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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카와 미와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등록 2019.07.19 0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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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카와 미와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일본의 영화감독 겸 소설가 니시카와 미와(45)는 2002년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유레루', '우리 의사 선생님', '아주 긴 변명' 등을 연출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이 확고한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작품들은 칸영화제, 로마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일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됐다.

그녀는 자신의 영화 원안으로 소설을 집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설 '유레루', '어제의 신', '아주 긴 변명'은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미시마유키오상, 나오키상,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에 올랐다.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는 첫 산문집 '고독한 직업'에 이어서 니시카와 미와가 영화와 문학에 관해 쓴 책이다. 배우와 영화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 전작의 맥락을 이으면서도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고독한 직업을 토로하던 저자가 동료를 믿고 의지하면서 감독으로서, 또 관계를 돌아보는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16년에 연출한 영화 '아주 긴 변명'의 제작기를 뼈대로 주연 배우, 촬영감독, 아역 배우, 연출보, 음악 담당 등과의 소중한 기억을 하나하나 구체적이고 밀도 있게 담아냈다.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함께 분투한 순간이 생생하고 뭉클하게 전해진다.

전작 '고독한 직업'에서 감독으로서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고독함을 이야기한 니시카와 미와는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에서는 '아주 긴 변명'을 연출하면서 이런 태도가 변했다고 고백한다. 자의식 강한 주연 배우와 고집 센 촬영감독,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역 배우 사이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그녀를 젊은 연출보가 구해낸다. 연출보는 감독 옆에서 연출에 관해 조언하는 역할이다. 혼자서 빠르게 해결책을 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던 니시카와 미와는 연출보와 의견을 나누고 함께 결정하면서 곤경에서 빠져나온다.

'혼자서 애쓰는 것만이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라고 깨달은 그녀는 동료를 믿으면서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요구하고, 더 나은 결과를 얻은 경험을 들려준다.

나아가 영화 작업이 남긴 가장 큰 선물은 '관계의 흔적'임을 깨달으며 그 흔적들을 정성껏 산문으로 적는다. '아주 긴 변명'에서 아내가 죽은 뒤 비로소 타인의 소중함을 깨닫는 주인공 '사치오'처럼 책에서는 관계를 대하는 저자의 변화와 성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57), 모토키 마사히로(54), 후카츠 에리(46), 나카무라 간자부로(1955~2012), 그리고 키키 키린(1943~2018)까지, 책 속에서 언급되는 일본 영화인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 '유리창 너머의 하늘'은 소설가로서 그녀의 특별한 면모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책은 5부로 구성돼 있으며 소설, 산문, 서평, 영화평 등 내용도 다채롭다.

니시카와 미와는 와세다대학교 제일 문학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TV프로그램 제작사 TV맨유니언 면접 당시 면접관이었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눈에 띄어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 스태프로 참여했다. 2002년 직접 각본을 쓴 블랙코미디 '뱀딸기'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은 마이니치영화콩쿠르 각본상, 신도가네토상 등 수많은 일본 영화상을 안겼다. 비범한 문장가이기도 한 니시카와 미와는 소설 '어제의 신', ' 그날 도쿄역 5시 25분발' 등을 집필했다. 이지수 옮김, 280쪽, 1만4800원,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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