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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 "대학생 시글리 北억류, 매우 심각한 문제"(종합)

등록 2019.06.27 14: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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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김일성 대학 재학 호주 대학생

한국 문학 공부하면서

【서울=뉴시스】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보도된 호주 퍼스 출신의 29살 대학생 알렉 시글리. <사진 출처 : 트위터> 2019.6.27

【서울=뉴시스】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보도된 호주 퍼스 출신의 29살 대학생 알렉 시글리. <사진 출처 : 트위터> 2019.6.27

【캔버라(호주)=AP/뉴시스】 유세진 기자 = 호주 정부는 27일 자국민 1명이 북한에 억류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서두르고 있으며 이 사건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보도된 29살의 대학생 알렉 시글리의 가족들은 그러나 그가 억류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글리가 지난 25일 아침 이후 가족 및 친구들과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그의 평소 행동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시글리의 고향 퍼스의 크리스티안 포터 검사장은 "호주인들의 상식에 비춰볼 때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호주 외교통상부는 북한에 억류된 호주 국민의 가족들에 대한 영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억류된 사람의 신원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시글리는 평양 김일성 대학에서 조선문학을 공부하며 자신이 설립한 통일 여행사에서 관광객들에 대한 가이드 일을 해 왔다.그는 2년 전 호주 ABC 방송에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천편일률적인 인식을 없애길 바란다며 "도덕적 및 법적 책임을 감안할 때 북한이 위험하다면  여행 가이드 일을 그만 두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시글리는 지난 3월 31일 영국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평양의 지하철은 게임, 영화, 뉴스에 빠진 '스마트폰 좀비'로 가득하다. 내가 만난 북한 사람 중 스마트폰이 없는 유일한 사람은 2000년대 노키아의 피처폰을 사용하는 73세의 문학론 교수님뿐이다"라고 변화하는 북한의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젊은 호주인이 북한의 최고 대학인 김일성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20대의 2년을 포기한다는 말을 들으면 다소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겠다"며 자신은 "김일성 대학에 있는 단 세 명의 서양 학생 중 한 명이며, 북한에서 유일한 호주인"이라고 설명했다.또  "평양의 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일하고, 여유를 즐기는지에 대한 귀한 통찰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시글리는 또 고교 시절 러시아 혁명을 공부한 이후 줄곧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학자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성장해 자연스럽게 아시아 문화를 접했다는 것이다.이후 중국 대학에서 공부하던 그는 북한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같은 층 기숙사에 살며 교류를 하게 됐다고 한다.

시글리는 "그들과의 만남은 '북한인들은 세뇌된 사람들'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며 "내 호기심을 매우 자극했다"고 기록했다. 이들의 도움으로 시글리는 2018년 4월 김일성 대학에서 현대 북한 문학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시글리는 자신이 현재 학생비자로 북한에 장기 체류하고 있으며 평양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전례 없는 접근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또 영어를 전공하는 학생과 한 학기 동안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다며 "그는 전 세계의 20대 남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열렬한 축구팬으로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FC 소속 공격수)와 메시(FC 바르셀로나 소속 공격수)를 사랑했다"고 했다.

시글리는 유창한 한국말과 함께 북한 곳곳의 사진을 트위터(@AlekSigley)에 올리는 온라인상의 유명인사다. 그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 뉴스를 통해 북한의 패션을 소개하는 등 서양인의 눈으로 본 북한의 모습을 꾸준히 공개해왔다.

한편 북한 관영 언론들은 시글리의 억류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호주는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있지 않으며 스웨덴 대사관이 한정된 범위 내에서 북한에서의 호주인 보호 업무를 대신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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