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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외무성 "美정책입안자 정치 좌지우지하면 비핵화 어려워"(종합)

등록 2019.06.26 14: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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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 제재 발언 북미 공동성명 정면 도전"

"북미정상 새로운 관계수립해도 개선 기대 어렵게 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대북제재 해제에 연연하지 않아"

【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2018.06.09

【서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정책입안자들이 국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한반도 비핵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6일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행위를 더욱 노골화하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이 최근 발표한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와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3일 취재진과 만나 북미 실무협상 가능성과 관련해 “‘북조선 경제의 80%이상이 제재를 받고있다는 데 대해 모두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면서, "제재가 조미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듯이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의 말대로 현재 미국의 제재가 우리 경제의 80% 이상에 미치고 있다면 10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미국의 목표인가"라고 반문하며, "이것은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에서 채택된 조미공동성명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대조선 적대행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대변인은 "제반 사실은 제재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 보려는 미국의 야망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최근 1년 연장된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겨냥해 "우리를 계속 적으로 규정해놓고 대조선제재를 그대로 유지할 목적 밑에 고안해낸 것으로서 극악한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또 "조미 수뇌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해도 대조선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작성자들이 미국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관계 개선도, 조선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미국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변인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김정은)동지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우리는 제재해제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우리 국가는 미국의 제재에 굴복할 나라가 아니며 미국이 치고 싶으면 치고 말고 싶으면 마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구든 우리의 자주권, 생존권을 짓밟으려든다면 우리는 자위를 위한 실력행사의 방아쇠를 주저없이 당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비핵화 협상 핵심인사들의 발언에 대해 비판을 해왔다.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2018 국제종교자유 연례보고서’ 발표를 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명시하면서 북한 정권이 종교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처형·고문·구타·체포하는 등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9.06.22.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2018 국제종교자유 연례보고서’ 발표를 하고 있다.미 국무부는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명시하면서 북한 정권이 종교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처형·고문·구타·체포하는 등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9.06.22.

북한은 지난 4월에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빌려 폼페이오 장관을 비판했다.

당시 최 제1부상은 문답에서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경로변경'을 운운했다"며 "이것은 최대의 압박과 경제봉쇄로도 우리를 어쩔 수 없게 되자 군사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이 우리 제도를 무너뜨려 보려는 어리석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CBS 방송 인터뷰에서 비핵화 협상에 대해 "평탄치 않고 도전적일 것"이라며 "협상이 깨지고 비핵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경로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밝힌지 6일 만에 나온 반응이었다.

또 지난 5월에도 볼턴 보좌관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하자, 외무성 대변인과 중앙통신 기자의 문답을 통해 볼턴 보좌관을 '전쟁광신자', '인간 오작품'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북미 정상 간 '친서외교'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이번 대변인 담화도 이른바 '새로운 계산법'을 두고 양측이 물밑에서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은)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시한을 통보한 바 있다.

김동엽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결렬시키고, 싱가포르 합의 마저 무의미하게 만든 상황에서 대북제재는 그대로고 인권, 종교 문제까지 들고 나오는데 대화를 하자고 해서 나가는 게 더 이상하고 비정상일 수 있다"며 "대화하려면 (미국이) 뭐라도 행동으로 보이라는 것이고, 가만히 있지 않고 할 말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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