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여야대표와 3시간 '난상토론'…'대일특사'엔 시각차(종합)
등록 2019.07.18 20:53:31
예정보다 1시간 넘겨 180분 만에 종료…역대 대표 회담 중 최장
文-여야 5당 대표, 對日 해법 두고 곳곳에서 시각 차이도 감지
자유한국·바른미래·민주평화, '대일특사' 파견에 한 목소리 주장
文대통령 "무조건 특사? 해결되는 것 아냐…협상 끝 해결 방안"
대미특사·민관정협의위원회·범국가적회의·GSOMIA 폐기 의견도
추경·선거법·외교라인 경질 등 주제 보다 '日 문제' 의제 주로 집중
황교안 "세 번째 대표 축하"…심상정 "두 번째입니다" 신경전 '눈길'
朴정부 국무총리 시절 추억 잠긴 黃 "국무회의 저 끝에서 했었는데…"
文대통령, 회담 종료 이후 황교안과 1분 가량 창가에서 짧은 대화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07.18. [email protected]
이날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180분간 진행된 회동에는 메밀차와 우엉차 과일을 빼고 특별한 주전부리 없이 빠듯하게 진행됐다. 이날 회담의 주요 의제는 일본의 경제 보복성 수출 규제와 관련한 대응 방안이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부당한 경제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 발표문에 합의했다. 다만 원론적인 수준이 머물 뿐 구체적인 해법에 있어서는 일부 시각차도 감지됐다.
회담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대일 특사 파견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요청했다. 대일 특사 파견은 아직까지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현 정부의 입장과 달리 이들은 하루속히 한일 관계의 복원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19.07.18. [email protected]
손 대표는 이낙연 총리를 언급하며 "일본에 전문성과 권위 있는 특사를 보내 현안해결에 물꼬를 터 달라"고 요구했다. 또 경제 보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도 촉구했다.
정 대표도 "정부 대표 특사와 민간 대표 특사 등 복수의 특사를 조속히 보내야 한다고 본다"며 힘을 보탰다. 손 대표가 언급한 이 총리를 거론하며 민간 특사로는 최상용 대사를 추천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19.07.18. [email protected]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대일 특사와 관련한 언급은 자제했다. 정부의 대법원 강제 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일이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특사 파견은 아직은 섣부르다는 생각에서다.
문 대통령 역시 "특사, 고위급 회담 등이 해법이 된다면 언제든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무조건 보낸다고 (해결) 되는 것이 아닐 거다. 협상 끝에 해결 방안으로 논해져야 할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한일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야당 대표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서 여야 대표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2019.07.18. [email protected]
황 대표는 대미 고위급 특사 파견을 통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부와 국회 민간인이 모두 참여하는 민관정 협의위원회 설치도 제시했다.
손 대표는 한일 관계와 관련한 원로·외교관·전문가로 구성된 범국가적 대책회의 구성도 제안했다. 일본과의 소통 창구를 더 늘려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과 여야5당 대변인이 18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공동 발표문 낭독하며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9.07.18. [email protected]
심 대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언급하며 강경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 대표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일본이 한국을 안보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므로 한일 GSOMIA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며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WTO에 제소해서 우리의 노력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켜야 한다"며 "정부가 망설일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공동발표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19.07.18. [email protected]
이날 회담은 당초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120분간 예정됐지만, 예정 시간보다 60여분 이상 지난 오후 7시가 돼서야 끝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현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는 추경 처리, 선거법 개정, 외교·안보 라인 교체, 정부의 정책 기조 전환 등 각 당이 요구해 왔던 사안들이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부분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와 관련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고 고민정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 앞서 여야5당 대표와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2019.07.18. [email protected]
황 대표는 앞서 모두발언에서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하며 문재인 정권의 핵심 국정기조인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를 촉구했다. 또 "책임행정이 실종된 상황"이라며 "대통령께서 외교안보라인을 엄중히 문책하고 경질하시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요청했다.
손 대표도 "소득주도성장은 폐기해야 한다. 시장 우선 친기업 정책으로 철학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뒤 "개헌을 위해 범국가적 개헌특위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를 마친 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19.07.18. [email protected]
고 대변인은 '여야 대표들이 모두발언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비공개에서 꺼내지 않았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회동에 앞서 10분 남짓 여야 5당 대표 간 티타임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와 심 대표 간 냉랭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황 대표가 생일을 앞둔 정 대표를 언급하며 축하 메시지를 전하자 옆에 있던 심 대표가 "생일까지 기억하시고 민주평화당만 챙기시나 봐요"라고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이에 황 대표는 심 대표에게 "세 번째 대표 당선에 축하드린다"고 하자 심 대표는 "두 번째"라고 바로 잡았다.
황 대표는 또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총리로 드나들던 청와대를 회상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전화하는 정 대표의 모습을 보며 "전화 통화가 가능한가 보죠, 전에는 안됐던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또 충무전실 밖을 가리키며 "국무회의를 저 끝에서 했었다"고 돌이켰다.
고 대변인은 전체적인 이번 회담과 관련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공동 발표문까지 발표할 수 있었다"며 "높은 점수를 줘도 되지 않을까"라고 호평했다.
한편, 황 대표는 이날 회동이 끝난 직후인 오후 6시59분부터 1분간 문 대통령과 창가에서 짧은 대화를 나눴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한국당 측에서 제 1야당 대표에 대한 예우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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