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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일본 자매도시, 양국 갈등 속 '우정 지키기'

등록 2019.07.18 11: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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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 교류행사 차질없이 진행

지난달 말 파주시 청소년들과 세사보시 농구교류단이 팀을 섞어 친선 경기를 갖고 있는 모습. (사진=파주시 제공)

지난달 말 파주시 청소년들과 세사보시 농구교류단이 팀을 섞어 친선 경기를 갖고 있는 모습. (사진=파주시 제공)

【파주=뉴시스】이호진 기자 = 경기 파주시와 일본 자매도시들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10년 넘게 이어진 우정을 지켜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18일 파주시와 파주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파주시는 현재 세계 10개 도시와 자매도시 협약 등을 맺고 지자체 간 민·관 교류 활동을 진행 중이다.

10개 도시 중 가장 활발한 교류가 진행 중인 곳은 일본의 2개 도시다.

일본 가나가와현 중서부지역에 위치한 하다노시는 인구 16만여명 규모의 중소도시로, 지난 2005년 파주시에 우호도시 제휴 의향을 전달하면서 처음 연을 맺었다.

같은 해 우호도시 협약을 체결한 양 시는 청소년 축구교류, 청소년 영어캠프, 성인축구 교류 등 민·관 영역에서 교류를 이어오며 우정을 쌓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하다노시축구협회 축구교류단 17명이 각자 자비로 파주시를 찾아 2박3일간 연습 및 친선경기를 진행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이들은 2년 주기로 양 지자체를 오가며 열리는 축구 교류를 통해 친분을 쌓아온 만큼 이번 양국 갈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교류활동을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9일에는 하다노시 학생 20명이 파주시를 방문해 파주시 학생 20명과 영어캠프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에 캠프에 참여하는 파주 학생 20명은 오는 11월 다시 청소년교류단으로 하다노시를 방문해 하다노 학생들과 재회한다.

과거 여느 때보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양국 갈등 분위기에서도 14년간 이어진 지자체간 우호와 신뢰가 있어 영향이 최소화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로 자매결연 11년차를 맞은 사세보시와의 우정도 각별하다.

지난 12일부터 2박3일의 일정으로 파주시를 찾은 하다노시 선수들과 파주시 선수들이 친선경기를 가진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파주시 제공)

지난 12일부터 2박3일의 일정으로 파주시를 찾은 하다노시 선수들과 파주시 선수들이 친선경기를 가진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파주시 제공)

일본 규슈지방 나가사키현 북서부에 위치한 사세보시는 인구 24만8000여명의 나가사키현 제2의 도시로, 지난 2008년 파주시와 국제친선도시 협약을 체결했다.

파주시와 매년 정례적인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사세보시는 지난달 28일 청소년 농구교류단 15명을 파주시에 보내 친선경기를 가졌다.

이번 갈등이 촉발되기 전의 행사이기는 했지만, 코트를 누비는 양국 학생들에게서 역사로 인한 갈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달 10일부터는 사세보 학생 5명이 파주시를 찾아 또래 학생들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진행할 예정으로, 홈스테이를 제공한 가정의 학생들은 사세보 학생들의 귀국길에 동행해 다시 일본 사세보시 학생들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체험한다.

파주시체육회도 지난 13일부터는 연수단 7명이 사세보시를 방문해 생활체육 인프라와 운영 방법 등을 견학하고, 사세보시체육협회 관계자들과 친목을 다지고 있다.

파주시체육회 관계자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분위기가 좋지 않아 가면 무슨 일이라도 당하는 것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며 “서로간의 지켜야 될 약속이고, 서로의 신뢰가 더 중요해 예정대로 연수일정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벌써 몇 차례나 계속된 양국의 갈등과 대치 국면 속에서도 꾸준히 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이런 시기일수록 서로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복합적인 이유로 최종환 파주시장의 사세보시 방문 일정이 연기되기도 했지만, 오랜 기간 많은 일들을 겪다보니 웬만한 일은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다.

파주시 관계자는 “아이들은 만나서 BTS 이야기 같은 서로간의 관심사를 나누며 친구가 되고, 어른들은 스포츠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친분과 공통분모를 넓혀간다”며 “영토 문제나 역사 문제 역시 친구 관계에서 서로 피하지 않고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다노시와 사세보시는 파주시 해외자매도시 중 가장 활발하게 교류 중인 두 곳으로, 설령 한일관계가 더 악화돼 교류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더라도 서로간의 교류나 방문이 영구적으로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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