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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복잡하게 꼬았지만 시작~결말 모두 아쉬운 영화 '진범'

등록 2019.07.07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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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복잡하게 꼬았지만 시작~결말 모두 아쉬운 영화 '진범'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오랜만에 나온 추적 스릴러여서 반갑다. 하지만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영화 '진범'의 주축 캐릭터는 아내가 죽은 그날의 진실을 찾고 싶은 '영훈'(송새벽)과 남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그의 증언이 필요한 '다연'(유선),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상민'(장혁진)이다. 영훈은 증언의 대가로 다연에게 함께 진실을 찾자는 제안을 하고, 다연은 남편을 구하기 위해 영훈과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과거와 현재로의 잦은 이동은 영화를 다소 복잡하게 만든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사건 현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고증하며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장소는 제한돼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의 흐름은 수도 없이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연결망은 촘촘하다. 감독이 언급했듯, 시간순으로 촬영한 후 편집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과거를 계속해서 오가는 와중에 이를 계속 따라가야 하는 관객은 피로도를 느낄 수 있다.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중요한 연결고리를 놓칠 여지도 없잖다.
[리뷰]복잡하게 꼬았지만 시작~결말 모두 아쉬운 영화 '진범'

관객을 피곤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배우들의 강강강강 호흡이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관객들이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고자 애쓴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은 흐름에 따라 차츰 감정을 쌓아나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감정의 과잉을 쏟아낸다. 100여분간 계속해 격앙되고 격렬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관객은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용의자의 아내 '다연' 역을 맡은 유선(43)은 "감정이 없는 신이 없었다. 어떻게 배분을 해서 보는 분들이 힘들지 않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유일한 목격자로 등장하는 '상민' 역의 장혁진(48)이 사건에 얽히는 과정과 그의 태도에도 선뜻 수긍할 수 없다. 상민은 이 작품에서 키맨 구실을 한다. 하지만 피해자의 남편인 '영훈'과 용의자의 아내 '다연'이 공조하다가, 처음보는 그의 말로 인해 서로를 강렬히 의심하기 시작하는 설정은 관객을 납득시키지 못한다. 상민은 영훈에게 납치돼 묶인 채로 심한 폭행까지 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두려움 없이 대담하게 두 인물 사이를 오가며 줄타기를 한다는 설정을 단지 '살기 위한 몸부림' 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리뷰]복잡하게 꼬았지만 시작~결말 모두 아쉬운 영화 '진범'

영화의 시작과 결말도 아쉬움을 남긴다. 살인사건의 동기가 '치정'이라는 영화의 시작은 진부하다. 결말에서 영훈이 보이는 행동은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

배우들의 연기톤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송새벽과 장혁진은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어 스크린으로 넘어 온 배우들이다. 한 공간에서 대부분의 신이 전개되는 영화의 특성상 연극적 특성을 가진 영화임은 인정한다. 그러나 영화의 톤과 연극의 톤은 엄연히 다르다. 송새벽과 장혁진의 연극톤 대사는 거슬리는 부분이 될 수도 있다.

 유선의 연기는 좋다.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 표현을 완벽히 해낸다. 

고정욱(44)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 영화 '독개구리'로 제11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단편부문 관객상을 받은 감독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물론 있다. '영훈'이 직접 사건 현장을 청소하는 장면과 '일사부재리 원칙'의 양면성을 다루는 대목이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후 대부분 유가족이 사건 현장을 치운다. 고 감독은 이를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넣으며 관객들이 몰랐던 사실을 알려준다. 일사부재리 원칙은 판결이 확정되면 다시 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형사상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영화의 흐름에서 주요한 기제로 작용하는데, 이 원칙의 한계를 영화 속 흐름을 통해 관객들이 살갗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점은 좋다.
[리뷰]복잡하게 꼬았지만 시작~결말 모두 아쉬운 영화 '진범'

추적 스릴러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객들이 범인을 예상하고 알게 되는 시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영화 '진범'에는 엄청난 극적 반전이 숨어있지는 않다. 진범을 알게 되는 시점에 따라 다소 맥이 빠질 여지가 있다. 시간적 설정은 복잡하게 꼬았지만 영화의 시작과 전개, 결말 모두 아쉬운 영화다. 10일 개봉, 101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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