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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앨라배마주서 총 맞아 유산한 여성 살인죄 기소 '논란'

등록 2019.06.28 15:15:54수정 2019.06.28 15: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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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주, '초강력 임신중절 금지법' 가결

사건 담당 형사 "피해자는 태아뿐" 비난

【제퍼슨카운티=AP/뉴시스】미극 앨라배마주 제퍼슨 카운티 보안관실에서 제공한 마세이 존스(28)의 사진. 존스는 임신 5개월이던 지난해 12월 에보니 제미선(23)과 아이 아버지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배에 총을 맞고 아이를 잃었다는 이유로 우발적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2019.06.27.

【제퍼슨카운티=AP/뉴시스】미극 앨라배마주 제퍼슨 카운티 보안관실에서 제공한 마세이 존스(28)의 사진. 존스는 임신 5개월이던 지난해 12월 에보니 제미선(23)과 아이 아버지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배에 총을 맞고 아이를 잃었다는 이유로 우발적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2019.06.27.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임신중절(낙태) 금지법을 가결한 앨라배마주에서 총에 맞아 아이를 잃은 임산부가 우발적 살인죄(manslaughter)로 기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 총격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에 '태아 사망'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앨라배마주 임신중절 금지법은 임신한 여성의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낙태를 금지하며 성폭행과 근친상간의 경우도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과 USA투데이 등은 앨라배마주 제퍼슨 카운티 대배심이 복부에 총을 맞고 아이를 잃은 마세이 존스(28)를 우발적 살인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유무죄를 판단하는 소배심과 달리 대배심은 다수결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당시 임신 5개월이던 존스는 에보니 제미선(23)과 아이 아버지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제미선이 존스의 배를 향해 총을 쐈고 존스는 유산했다.

처음에는 제미선이 우발적 살인 혐의를 받았지만, 대배심은 존스가 먼저 싸움을 시작했고 제미선은 자신을 방어한 것이라며 제미선을 기소하지 않았다.

존스는 같은 대배심에 의해 26일 기소 후 구금됐으며 보석금은 5만달러다.

대배심은 존스가 "임신 5개월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싸움을 유발해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사망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수사를 담당한 대니 리드 경위는 사건 당시 "진정한 피해자는 태아뿐"이라며 "자신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죽게 만든 싸움을 시작하고 계속한 사람은 바로 아이 엄마였다"고 비난했다.

앨라배마주 지방검사 르니스 O 워싱턴은 존스를 상대로 실제로 소송을 진행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워싱턴은 성명서를 통해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잃은 존스를 포함해 사건에 관련된 모든 가족들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또 "무엇보다도, 이 비극적인 사건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사망하게 했다"며 "이 비극은 100%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임신중절 권리 옹호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임신여성지원단(NAPW)의 이사 린 팰트로는 "미국 여성들은 임신중절이나 유산으로 인해 우발적 살인 혹은 살인 혐의로 기소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사건은 임산부가 새로운 수준의 비인간성과 불법성에 직면한 사건"이라며 "(임산부를 제외하면) 다른 어떤 상황에서 범죄 피해자가 범죄자로 취급받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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