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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훈의 딸, 아버지를 회고하다 '회색인의 자장가'

등록 2019.07.17 0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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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훈의 딸, 아버지를 회고하다 '회색인의 자장가'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소설가 최인훈(1936~2018)은 1960년 '광장'을 발표함으로써 일찍이 한국문학사에서 거대한 봉우리로 우뚝 섰다. 5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수많은 작가들이 닮고자 하고 뛰어넘고자 하는 일종의 도전이 되어버린 대작가다.

그를 아버지로 둔 사람은 아버지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아버지 최인훈에 대한 글을 쓴다면 어떤 주인공이 그려질 것인가.

 '회색인의 자장가'는 한국문학에 중요한 획을 그은 대작가에 대한 그 딸의 특별한 회고다. 동시에 한 중년 여성이 닮고 싶어 하면서도 극복하고 싶어 했던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고투하며 삶을 이어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담았다.

최인훈의 딸인 최윤경이 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보내고 한 해를 맞으면서 아버지와 함께한 날들을 추억하는 산문집이다. 고백적이면서도 섬세하고 치열한 분석력이 돋보인다. 저자가 읽어낸 '소설가 최인훈'과 '아버지 최인훈' 사이의 심연이 살갑고도 애틋하게 그려져 있다.

 최윤경은 '사실을 왜곡해 신화를 만들지는 말기'를 원칙으로 삼아 연대기적 서술보다, 기억과 감정이 떠오르는 순서를 따라 집필했다. 글이 보여주는 대화와 장면들, 이야기와 문맥들을 통해 독자는 최인훈이라는 인물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된다. 바깥출입을 기피하고 읽고 쓰기에만 몰입하기를 원하고, 어린 딸에게 야망을 가지라고, 결혼과 아이 양육으로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하던 엄한 아버지의 모습, 타령조로 모차르트의 자장가를 짚어가던 ‘엉터리 이야기꾼’의 모습 등 최윤경의 가슴에 새겨져 있는 최인훈의 모습들이 실렸다.

이미 오래전에 헐려 사라진 최인훈의 집필 공간이었던 갈현동 '하얀 집'도 이 글과 함께 그려볼 수 있다. 또한 미국에 살던 아버지와 형제들 이야기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작가의 개인사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어린이 잡지 기자로 활동하던 손녀딸과의 인터뷰, 손녀딸 돌잔치에 쓴 편지도 볼 수 있다. 손녀딸이 출간한 동시집에 쓴 서문도 수록됐고, 아버지 최인훈이 딸에게 읽기를 권유한 추천도서들, 최인훈의 문학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서 희곡과 단편들 역시 흥미로운 일화들과 함께 소개돼 있다.

 최윤경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동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문화교류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노력이 언제나 목표한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노력을 하는 게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언제나 나은 선택이라고 믿는다. 또 작가의 딸로 태어나고 책도 쓰게 됐지만 모든 사람이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사는 삶도 매우 행복한 인생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언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됐다. 각 부의 끝에는 최인훈이 딸 최윤경에게 추천했던 도서와 이에 얽힌 일화를 담았다. 그림 이은규, 312쪽, 1만4000원, 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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