자운영회의에 의해 선출된다. 임기 8년인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고 감독하며, 해임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감독 및 해임권을 행사한 적은 아직 없다. 최고지도자의 유고로 자리가 비게 되면,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될 때까지 대통령, 대법원장, 헌법수호위원회의 이슬람법학자 3인으로 구성된 운영회의가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초대 최고지도자는 1979년 이슬람 혁명의 중심이었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이다. 1989년 호메이니가 사망하자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고인이 자신의 후계자로 사실상 지목했던 사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하메네이는 1960년대부터 반 샤(이란 국왕)운동에 뛰어들면서 호메이니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 됐다. 1979년 혁명 후 이슬람공화당 사무총장과 혁명수비대 차관 등 요직을 거쳤다가, 1981년 무함마드 알리 라자이 당시 대통령이 폭탄테러로 살해된 후 치러진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돼 1989년까지 재직했다. 1981년 폭탄테러 당시 현장에 있었던 그는 오른팔에 심한 상처를 입어 아직도 잘 쓰지 못한다.

종신직인 최고지도자는 파르시어(이란어)로 ‘벨라야트 이 파키흐’로 부른다. ‘벨라야트’란 수호자란 의미이고, ‘파키흐’는 이슬람 율법을 가리킨다. 즉 '율법의 수호자' , 나아가 '알라의 대리인'인 셈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이란 이슬람공화국 체제를 부정하고 레짐체인지를 노리고 있다면 양국 간의 정면 충돌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지금 국제사회가 미국과 이란간의 갈등을 크게 우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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