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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PD "엄청난 제작비, 아스달연대기 할까말까 갈등했다"

등록 2019.07.09 1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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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 김원석 PD

'아스달 연대기' 김원석 PD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모두 내가 부족한 탓이다."

김원석(41) PD가 tvN 주말극 '아스달 연대기' 첫 방송 이후 한달여 만에 입을 열었다.

김 PD는 9일 서면 인터뷰에서 "시청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것은 예상했다. 후반작업을 하면서 애정 어린 비판 의견 충실히 반영, 남은 회차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첫 방송 후) 연기자들은 고맙게도 드라마에 만족했다. 약간 어렵다고 한 분들도 있으나, 대부분 주변에서 좋은 얘기를 해줬다"고 답했다.

송중기(34)·장동건(47) 주연의 '아스달 연대기'는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영웅들의 운명적인 이야기다. 회당 30억원, 총제작비는 54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최고의 흥행성공작인 영화배우 이병헌(49)·김태리(29) 주연의 tvN ‘미스터 션사인’(430억원) 제작비보다 높은 수준이다.

"제작비가 계속 회자되는 것은 당연히 부담스럽다. (540억원이라는) 제작비는 맞지 않은 액수라고 알고 있지만, 역대 한국 드라마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제작비가 높으면 '들인 돈에 비해 어떻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홍보를 위해 제작비 규모를 알리는 제작사는 없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상장기업이다 보니 회사의 큰 돈이 움직이는 부분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공개를 해야 하는 과정에서 400억 남짓한 정도의 규모가 알려졌고, 예정된 것보다 촬영 일수가 늘어나면서 여러 사람의 추측을 거쳐 지금의 액수까지 커진 것이다."
김원석PD "엄청난 제작비, 아스달연대기 할까말까 갈등했다"

김 PD는 2010년 KBS 2TV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스타 PD로 발돋움했다. 2011년 CJ ENM으로 소속을 옮긴 후 '미생'(2014), '시그널'(2016), '나의 아저씨'(2018)가 연달아 주목받았다. 섬세하고 현실적인 연출은 대작인 '아스달 연대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드라마 안의 사람이 보이도록 하는 게 연출의 가장 큰 목표"라며 "고대의 인물들에게도 현대의 시청자가 감정 이입할 여지는 충분하고, '아스달 연대기'를 만드는 의미가 있다. '은섬'·'사야'(송중기), '타곤'(장동건), '탄야'(김지원), '태알하'(김옥빈) 모두 살아 남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모습은 현대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이제껏 한번도 다룬 적이 없는 시대의 인물에게 어떻게 하면 시청자가 빨리 감정이입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어렵거나 낯설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내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인정했다.

'아스달 연대기'는 김영현(53)·박상연(47) 작가가 구상한 후 8년 만에 제작됐다. 김 PD는 두 작가의 고대 인류사에 대한 통찰을 강점으로 꼽았다. "처음 작가님들과 만났을 때 고대사와 문화 인류학에 대한 방대한 스터디와 통찰에 놀랐다"며 "인간에 대한 애정과 함께 재미있는 영웅 이야기 속에 잘 녹아 있는 극본을 읽고 가슴이 뛰었다"고 전했다.
송중기(왼쪽), 장동건

송중기(왼쪽), 장동건

하지만 늘어지는 스토리와 어설픈 CG 등으로 비난을 받았다. 한국드라마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에 비해 소품과 CG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에 대해서는 "'아스달 연대기'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들이 최고다. 촬영하면서 최고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면서도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미술팀과 VFX팀의 문제라기보다 연출의 문제"라고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스케일만 클뿐 영상은 기대이하이며 '스토리 자체가 어렵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많다. 파트3에서는 인물의 감정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소리와 자막을 더 명료하게 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스달 연대기의 공간적 배경은 '아스'라는 가상의 대륙이고, 시대적 배경은 청동기 시대다. 청동기라는 시대적인 배경이 있으므로 문명의 단계를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설정할 수는 없지만 연출자로서 제약이자 기회라고 느꼈다"며 "기본 스토리는 영웅 탄생 신화와 맥락이 같다. 세상을 바꿀 운명을 타고난 인물들이 역경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자신을 증명한다. 이야기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공간과 시간이 이전에 다루지 않았던 설정이다보니 인물의 이름, 지명 등이 생소할 수밖에 없고 말로 전해질 때 시청자들이 생경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짚었다.

"엄청난 제작비를 감당할 용기가 나지 않아 처음에는 고사를 했다. '아스달 연대기'는 안전한 장르의 드라마가 아니기에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다"며 "하고 싶은 마음과 해 내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다. '은섬'처럼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도록 남은 회차 열심히 후반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
송중기

송중기

역사 이전 시대인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한 탓일까. 송중기와 장동건, 김지원 등 주역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색한 연기를 선보였다. 집중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높은 제작비, 톱배우, 스타 감독·작가의 작품인 것을 감안하면 혹평 받기에 충분했다. 송중기는 영화 '늑대소년'(감독 조성희·2012)이 떠올랐고, 장동건은 '어떤 역이든 연기가 한결같다'는 평이 잇따랐다. 김옥빈(32)의 성우가 더빙하는 듯한 연기에도 호불호가 갈렸다.
 
