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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못잖은 '공공기관 갑질' 잡는다

등록 2019.07.09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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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등 정부부처, 靑에서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

인천공항·LH·한전 등 7개 대표 기관부터 모범모델 적용

'무조건 저가입찰' 관행 막고…협력업체에 비용 떠넘기기 막는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07.0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07.0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위용성 기자 = 정부가 민간에서 벌어지는 갑질 못지않게 만연한 공공기관 갑질을 잡겠다고 나섰다. 한국전력(한전),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대표적인 공공기관부터 시작해 협력업체에 일방적인 비용 떠넘기기 등을 막을 수 있는 계약 '모범모델'을 마련토록 했다.

또 연말부터는 이같은 모범모델 도입 실적을 각 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정부부처는 9일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말을 기준으로 공공기관들의 전체 자산규모(811조원)는 전 산업에 걸친 자산총계(4850조원) 대비 16.7%에 달한다.

공공기관은 공항·항만·전기·가스·수도·주택·토지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동시에 수많은 협력·하도급업체를 거느린다. 독점 사업자인 만큼 부당한 요구가 내려와도 하도급업체들은 일감을 따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갑질은 1차 협력업체 아래에 있는 2차 협력업체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그간 접수된 갑질 사례들은 다양하다. A공사는 자사의 책임으로 공사가 연장돼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 경우라도 하도급업체에게 주지 않는다는 특약을 설정하고 '추가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각서까지 받아냈다. B공사는 계약에 없는 추가공사를 시키거나 민원해결, 인허가 등 부담스러운 업무를 떠넘기기도 했다. 상업시설에 입점한 임차인에게 갑질 계약서를 강요한 사례도 있다.

【세종=뉴시스】공공기관 주요 거래관계(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세종=뉴시스】공공기관 주요 거래관계(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정부는 공공기관별로 개별 사업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개선방안을 발굴토록 했다. LH·인천국제공항공사·한전·한국가스공사·한국수자원공사·부산항만공사·공영홈쇼핑 등 대표 공공기관 7곳부터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먼저 입찰단계에서 원가 산정 시 최저가격이 아닌 평균가격을 적용토록 했다. 저가계약을 유발하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조사된 시장가격 중 최저가격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저가로 입찰하는 업체일수록 낙찰 확률이 높은 게 업계의 관행이다.

또 공공기관이 입찰 참가 업체의 적격성을 심사할 때 적용하는 내부기준에서 가격 배점을 줄이고 품질이나 기술력 배점을 높이도록 했다. 일감을 따기 위해 손해를 무릅쓰고 일단 가격을 내려잡고 보는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은 앞서 8일 열린 브리핑에서 "어떤 업체들은 원가 이하로도 입찰에 참여해서 계약을 수주하려 하는데 이는 시장질서가 교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체결 과정에선 협력업체에 당초 계획에 없던 추가비용을 떠넘기거나 부당하게 다른 업무까지 강요하는 등 기존 관행들이 특약 형태로 계약서에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한전은 자신의 책임으로 준공검사가 지연될 경우 이 기간은 지체일수에 산입하지 않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한국가스공사도 각종 민원업무 처리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지급하도록 개선키로 했다.

하도급 불공정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공동도급' 방식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개별 협력업체를 통해 하도급업체에게 일감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업체에게 공동으로 일감을 맡기는 방식이다. 공공기관들은 공동도급 적용기준을 각자 마련해 자체 업무지침에 반영하기로 했다.

소비자나 임차인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거래조건들은 약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입점 임차인에게 시설 개선공사를 요구할 때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지금까진 비용분담 규정이 없어 임차인이 비용을 떠넘겨 받고 있었다.또 공공기관이 임차인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있는 규정도 계약해지 사유를 상세히 약관에 명시하도록 개선했다.

공공기관들은 이 같은 모범모델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신상필벌(信賞必罰) 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인사 평가에 모범 거래모델 준수 여부에 따라 가점을 부여하고, 관련법 위반 행위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해선 성과등급 강등은 물론 징계까지 이뤄지도록 했다.

공정위는 "대표 공공기관부터 시범 적용한 후 전체 공공부문, 나아가 민간영역까지 단계적·점진적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이번 과제의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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