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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의붓딸 살해 사건' 조사…"경찰 노력 전무"(종합)

등록 2019.07.18 16: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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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광주청·목포서에 개선권고

"피해자보호관 전문성 등 개선해야"

복지부·법무부에도 제도 개선 권고

"친부 없이도 조사, 보호조치 미흡"

"신변보호 번복 문자, 친부 미확인"

"이송 상당 시일, 사망 이후에 입건"

성범죄 신고 후 18일 만 시신 발견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지난 5월1일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모(31·왼쪽)씨가 광주지법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공모·방조한 혐의를 받는 친모 유모(39)씨. 2019.05.01.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지난 5월1일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모(31·왼쪽)씨가 광주지법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공모·방조한 혐의를 받는 친모 유모(39)씨.  2019.05.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의붓딸 살해 사건'과 관련해 숨진 10대 여중생의 생전 성범죄 신고에 경찰이 부실하게 대응했다고 판단했다. 숨진 10대가 학대를 당해온 가운데 피해를 신고했음에도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사회적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의붓딸 살해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찰청을 상대로 "범죄 피해자 보호 기능이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개선 권고를 했다고 18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피해자보호관 전문성 강화 방안, 학대예방경찰관이 사례 관리를 할 수 있는 개선안, 사건 이송 지연 또는 피해자 보호 관할 논란으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개선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이다.

인권위는 또 사건 관련 목포경찰서 직원 2명에게는 경고 조치, 광주경찰청 직원 1명에게는 주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직원 교육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에는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의 부족으로 학대 아동 보호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 간의 정보 공유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법무부에도 "학대 예방과 피해아동 보호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붓아버지, 친인척 등과 같이 아동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자에 의한 학대가 재발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임시조치 등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숨진 12세 A양 친부는 지난 4월9일 딸의 성범죄 피해에 대한 112 신고를 했다. A양은 같은 달 9일과 12일 목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인권위는 A양에 대한 목포서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피해아동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4월9일 경찰이 A양을 약 40분 조사하는 동안 친부가 약 29분 자리를 비웠음에도 조사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또 해바라기센터에 A양 조사를 의뢰하지 않고 진술분석전문가를 조사에 참여시키지 않은 점을 언급하면서 아동에 대한 권리 보호가 부족했다고 봤다.

A양은 또 4월14일 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이 신변보호 요청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날인 4월15일 A양은 경찰에 다시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가 같은 날 오후 '아버지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번복했다고 한다.

그 뒤로 A양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수사기록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아 신변보호 요청에 관한 사항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고, A양이 취소 의사를 밝혔더라도 친부 의사를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변보호를 다시 신청했다가 번복하는 의사를 밝혔을 때 불안감이 해소됐는지 여부, 신변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정 등에 대해 친부에게 확인하지 않는 등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무안=뉴시스】신대희 기자 = 지난 5월1일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모(31)씨가 전남 무안군 한 농로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2019.05.01. sdhdream@newsis.com

【무안=뉴시스】신대희 기자 = 지난 5월1일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모(31)씨가 전남 무안군 한 농로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2019.05.01. [email protected]

인권위는 당시 목포서가 사건을 전남경찰청에 보내려 했는데 관할을 이유로 반려됐고, 사건은 4월16일 광주경찰청으로 넘어간 것으로 조사했다. 광주청은 19일 사건서류를 전달받아 23일 사건을 배당했다.

이후 광주청은 같은 달 24일과 25일 A양 친부와 접촉을 했고 'A양 휴대전화 제출을 요청할 수 있으니 잘 관리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3일 뒤인 4월28일 A양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인권위는 "신고 이후 사망까지 약 18일 동안 목포경찰서와 광주경찰청은 피해 아동이 의붓아버지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는 고려 외에는 피해 아동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또 "특히 아동 대상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피해 아동의 심리상태, 피해의 재발 여부, 가해자의 위험성 등 피해 아동의 안전을 살피는 노력이 거의 전무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고 사건이 광주청으로 이송되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고 접수 이후에도 별다른 수사가 진행되지 않다가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에야 입건처리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신고, 피해자조사, 신변보호 요청, 이송, 수사 등 일련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업무 소홀, 지연, 부작위 등이 존재하고 A양을 보살피는 노력이 거의 없었던 부분이 피해자 보호에 공백으로 이어졌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사건은 광주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정재희) 심리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12세 A양 친모 유모(39)씨와 의부 김모(31)씨를 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김씨와 유씨는 지난 4월27일 오후 5시~6시30분 전남 무안 한 농로에 세워둔 차량에서 A양을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다음날 오전 5시30분께 광주 동구의 한 저수지에 그 시신을 유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발생 전 A양은 김씨에게 성범죄를 당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후 18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된다. 수사기관은 김씨와 유씨가 A양의 신고 사실을 알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A양이 숨지기 전 목포경찰서에 성범죄 피해를 호소했지만 적절한 조치 없이 사건이 광주경찰청으로 넘어가는 등 대응이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경찰은 광주·전남 경찰청을 대상으로 감찰을 염두에 둔 조사를 진행했으며, 인권위도 경찰이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에 소홀했었는지 등에 관한 직권조사에 착수해 개선 권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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