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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희 박사 "앞섰던 '국내 MRI 기술' 발전못해 안타까워"

등록 2019.07.16 11: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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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우수했던 초전도 MRI 국내 정착못한 배경 밝혀

【인천=뉴시스】 함상환 기자 = 1988년 5월 8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열린 자장의 힘 2.0테슬라, '2.0T 초전도 자기공명영상장치 가동식'. 2019.07.14. (사진=서울대학교 병원 홈페이지) hsh3355@newsis.com

【인천=뉴시스】 함상환 기자 = 1988년 5월 8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열린 자장의 힘 2.0테슬라, '2.0T 초전도 자기공명영상장치 가동식'. 2019.07.14. (사진=서울대학교 병원 홈페이지) [email protected]

【인천=뉴시스】 함상환 기자 = 세계 최초로 PET(양전자단층촬영기)를 만들었고 초전도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개발에 관여한 세계적인 과학자 조장희(82)박사. 그는 40대 초반에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가 됐고, 한국인으로선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의 초전도 MRI는 요즘에도 환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초전도 MRI를 이용하려면 평균 1~2달전에 예약을 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RI 비용이 최대 60만원임에도 이용자들이 줄지 않는 것은 뇌 및 심장질환과 암 등 각종 질병의 이상 여부를 조기에 알아낼 수 있는 최적의 진단장치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조 박사가 최근 성능이 우수했던 국산 MRI 기술이 국내에서 외면 받게된 배경을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조 박사에 따르면 국내 의료진과 환자들의 외제선호 사상으로 인해 성능이 우수한 국산 초전도 MRI가 국내 정착하는데 실패했고 관련 기술도 퇴보했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 초 까지만 해도 서울대병원에는 초전도 MRI가 2대 있었다.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 박사가 개발한 국산제품들이었다.

조 박사가 초전도 MRI를 개발한 것은 지난 1987년. 2만가우스의 자력을 갖는 초전도 MRI로는 세계 최초여서 학계업계로부터 관심을 집중시켰다. 

당시 선진국의 경우 지멘스를 비롯 미국의 GE,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 일부 대형업체에서 1만5000가우스 자력의 초전도 MRI개발을 막 끝낸 상황이었다.

병원측은 이 2대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새 초전도 MRI를 추가 설치키로 했다.

그러나 다음 MRI는 국산이 아니라 독일의 지멘스사 제품으로 선정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병원에서 운영중인 국산 MRI의 가동률이 97%로 다른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외제품에 비해 성능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외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국산이 지난 1990년 이후로 더 이상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조 박사는 이때 국산 초전도 MRI의 생산이 중단된 가장 큰 이유로 국내 소비자 및 병원측의 외제선호 경향을 이유로 들었다.

조 박사는 "1990년대 국내 의사들의 외제의료기기 선호도는 대단했다"며 "서울대병원에 이 장치가 도입 될때만해도 꽤 진통이 있었다"고 당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후에도 서울대병원에 이어 서울중앙병원에서 2만가우스의 국산초전도 MRI가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GE사 제품으로 변경됐다.

또 1만5000가우스이 GE제품과 경쟁이 붙었으나 외국에서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2만가우스 MRI를 돈을 더 주고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당시 병원측의 이유였다.

이후 국산제품은 번번이 외제에 밀려났으며, 점점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산 초전도 MRI의 생산을 맡고있던 금성통신이 손을 뗐다. 금성은 자회사인 금성의료기를 지멘스사가 60% 정도의 지분을 갖는 합작회사로 만들고 지멘스 제품 판매에 나섰다. 조 박사가 개발한 2.0 초전도 MRI도 지멘스에 넘겼다.

조 박사는 국내기업의 장기투자를 꺼리는 풍토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초전도 MRI분야 기술 수준이 선도그룹에서 밀려나고 있다는게 현재 MRI 기술 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조 박사는 "국내에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가 MRI 등 의료기기분야에 앞장설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초로 우리 기술로 개발해 서울대에 설치한 2.0T초전도 MRI는 1990년대 초 지멘스 MRI가 설치되며 지멘스로 보내졌다"고 덧붙였다.

조 박사가 대한민국 최초로 개발해 서울대병원에 설치됐던 2.0T 초전도 MRI는 지난 1995년 여름 수명을 다해 철거됐다.

한편 조장희 박사는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조교수,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방사선물리학과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카이스트 특훈교수,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 소장, 가천의과학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수원대학교 브레인바이오센터장,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위원에 근무중이다.
조장희 박사 "앞섰던 '국내 MRI 기술' 발전못해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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