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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경계실패·가혹행위·뇌물수수 등 잇달아…기강해이 도 넘어

등록 2019.07.10 13: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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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목선 경계실패 이후 한달 사이 각종 사건·사고 속출

국방장관, 대국민사과·기강확립 강조에도 '백약이 무효'

남북관계 변화 속 안보관 흔들…장병인권 지나치게 강조

"강력한 대적관 확립·지휘권 보장 통해 분위기 쇄신해야"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박한기 합참의장. 2019.07.03.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박한기 합참의장. 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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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군이 북한 목선 경계작전 실패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뒤 동기간 엽기적 가혹행위와 육군 23사단 상황병 한강 투신에 이어 고위 장성 뇌물수수 사건까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잇단 악재가 터지면서 군 기강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5일 북한 소형 목선 삼척항 ‘대기귀순’ 사건은 군 당국의 허술한 경계대비태세를 여실히 드러냈다. 해상·해안 경계작전을 책임지는 해군과 육군은 북한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에 도착할 때까지 57시간 이를 식별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군 당국은 당시 군의 경계태세에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목선이 이미 삼척항 부두에 접안해 주민에게 발견됐음에도 군은 최초 발견지점을 '삼척항 인근'이라고 발표하면서 조작·은폐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군의 경계작전 실패를 인정하며 두 차례나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 장관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육군 7사단 예하 부대에서는 동기 병사들 간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심지어 대소변을 얼굴에 바르거나 입어 넣도록 강요하는 등의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줬다.

지난 9일에는 북한 목선 사건 관련 경계작전 책임부대인 육군 23사단 소속 소초 상황병인 일병이 휴가 중 한강으로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15일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 방파제에 접안할 당시 모습. (사진=독자 제공)

【서울=뉴시스】 지난 15일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 방파제에 접안할 당시 모습. (사진=독자 제공)


군 당국은 경계작전 책임에 따른 심적 부담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지난 4월 근무 투입 후 소속 부대 간부의 질책이 이어졌던 것이 확인돼 부대 내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달 초 서울의 공군 모부대에서는 부사관 두 명이 부대 내에서 서로 난투극을 벌이는 폭행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지난 달 북한 목선 사건과 관련해 전군주요지휘관 회의를 열어 경계대비태세와 군기강 확립을 강조한 바 있다. 이달 초 지휘서신을 통해서도 누차 지적했지만 아직은 백약이 무효다.

일선 부대의 기강해이 뿐 아니라 고위 장성 등 간부들의 비위도 드러나 기강이 해이해진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합참 고위 간부 출신의 김모 육군 소장은 사단장 재임 중이던 지난해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로부터 1000여만원 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군 검찰에 송치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군 모 전투비행단 대대장의 폭언 및 인권침해, 사적지시를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 두고 군 내부에서는 청와대 게시판을 통해 부조리를 호소해야 할 정도로 군의 자정 능력이 바닥이라는 자조적 비판 마저 제기된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소형목선 상황 관련 정부 합동브리핑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정 장관은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으로 입항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이 이를 제대로 포착하여 경계하지 못했고, 또한 국민 여러분들께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설명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2019.07.03.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소형목선 상황 관련 정부 합동브리핑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정 장관은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으로 입항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이 이를 제대로 포착하여 경계하지 못했고, 또한 국민 여러분들께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설명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2019.07.03. [email protected]


특히 9·19군사합의 안보 환경의 변화와 함께 각종 훈련이 축소되는 분위기 속에 군 기강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남북 관계가 급진전하는 과정에서 군이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하면서 장병들의 안보관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대 관리 측면에서는 장병들의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지휘부의 나사가 조금이라도 풀리면 밑에 있는 참모나 예하 부대장은 더 느슨해질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며 "지금 우리 군은 대적관이 모호해지면서 사명감은 없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의 결단을 통해 당장이라도 강력한 대적관을 확립하고, 지휘권을 보장하도록 분위기를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초청 오찬에 입장하고 있다. 2019.06.24.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초청 오찬에 입장하고 있다. 2019.06.2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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