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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갖자" "애인 생겼냐"…Q&A로 본 직장내 괴롭힘

등록 2019.07.17 12:00:00수정 2019.07.22 09: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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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묻는 것 괴롭힘일까…"원칙은 괴롭힘, 반드시는 아냐"

"당사자간 관계, 행위 내용·정도, 계속성여부 등 종합 판단要"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네거리에서 열린 갑질금지법 시행 맞이 캠페인에 설치된 판넬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2019.07.16.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네거리에서 열린 갑질금지법 시행 맞이 캠페인에 설치된 판넬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2019.07.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직장 선배인 A씨는 후배 B씨에게 술자리를 마련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반복적으로 압박했다.

C 과장은 팀 회식을 하던 중 D 대리에게 "최근에 애인 생겼냐",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라며 D 대리의 연애와 관련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두가지 사례는 지난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사례에 해당될까?

17일 고용노동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첫번째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될 수 있고, 두번째 사례는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사적용무 지시나 사생활에 대한 질문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통상적 범위의 행위이고,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경우에는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구체적인 사례별로 직장 내 구성원 간 유대관계나 친밀도에 따라 괴롭힘의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논쟁의 여지는 남아 있는 셈이다. 

고용부는 "당사자 간 관계, 행위 장소·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 행위의 내용·정도, 일회성·계속성 여부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되,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한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 핵심은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정신적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상호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법 시행 초반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 기준이 모호한 데 따른 현장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부는 이에 따라 산업 현장에 직장 내 괴롭힘을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 괴롭힘 판단 기준에 대한 구체적 예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업주의 필요 조치 사항 등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놨다. 
 
애매모호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고용부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상사가 업무상 질책을 하여 해당 직원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인가.

"업무에 성과를 내거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독려 또는 질책은 원칙적으로 적정 범위 내의 행위로 볼 수 있다. 다만 인격모독에 해당할 정도로 과도하거나, 업무상 정당한 근거나 이유없이 질책하거나,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등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수준이었다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것 외의 업무를 부여한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인가.

"업무상 필요성, 기존 업무와의 연관성 등을 토대로 볼 때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면 적정 범위 내의 행위로 볼 수 있다. 업무상 필요성·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거나, 특정한 노동자를 괴롭힐 의도가 있는 등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같은 노동자 간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나.

"사업주가 아닌 상급자의 경우 지위의 우위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다. 동료라 하더라도, 수적·인적 속성 상의 우위, 업무역량 상의 우위 등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하급자도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지를 수 있으나, 상대방이 저항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은 수준에서 관계의 우위가 인정될 필요가 있다."
 
-근무시간 이외에 사업장 외의 장소에서 직원 상호간에 발생한 괴롭힘도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나.

"사적 공간에서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내용에 따라서 직장에서 우위를 이용했고, 업무관련성이 있는 경우라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다만 순수하게 개인적인 차원의 갈등 상황이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사용자의 조치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

-파견노동자와 하청노동자가 피해자인 경우에는 해당하나.

"파견법 및 판례의 입장 등을 고려할 때 사용사업주 및 그 소속 노동자와 파견노동자 간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수 있다. 원·하청 노동자 간에는 법상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는 인정되기 어렵다. 다만 원청 사업주는 소속 노동자가 누구를 상대로 행위하였는지 불문하고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취업규칙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객에 의한 괴롭힘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나.

"고객은 그 사업장의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아니므로 고객에 의한 괴롭힘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2018년 10월18일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고객응대 노동자에 대한 고객의 폭언 등 행위의 예방 및 보호조치 의무가 있다."
 
 -취업규칙에 담겨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취업규칙에 규정할 내용에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금지원칙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고충상담 ▲사건처리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 제재 및 재발방지대책 등이 있다. 기본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 금지원칙을 명확히 밝히고, 직장 내 괴롭힘이 금지된다는 것,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는 강력한 제재를 한다는 것,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호 조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직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7월16일까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사항을 반영하지 못한 경우 시정기간 없이 과태료를 내야 하나.

"취업규칙 미신고가 확인된 경우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며, 25일 이내에서 시정기간을 부여(필요시 1회 연장 가능)하도록 하고 시정기간 내 미시정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징계사유를 취업규칙에 반드시 담아야 하나.

"개정법에 징계가 유일한 조치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회사의 정책 및 사내해결절차를 마련하여 취업규칙에 반영한 경우라면 법률 위반은 아니다. 만일 징계사유에 직장 내 괴롭힘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괴롭힘 행위로 인한 징계가 필요한 경우, 일반적으로 취업규칙에서 두고 있는 이른바 ‘개방조항’을 근거로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

-취업규칙 개정시 반드시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징계사유에 추가하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회사의 정책과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내해결절차에 관하여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노동자 과반수의 의견청취만으로 변경 가능하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어서 실효성이 미흡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개정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되, 처벌보다는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예방·조치하는 시스템을 구축토록 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서 노동존중 문화의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지방고용관서에서는 취업규칙 심사를 통해 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규율에 관한 사전 점검을 실시하고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신고가 접수됐을 때 해당 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진단하고 사내 예방·대응 시스템을 점검할 수 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피해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당한 경우 관련 조사를 통해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기존 형법·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통해서도 폭행, 모욕, 명예훼손, 성희롱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처벌할 수 있는데 이중 규제 아닌가.

"개정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중처벌이 되지 않는다. 회사 내에 신고된 경우 조사를 거쳐 행위자에 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법에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다. 특히 성희롱 사안의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중복성 우려가 없다."

-대표이사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되는 경우에는 사내 해결절차가 잘 작동되지 않을 것 같다.

"대표이사가 행위자로 지목됐고, 피해자가 사내 정식조사절차이행을 요구하는 경우 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기업 내 감사나, 외부 전문가, 외부기관 등에서 조사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별도 체계를 갖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피해자는 사업장에서 적절한 조사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치 결과에 대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어떻게 되나.

"사업장이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에 따라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그 자체로 유효하다. 다만 피해자는 사업장의 조사 및 조치가 법위반이 있거나 명백하게 불합리한 경우 사내 재심절차를 이용하거나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제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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