김 PD는 "태고시대의 어투는 존재하지 않는다. 연기자들에게 목소리를 지나치게 긁어서 우렁차게 내는 과장된 사극 어투나 지나치게 현대적인 말투를 모두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 사이의 어느 지점의 말투를 인물별로 각자 어울리도록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이아르크에서 문명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와한족 사람들은 격식이 없는 말투를 쓸 것이므로 좀 더 현대어에 가까운 느낌인 반면, 아스달의 정치가들은 격식이 있는 말투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사극 어투에 좀 더 가깝게 들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1인 2역을 맡은 송중기에 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란성 쌍둥이인 '은섬'은 이아르크에서 자연을 뛰놀며 자랐고, '사야'는 필경관의 탑에 갇혀 햇빛도 제대로 못보고 외롭게 자란 인물이다. "너무 다른 인물이 잘 표현된 것은 전적으로 송중기씨의 노력 덕분"이라며 "송중기씨는 은섬 신을 찍기 위해 몸의 부피를 키워 근육질로 만들었고, 단기간에 근육을 빼고 사야의 몸으로 만드는 열정을 보였다. 몸 대역을 쓸까 고민했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몸을 다르게 만들어 와 직접 찍었다. 목소리와 말투, 눈빛까지 연기자가 디테일하게 준비해와서 흐뭇했다"고 털어놓았다.

뇌안탈어의 탄생 배경도 들려줬다. '일부 한글을 뒤집어 만든 언어'라는 주장 관련해서는 "작가님들이 체계를 만들었고, 발음은 언어학자의 자문을 받았다. 뇌안탈어의 단어를 만들 때 애너그램(철자 순서를 바꾼 말)이 사용된 것은 사실이지만, 단어를 그저 거꾸로 뒤집어 모든 언어체계를 만든 것은 아니다. 조어하는 과정에서 백워드를 비롯한 애너그램이 사용됐고 문법체계와 규칙, 시제, 인칭, 격식 표현과 비격식 표현, 존비어의 체계 등을 나름대로 만들었다"고 했다.
왼쪽부터 송중기, 장동건, 김지원, 김옥빈

왼쪽부터 송중기, 장동건, 김지원, 김옥빈

'아스달 연대기'는 지난 7일 파트2(12부)까지 방송을 마쳤다. 시청률 5~7%대에 머물고 있다. 총 16부작인 아이유(26)·여진구(22) 주연의 '호텔 델루나'가 13일 첫 방송되며, '아스달 연대기' 파트3(6부)는 9월7일부터 전파를 탄다.

"모든 촬영은 첫 방송 시작 전 종료됐고, 파트3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다. 파트 1, 2가 아스달 중심의 이야기라면 파트3는 아스 대륙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미드로 치면 시즌2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분리 편성을 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김영현 작가가 말했 듯 아스달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해 시청자들이 좀더 친숙해진 후 확장된 공간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더욱 박진감 있는 이야기를 잘 표현하기 위한 후반작업 시간이 더 생긴다는 장점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파트2에서 은섬, 탄야 등은 운명적인 변곡점을 맞았다. 파트3는 "인물들이 자신들의 운명에 따라 전설을 쓰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한다. 스스로 한계에 부딪치고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한 은섬과 탄야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힘을 얻는지, 정치적 동지이자 연인인 타곤과 태알하는 사랑과 권력욕 사이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꿈으로 연결된 은섬과 사야는 어떻게 서로를 알아갈지, 대전쟁과 대사냥에서 살아남은 뇌안탈들은 어떻게 사람의 시대를 살아낼지 등이다.

"'아스달 연대기'는 판타지 드라마라기보다는 가상 역사 드라마에 가깝다"며 "문명의 태동기에 국가와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다룬다. 국가도 영웅도 쉽게 탄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동안 주인공들이 역경과 아픔을 겪었다. 이제 그들이 강해져서 우뚝 선다"고 덧붙였다.
김원석PD "엄청난 제작비, 아스달연대기 할까말까 갈등했다"

김 PD는 '아스달 연대기'는 "한계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작품에 도전한 데 대해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 더 나올 수 있을 정도의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아스달 연대기'는 첫 방송 전부터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잡음이 일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 지부는 지난달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고발한 상태다. 스태프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1일 25시간 이상 노동을 강요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브루나이 촬영에서 최장 7일간 151시간30분의 휴일 없는 연속 근로를 했다고 한다. 제작발표회 당시 스태프 처우와 촬영장 노동환경 관련 질문이 나왔지만 차단해 비난을 샀다.

"연출로서 현장에서 나오는 모든 얘기에 대해 책임이 있다. 스태프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였어야 했는데 부족했다. 스태프들이 제작 가이드 안에서 일하고 로테이션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가 있었다. 고발건 관련해서는 촬영 당시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나와 조사했고 심리 진행중이다. 촬영장에서 갈등 상황이 드러나게 있었던 적은 없었지만, 힘든 상황에 처한 스태프들이 있었다. 그분들이 어려움을 호소, 위 단체가 고발을 한 것이므로 책임을 느끼고 죄송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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