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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정석 "민감한 한일관계? 의식하면 연기 못합니다"

등록 2019.07.15 16: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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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녹두꽃' 열연

조정석

조정석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일본 팬들을 의식하고 싶지는 않았죠."

탤런트 조정석(39)은 소신이 뚜렷하다. 최근 막을 내린 SBS TV 금토극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운 이복형제 '백이강'(조정석)과 '백이현'(윤시윤)의 이야기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가상의 인물인 민초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재해석하는 데 대한 부담은 당연히 있었다. 역사적으로 큰 사건을 다루는데 '누가 되거나, 왜곡되지 않을까?' 고민했다. 반대로 "가상의 인물이라서 스스로 창작하고,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한다.
 
최근 일본 정부는 반도체 관련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내렸다. 양국간 민감한 분위기에서 "'녹두꽃'의 이야기가 더 와닿는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일본 팬들이 신경쓰이지는 않았을까.

"우리나라에 있었던 사실 아니냐. 이런 부분에 입각해서 생각하면 (한일관계 관련) 아쉬운 점이 많지만, 촬영하는 동안 인물에 더 동화될 수 있었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해 연기하면서 공부도 많이 됐다. 일본 팬들을 의식하면서 접근하면 배우로서 역할의 한계에 봉착한다. 그러고 싶지는 않다.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단지 그거 뿐이다. 그렇게 접근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인터뷰]조정석 "민감한 한일관계? 의식하면 연기 못합니다"

'녹두꽃'은 기존의 동학농민운동 소재 드라마·영화와 차별화됐다. 항쟁을 이끈 영웅 '전봉준'(최무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은 점이 흥미로웠다. "전봉준 역할이 아니라서 실망하지는 않았다"며 "민초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게 좋았다. (백가가 본처의 여종을 범해 태어난 얼자로) 이름 대신 '거시기'라고 불렸지만, 백이강으로 변화하는 모습도 매력적이었다"고 짚었다.

촬영하면서 먹먹해지는 순간이 많았다. "분노를 삼키고 연기하곤 했다"며 "중후반부로 갈수록 울분이나 분노를 토해내는 장면이 많았는데, 이 나라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졌다. 갈망이 점점 커지면서 책임감도 생기고, 그런 장면을 연기할 때는 나도 모르게 몰입되더라. 엄마를 부둥켜 안고 울고, 처음 속마음을 이야기할 때, 연설하는 장면 등을 연기할 때 자연스럽게 감정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조정석은 전형적인 사극 말투를 쓰지 않았다. 전라도 사투리로 사극 연기를 해 신선함을 줬다. "전라도 분들도 칭찬을 많이 해주더라"며 "어느 시점부터 머리 속에서 사투리에 대한 개념이 없어졌다. 처음에는 사투리 공부를 했지만, 영향을 받아서 서울말을 쓰다가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아직도 전라도 사투리가 어투에 조금 남아있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뷰]조정석 "민감한 한일관계? 의식하면 연기 못합니다"

'녹두꽃'은 SBS의 두번째 금토극이다. 전작인 '열혈사제'가 시청률 22%로 막을 내린데 비해 '녹두꽃'은 6~8%대에 머물렀다. 작품성으로는 좋은 평을 들었지만, '금토요일 밤에 보기에는 어둡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시청률은 모두가 아쉬워했지만 "연연해하지 않았다. 이 작품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며 힘을 얻었다"고 한다. "'녹두꽃'을 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중반 이후부터는 더 열심히 했다"고 돌아봤다.

보통 연기자들은 드라마 시청률이 낮으면 종방 인터뷰를 하지 않는 편이다. 영화는 개봉 전 홍보차 대부분 인터뷰를 하지만, 드라마는 꼭 해야 한다는 관례가 없다. 작품이 대박나도 영화 인터뷰와 겸해서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조정석은 31일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녹두꽃' 종방 인터뷰를 따로 했다. 인터뷰지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게 재미있다"고 강조했다.

"'녹두꽃'에 대한 애정이 크다. 6개월 동안 48부작을 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드라마를 했고 '녹두꽃' 관련해서 잘 써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다른 작품보다 여운이 긴 게 사실이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누구와 작업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배우이기 전에 사람이라서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해 여운이 길다. 사소한 것이지만, 서로 배려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간혹 까탈스러운 분들이 있으면 단체신 찍을 때 정말 힘든데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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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출신인 조정석은 연극, 뮤지컬 등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에서 '납득이'로 분해 찰진 코믹 연기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이후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2013), '오 나의 귀신님'(2015), '질투의 화신'(2016) 등에서 특유의 넉살을 강조한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다. "계속 변주하고 싶다"면서 "위치적인 변화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변한 것은 별로 없다. 아직도 철이 없다. 철은 계속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영화 '형'(감독 권수경·2016), 드라마 '투깝스'(2017~2018) 등에서는 브로맨스가 돋보였다. '녹두꽃'에서도 이복동생 윤시윤(33)과 호흡이 빛났다. "이현의 파란만장한 삶을 표현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 "시윤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게 흥미로웠고, 옆에서 영향도 많이 받았다. 어려운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서 만족스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브로맨스를 강조한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며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작품 선택 기준이 뭐냐?'고 물어보면 항상 '내가 재미있고 흥미로우면 한다'고 말한다. (결혼 후) 로맨스, 멜로를 꺼리는 것도 없다. 나는 잡식성이다. 이것 저것 다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인터뷰]조정석 "민감한 한일관계? 의식하면 연기 못합니다"

조정석은 지난해 가수 거미(38·박지연)와 5년 열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작품과 결혼의 영향 탓인지 예전보다 훨씬 진중해진 모습이다. '녹두꽃'의 제작사는 거미의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다. 거미가 OST에 참여했을 법도 한데 "불러주면 영광이지만, 거미씨가 '시청자들의 몰입을 위해 안 부르는 것'이라고 한 데 대해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 번도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소소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각자의 생각은 기사를 통해 본다"면서 "아티스트니까 공식석상에서는 '거미씨'라고 존칭한다. 집에서는 '지연아~'라고 부른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조정석은 차기작도 확정했다. 하반기 방송예정인 tvN 금토극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아직 극본을 보지 못했지만, 소소한 의사들의 이야기에 끌렸다. 신 PD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마흔인데 내 자신이 좀 더 깊어지거나 묵직해지고 싶은 욕심은 없다. 연기가 더 느는게 아니라, 또 다른 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변에서 '녹두꽃'을 보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더라. 영어회화 브랜드 '야나두' 광고가 더 화제라고? 내 유행어는 아니다. 하하. 많은 사람들에게 결혼을 추천하고 싶다. 아내와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누고, 서로가 공감하는 게 좋다. 물론 지연씨와 공개 연애할 때 관련 질문을 받으면 곤란하긴 했다. 작품에 대해 열심히 말했는데, 온통 인터뷰 제목이 연애 이야기로만 나와 속상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지 않냐고? 아이, 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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