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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 특사 이위종은 공화·민본주의, 공산주의자 아니다"

등록 2019.07.16 16: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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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

왼쪽부터 율리아 피스쿨로바, 루드밀라 예피모바, 이승우

왼쪽부터 율리아 피스쿨로바, 루드밀라 예피모바, 이승우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이위종 선생은 그동안 알려진 것처럼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공화주의자이자 민본주의자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실천하는 자유주의자였다."

재야사학자 이승우씨는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세계에 알린 '헤이그 특사' 이위종(1887~?) 열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 열사는 1907년 고종의 밀령을 받고 이준(1859∼1907), 이상설(1870~1917)과 함께 제2차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만국기자협회를 통해 일본의 침략행위를 알렸다. 해외 유수 언론과의 인터뷰를 주도해 을사조약의 부당한 체결 과정을 전파하고, 프랑스어로 된 성명서를 각국 대표들에게 돌려 일본의 침략행위를 규탄했다.
"헤이그 특사 이위종은 공화·민본주의, 공산주의자 아니다"


이후 이 열사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항일운동을 했다. 1962년 헤이그 특사로서의 공훈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대통령장(2등급)이 추서됐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록은 헤이그의 신문기사와 연설문을 제외하면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씨는 그간 독립운동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이 열사를 재조명했다. 국내 자료뿐 아니라 러시아·일본 등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문헌을 모으고 검증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생존해 있는 이위종의 후손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했다. 팩트(역사)에 픽션(허구)을 가미했다.

"함께 헤이그 특사로 활동했던 이상설과 이준에 관련된 자료는 많이 축적되어 있지만, 헤이그에서 가장 활약이 두드러졌던 이위종에 대해서는 학계의 관심과 연구가 전무하다시피했다. 어떻게 하면 이위종을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약간의 픽션을 더했다. 이 열사를 알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70∼80%는 사실이며, 나머지는 창작에 의존했다. 하지만 팩트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소개했다.
"헤이그 특사 이위종은 공화·민본주의, 공산주의자 아니다"


16일 서울 서소문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 출간 기념 기자회견에는 이 열사의 후손인 손녀 루드밀라 예피모바(80)와 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50)가 자리를 함께 했다.

예피모바는 러시아 군산복합연구소의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은퇴했다. 한국 독립운동가 후손단체기구에서 활동 중이다. 피스쿨로바는 모스크바대학 역사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선조인 이범진(1852~1911) 초대 주러시아 한국 공사와 이위종 열사의 독립운동 활동을 연구하기 위해 역사학을 전공했다.  

2015년 한국 정부는 두 사람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했다. 예피모바는 "1991년 소련이 붕괴된 후 한·러 수교를 맺으며 한국에 갈 수 있게 됐다. 그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서울을 굉장히 좋아한다. 두번째 고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내년은 한국과 러시아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피스쿨로바는 "한국과 러시아의 수교 뒤에 러시아에서 이범진, 이위종에 대한 꽤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후손으로서 감명 깊었다. 이위종은 헤이그 특사로 파견되면서 일본이 한국의 발전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고 있다고 알렸다. 식민지 상태로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바꾸려고 했다. 일본은 이후에도 한국을 지배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헤이그 연설 이후 일본은 이위종을 사형시키려고도 했다.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시베리아에서 항일운동을 계속했다. 헤이그에서 돌아온 뒤 이위종은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이위종은 헤이그 특사에 이은 의병 활동으로 일본이 가장 경계한 불령선인이라고 불렸다."

또 "선조들에 대한 책을 써준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안타깝게도 나도, 엄마도 이위종을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위종과 관련해 조그마한 사실이라도 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위종이 우리의 선조인 것이 자랑스럽다. 독립운동가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할아버지이자 나의 증조부이기도 하다. 그의 삶 속에 감춰진 영웅적인 활동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위종과 함께 역사를 기억하면 한국은 더 발전할 것이다. 모든 민족은 자신의 역사를 기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헤이그 특사 이위종은 공화·민본주의, 공산주의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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