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악보, 연주의 끝이 아닌 시작점"
'유머레스크(Humoresques)' 무대
11일 서울 IBK챔버홀
12일 광주 금호아트홀
ⓒ뮤직앤아트컴퍼니
이런 케너에게 유머란 무엇일까. 코믹함? 익살스러움? 재치?
그가 인용한 프랑스 소설가 겸 철학가 장 파울 프리드리히 리히터(1763~1825)가 정의한 ‘전도된 숭고함’에 가깝다. 케너는 "유머는 태도이지 이벤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케너가 1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과 12일 오후 7시30분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유머레스크(Humoresques)'를 주제로 공연한다.
하이든 소나타 다장조는 예상 밖의 전개, 슈만의 다비드동맹 무곡집은 음(陰)의 무한대적 속성, 쇼팽의 5개의 마주르카는 우울한 듯 보이다가 명랑하고 급작스럽게 전개되는 분위기, 쇼팽의 스케르초 4번은 숭고한 기쁨으로 차 있는 현란함이 유머 코드다. 파데레프스키의 유머레스크는 춤곡 형식의 익살과 반전으로 가득하다.
지한파인 케너는 2011년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시작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한국인 연주자 둘과 끈끈한 인연이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1)의 듀오 파트너이자 피아니스트 조성진(25)의 멘토다.
케빈 케너, 정경화 ⓒJ&C Corp
연주자일뿐 아니라 교육자(미국 마이애미대 프로스트 음악원 교수), 연구자이기도 하다. 세 역의 동등한 균형을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섣부른 판단보다 우선 듣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젊은 연주자들을 만날 때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지를 관심 깊게 본다.
그러면서 2011년 조성진을 처음 만났을 때를 돌아봤다. 그가 쇼팽 발라드를 연주했는데, 새로운 발라드 해석을 보여줬다고 했다.1990년 쇼팽 콩쿠르 1위 없는 2위, 1990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쇼팽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케너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내가 공부하고 있던 쇼팽을 조성진이 연주를 통해 보여줘 감명 받았다"며 자세를 낮췄다. "내가 가르치는 것을 즐기는 이유"라며 흡족해했다.
ⓒSangyun Park
케너는 최근 직함을 추가했다. '프로스트 쇼팽 페스티벌' 디렉터다. 아울러 다른 한국 연주자와도 인연을 맺었다. 바이올리니트 임지영(24)이다. 그녀는 조성진이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2015년 또 다른 세계적인 음악 경연대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케너와 임지영은 지난달 프로스트 쇼팽 페스티벌에서 듀오 공연도 했다. 그는 임지영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연주한 것을 TV로 봤는데, 같이 연주해보니 역시 잘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쇼팽 페스티벌에 대해서는 "편안하고 안락한 도시인 마이애미에서 뻣뻣하지 않게 열고 있다. 페스티벌은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며 즐거워했다.
ⓒSangyun Park
음악의 순간과 감흥을 즐길 줄 아는, 유머스런 학구파 연주자다. 무엇보다 "악보는 연주의 시작점이지 끝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쇼팽도 자신이 작곡한 곡의 악보를 따라가지 않고 해석을 가했다. 자유를 중요하게 여겼지, 제한을 둔 것이 아니다. 과학적인 증거물은 음악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케너에게 유머는 충격적인 소식들로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미소를 통해 삶의 밝은 면을 보게끔 만드는 통로다. "유머가 가진 본질의 미가 단지 익살스러운 것에 불과한 게 아니라 우리가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근원이 돼 준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케너에게는 실수도 유머다. '운이 좋은 실수'로 규정한다. "실수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평범할 수도 있는 곡을 신선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마냥 진지할 것만 같던 이 피아니스트, 유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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