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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남에게 어디까지 내어줄 수 있나요, 영화 '엑시트'

등록 2019.07.18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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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

영화 '엑시트'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시련 없는 인생은 없다. 누구나 살다보면 막다른 골목을 만났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 순간 인간의 본성, 사람의 밑바닥이 드러난다. 본인이 어느 정도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지도 알게 되지만, 타인의 진면목도 보게 된다.

'엑시트'는 인간의 생존욕구를 짚은 영화다. 위기에 처한 생면부지의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조정석

조정석


임윤아

임윤아

이상근 감독의 데뷔작이다.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용남은 대학 시절 산악부의 에이스로 통했다. 하지만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에 실패했다. 눈칫밥을 먹으면서 백수로 계속 지낸다. 어머니 칠순잔치 때까지 번듯한 회사로 입사하길 꿈꿨지만, 최종 탈락소식을 접한다. 어머니 칠순잔치에서 의주와 어색하게 재회한다. 남들 눈에 의주는 취업에 성공한 회사원이지만, 실제 삶은 팍팍하다. 연회장 행사를 도맡으며 직장 상사의 괴롭힘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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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남 가족의 음주가무 때문에 잔치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분위기가 무르익던 중 의문의 연기가 도심 한복판에서 피어오른다. 갑자기 도심 자체가 유독가스로 뒤덮이고 일대가 혼란에 휩싸인다.

용남 가족을 비롯해 건물 곳곳에 있던 사람들은 당황하지만, 용남과 의주는 침착하게 탈출 매뉴얼을 실행한다. 사실 용남은 취업에 실패하면서 늘 찬밥신세였다. 하지만 가족은 물론이고, 재난을 마주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주변에 있는 소품을 활용해 클라이밍 장비를 만들고, 온갖 기지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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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미가 넘치는 기존 재난물과는 결이 다르다. 재난영화의 클리셰를 지양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유독가스 재난'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내세웠다.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이 감독은 액션과 코미디를 적절하게 버무렸다. 감동 역시 놓치지 않았다. 용남과 의주가 타인을 살리기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절절하다. 예상치 못한 고비들은 끊이지 않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안긴다. 위기의 순간마다 터져나오는 속마음도 '짠내' 웃음을 유발한다.

조정석(39)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아니었으면 누가 해냈을까 싶을 정도다. 할리우드 액션영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극을 성공적으로 끌어간다. 스파이더맨 못지 않은 액션을 선보이면서 코믹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임윤아(29)도 무리없이 연기를 해냈다.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이 좋다. 맨손 클라이밍, 고공낙하 장면, 와이어 액션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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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이 재난상황을 해결해가는 모습을 그렸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돌아보게 만든다.

제아무리 잘난 사람도 세상을 혼자 살 순 없다. 자신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도 있지만, 타인을 도와줘야 하는 때도 분명히 있다. 그 때 손을 내밀어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진정으로 타인을 배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남의 마음을 헤아려본다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수작이다.

이 감독은 "위기를 넘기기 위한 주인공들의 순간적인 기지와 주변 사물 활용법, 조정석과 임윤아의 도심속 액션이 감상포인트다. 비록 당장 인정받지 못하는 그 어떤 재주라도 갈고 닦다보면 제대로 발휘할 날은 분명히 온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31일 개봉, 103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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