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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윤주 “정가, 덜어내면 덜어낼수록 좋은 여백의 음악”

등록 2019.07.04 08:51:45수정 2019.07.07 23: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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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정원, 추선’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35)의 아정한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한국인으로 태어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성악의 한 갈래인 정가(正歌)는 아정(雅正)한 노래라는 뜻이다. 낭창낭창한 목소리로 우리말의 몽글몽글한 뉘앙스를 살려내는 하윤주가 정가를 부를 때면, ‘이것이 우리 노래’라는 마음에 가슴이 뻐근해진다.

정가는 정적인 노래로, 사람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오선지 위에 음표가 흘러가야만 가능한 음악은 ‘시간의 예술’인데, 정가를 듣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하다. 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희로애락을 정가는 포착해낸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email protected]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하윤주는 “담담하게 노래하는 가운데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을 품을 수 있어요”라면서 “많은 분들이 정가가 어렵다고 하는데, 들으면 몸으로서 체득할 수 있는 노래에요. 듣다 보면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윤주는 이달 중 앨범 ‘추선(秋扇)’을 발표한다. 하윤주를 국악계 스타로 발돋움시킨 음악극 ‘적로’에서 작업한 극작가 배삼식·작곡가 최우정의 곡을 프로그램으로 내세운 첫 독창회 ‘추선’을 음반으로 옮긴 것이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email protected]

이 음반을 기반으로 한 공연은 마포문화재단 공모에 뽑혔다. 재단이 4일부터 8월8일까지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과 플레이맥에서 여는 ‘제2회 마포국악페스티벌-온고지신’ 프로그램 중 하나다.

8월6일 오후 8시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소리의 정원-추선’이라는 타이틀로 공연한다. 한국 전통 가곡과 서양 예술 가곡의 만남을 통해 ‘사랑을 하다 헤어진 여자의 마음’을 노래한다. 피아니스트 정민정이 함께 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email protected]

담백한 정가의 장점은 유연성이다. 음악가가 곡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 사이를 오간다. 2017년 초연한 ‘적로’에서는 하윤주의 보컬은 좀 더 자유분방했다.

‘적로’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금 명인 박종기(1879~1941)와 김계선(1891~1943), 두 실존 인물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하윤주는 이들 사이에서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가상 인물인 기생 ‘산월’을 연기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email protected]


반면 ‘추선’ 등에서 하윤주가 부르는 노래는 더 담담하다. ‘적로’ 이후 ‘2018 KBS국악대상’ 가악부문을 받았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에서 활약하게 된 하윤주는 “전통이 없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잘라말했다. “제가 어떤 노래를 하든 전통이라는 맥락 위에 있어야 하죠.”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email protected]

정가의 매력은 ‘빼기의 미학’이다. “덜어내면 덜어낼수록 좋은 음악”이라는 것이다.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어요. 표현을 하면 할수록, 무엇을 첨가할수록 본질이 흩어질 수 있는 반면, 덜어낸 단순함 안에 노래하는 사람의 정신이 더 잘 들어갈 수 있죠.”

어릴 때 활동적이었던 하윤주는 호기심이 왕성했다. 그런데 국악이 특히 좋았다. 그 중에서도 정가에 끌렸다. 국립국악고, 한양대 국악과에 진학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正歌) 가객 하윤주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02. [email protected]

정가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문학이 결합된 노래라는 점이다. 시조, 가사, 가곡을 아우르는 정가는 문학에게 음률의 옷을 입힌다. 판소리, 경기 민요 등 우리 전통성악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혹자가 언급한 ‘시는 노래의 오래된 노래’라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장르 중 하나다.

“정가라는 음악 자체는 문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부르기 어려워요. 모음의 파생 등 발음도 공부해야죠. 문학을 공연으로 옮겨야 하다 보니, 정확한 발음이 중요해서 아나운서처럼 발성 교육을 받기도 했어요.”

배우 한효주·천우희 주연의 영화 ‘해어화’(2015·감독 박흥식)로 반짝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정가는 여전히 주목 받는 장르는 아니다. 전공하는 젊은 국악인들도 많지 않다. 국악에 100명이 종사한다고 치면 90명이 악기를 맡는다. 나머지 10명 중 5명이 이론, 작곡을 담당한다. 나머지 5명이 노래를 하는데 정가는 이 중 0.5명에 불과하다.

긍정적으로 바꿔 말하면, 희소성이 있어 더 특별하다. “자긍심이 있어요. 계승하는데 책임감을 느끼죠. ‘우리의 소중한 음악이 사라지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에 노래하는 사람들끼리 연대의식도 강하고요.”

음악은 정적이지만, 하윤주의 영혼과 내면이 격렬하게 불타오르는 까닭이다. “정가를 알리기 위해 계란으로 바위치기식 실험적인 공연도 많이 하고요”라며 씩씩하게 웃는다. “공연을 할 때마다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요. 겉으로는 평온해보일지라도, 심연의 감동을 전달하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외유내강의 의미가 새삼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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