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환 전 대법관 "손녀가 유튜버 할아버지 자랑합니다"
박일환 변호사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손녀딸이 ‘할아버지가 유튜버’라며 자랑하고 다닌다.”
대법관을 지낸 박일환(68) 변호사가 유튜버로 변신한 소감을 밝혔다.
박 변호사는 17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서 “유튜브를 하면서 에너지가 솟아나고, 시간이 잘 간다. 손녀딸도 유튜브를 알더라. 할아버지가 유튜버라고 자랑하고 다닌다”며 “금융업에 종사하는 딸이 권유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법률 상담이나 강연을 할 때 사람을 모으고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낭비적인 요소가 많은데 유튜브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어서 효과적”이라고 짚었다.
“평소 언론에서 조금은 치우쳐서 사건을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황제노역 사건 당시 대중은 ‘왜 우리나라는 형량이 너무 낮을까?’라고 의문을 가지더라. 판사는 법에 정해진대로 판결하는데, 법을 먼저 고치고 비판해야 한다. 법대로 하는데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알려주고 싶었다.”
왼쪽부터 닥터프렌즈, 과학쿠키, 차산선생법률상식, 댈님
‘차산선생벌률상식’의 영상은 2~3분 내 짧은 것이 특징이다. “법률이 따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영상이 짧으면 그래도 보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앞부분에는 꼭 봐야할 내용을 넣어 동기유발을 한다”며 “계속 구독자들에게 퀴즈를 내는 것처럼 물어본다. 법률 변천사를 설명하면서 ‘원고가 1심에서 이겼는데, 2심에서는 왜 졌을까?’ ‘원고가 이겼을 때와 졌을 때 원리는 무엇일까?’ ‘앞으로도 이 사건은 원고가 이길까?’ 등 독자가 생각할 수 있게끔 질문을 던져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언론 보도나 법률신문, 판례지, 논문 등을 보고 콘텐츠 주제를 선택한다. 책을 두세 번 봐도 소재가 안 나올 때도 있고, 금방 찾아지는 경우도 있다. 소재 찾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고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촬영은 집이나 야외에서 직접 하고, 자막과 편집은 딸이 해준다. 내가 배워서 할까 했는데, 자기 일을 뺏는 거라고 하더라”면서 “법률 상식을 알면 금방 이해하지만, 일반인들은 쉽지 않다. 법에 문외한인 딸이 자막, 편집을 하는 이유는 구독자들이 내가 찍은 영상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점검하는 차원이다. 주변에 법률인들이 많지만 딸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반려견 문제 관련 영상을 올렸다. 30년 동안 법관으로 일했지만, 그 때 다룬 사건이 지금은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전에 고민한 사건을 영상으로 올려볼까?’ 고민했는데 아무도 안 볼 것 같더라. 사회가 발달하면서 새로운 권리가 나온다. 법이 조금 늦는 편인데, ‘법 만들기 전에 발생한 사건은 어떻게 다룰까?’가 판사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나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배우면서 영상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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